명상록
read 6110 vote 0 2002.09.10 (10:46:14)

아바타는 일단 귀여워야 한다. 그런데 귀엽다는 것은 무엇일까? 미학적인 견지에서 논의될 수 있다. 미학이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미학은 본능이다. 인간은, 아니 모든 동물은 특정한 형태의 시각적인 기호에 반응한다. 두뇌 자체가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뱀이나 벌레가 징그럽게 보이는 이유는 눈에 잘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은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눈을 찾게되어 있다. 뱀이나, 벌레나, 쥐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형태의 윤곽이 불분명하다.

이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포심과 함께 징그러움을 느끼도록 두뇌가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반대로 눈에 잘 포착되는 것은 귀엽다.

※ 징그러움은 접촉의 거부를 나타하는 피부-근육-두뇌의 반응이다. 일종의 조건반사다. 인간의 웃음이나 인상쓰는 표정연출 또한 조건반사에 속한다.

눈에 잘 포착된다는 것은 둥글게 모여있다는 뜻이다.

^ ^
∨ <- 웃는 표정 - 요소들이 모여있다.


∨ ∨
∧ <- 화난표정 - 모여있지 않다.

동물의 새끼가 귀여운 이유는 어미의 눈에 잘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둥글게 모여있는 형태가 시각적으로 주의를 끈다. 그러므로 귀엽기 위해서는 첫째 일단 눈에 잘 보여야 하며, 둘째 눈이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 또 전체적으로 되도록 동그라미 형태에 가까워야 한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또한 아래를 보라!

((●)) <- 편안함을 느끼는가?

이 경우 너무 가운데로 쏠려있기 때문에 시선을 꽉 붙잡아버린다. 매우 불편하다. 미학원리는 여기서 균형과 불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다. ((●)) <- 너무 모여있어도 갑갑하게 느껴진다.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주위를 관찰하기 때문이다. 너무 모여있는 형태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눈은 두 개여야 한다.

(●) (●) <- 편안함을 느끼는가?

이 경우 두 개의 눈동자 중 어느 쪽을 보아야 할 지 알수없다. 역시 불편하다. 하나로 모아주어야 한다.

(●) (●)
▼ <- 안정감을 느끼는가?

위의 경우 분열되어 불안한 두 개의 눈동자를 하나의 입이 모아주고 있다. 편안함을 느낀다. 이를 응용한 구조는 아래와 같다.



■ ▣
■ ▣ <- 왼쪽의 긴 막대기가 위태롭게 서 있어 불안한 느낌을 오른쪽의 짧은 막대기가 받쳐주므로서 보완하고 있다.

미학원리는 이러한 균형과 불균형 및 상호보완에 관한 논리다. 흩어지면 불안하고 모이면 갑갑하다. 흩어지지도 않고 모이지도 않게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잡아주는 형태가 인간의 얼굴모양이다.

인간은 맨 먼저 상대방의 눈을 본다. 눈은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할지도 모르므로, 일단 눈을 보므로서 상대방의 기분을 읽는다. 눈이 하나이면 시선을 붙잡아서 답답하므로 눈이 두 개이다. 두 개로 쪼개여져 불안함을 하나의 코가 잡아준다. 이때 코가 세로이므로 역삼각형이 되어 불안정한 것을 가로로 그어진 입이 받쳐주고 있다.

눈,코,입,귀로 구성소가 너무 많으므로 역시 불안하다. 이 불안을 하나의 머리카락이 에워싸서 보듬어안아주고 있다. 제각기 역할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학원리에 기초하여 가장 귀여운 형태를 찾아낼 수 있다. 귀여운 얼굴은 만화주인공 캔디모양으로 얼굴양쪽에 얼굴(실은 묶은머리)이 하나씩 더 있는 형태이다. 얼굴이 가로로 긴 모양이다. 이런 표정은 머리카락모양이나 큰 귀나 혹은 가로로 퍼진 얼굴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연출된다.

미학원리에 따르면 얼굴만 두고 볼 때 캔디가 가장 귀여운 얼굴형태이다. 강아지나 고양이나 대부분의 어린동물은 캔디의 얼굴모양에 가까운 형태를 가지고 있다.

캐릭터의 원리 - 첫 번째가 귀여움이라면 두 번째는 신비감이다. 이 둘은 충돌한다. 신비감을 불러일으킴은 대상을 실재가 아니라 오히려 허구적 존재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두뇌에 지적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오히려 귀엽지 않아야 한다. 신비감은 귀여운 형태를 변형하고 왜곡하므로서 오히려 자극을 주는 일종의 변형이다. 신비감을 주는 형태로는 순정만화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기형적으로 키가 크다. 인체비율을 왜곡하여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게 하므로서 자극한다.(징그럽다) 바비인형의 가늘고 긴 모양은 예쁘다>귀엽다는 느낌 이전에 두뇌를 자극하는 실제의 변형이다.

신비감을 주기 위해서는 오히려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 커튼 주름무늬장식, 풍성한 레이스장식처럼 현란하게 보이는 것이 두뇌를 자극한다. 이러한 대상의 시각적 변형은 인간의 본능적 경계심을 자극하여 도리어 유혹한다.

귀여움이 잘 보이게, 잘 알게 하는 것이라면 신비감은 잘 안보이게, 잘 모르게 하므로서 적절한 공포심(호기심)으로 두뇌를 자극하여 그 대상에 흥미를 가지고 알아보고자 하는 충동을 유발한다.

뱀이 공포를 상징하는 것과 동시에 유혹을 상징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귀여움+공포심=호기심이 된다. 여인의 풍성한 치마자락이나 가슴과 둔부의 곡선은 비례적으로 불안정한 느낌을 주므로서 오히려 시선을 자극하고 유혹한다.

캐릭터의 원리는 위 두가지 논리 즉 귀여움의 법칙과 신비감의 법칙을 적절히 조율하는데 있다. 곧 한편으로는 눈에 잘 뛰는 둥근모양, 예쁜 모양이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실물과 닮지 않게 변형, 왜곡하므로서 적절히 두뇌를 자극하는 효과를 얻으면 최고의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잘 반영한 것이 바비인형이다. 바비인형의 캐릭터는 한 부분(얼굴이나 가슴이나 손이나 특정부위)은 귀여운 캐릭터인 반면 전체적으로는 기형적으로 왜곡하여 신비감을 조장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전략은 부분과 전체로 구분하여, 부분(얼굴이나 눈이나 가슴 등 특정부위)은 되도록 둥근 모양으로 하여 귀여움을 강조할 것, 전체적으로는 기형적인 왜곡으로 신비감을 강조할 것. 이렇게 된다.

신비감을 강조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장미꽃의 무수한 꽃잎처럼 중복하는 데서 얻어지는 효과이다. 치마나 커튼 레이스의 주름처럼 반복과 중첩효과로 시선을 분산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게하는 기형적인 왜곡이다. 즉 뱀처럼 길게 늘이는 모양이다. 팔이나 다리가 주로 그 늘이는 대상이 된다.

한복의 풍성함이나 기모노의 중복적인 맵시나 중복효과를 강조한 신비감의 조장이 된다. 반대로 한복의 긴 주름치마나 기모노의 목덜미를 드러내는 효과는 왜곡-신장효과를 통한 신비감의 조장이 된다.

정리하면 신비감규칙은
1. 중복할 것(풍성하게 덮어씌울 것)
2. 신장할 것(특정부위의 길이를 뱀처럼 늘일 것)

캐릭터의 규칙은
1. 부분은 귀엽게-둥글게 하기
2. 전체는 신비하게-왜곡 또는 반복하기

이 원리를 잘 반영하여 바비인형은 얼굴만 보면 귀엽지만, 너무 길어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오히려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불안감이 오히려 동정심-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을 자극한다.

<남성캐릭터는>
남성캐릭터는 또 다른 점이 있다. 남자 어린이는 기계-힘의 전달-물리적원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남성은 도구를 사용하여 적을 퇴치하는 것을 주요임무로 하므로 항상 힘의 전달원리에 반응하게 되어 있다.

즉 어떤 대상이 어떤 방향으로 힘을 전달하고 작용하는가에 본능적으로 대비가 되어 있으며 이에 흥미를 느끼는 두뇌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남자는 항상 대상(적)이 누구를 공격하는가를 관찰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를 느끼는 것은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도구를 사용하는 간접적인 공격이다. 어떤 대상이 어떤 방법으로 복잡하게 힘을 전달하여 움직여가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힘의 전달을 잘 나타내는 모양으로 로봇의 관절들을 들수 있다. 풍부한 관절과 관절사이에 힘의 전달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팔과 다리가 하나로 연결되지 않고 분리한 다음에 다시 연결하는 식이다.

이 과정을 잘 나타내는 캐릭터 중의 하나가 갑옷 모양이다. 갑옷은 팔과 다리 등 인체의 주요부분을 낱낱이 분해한 다음 다시 연결한다. 즉 인체의 다양한 부분을 하나의 기계장치처럼 각각의 구조로 분리하여 보여주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적 구조에 대하여 인간의 눈은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훈련되어 있다. 이는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본능이다.


<캐릭터의 법칙>
결론적으로 캐릭터의 법칙은 - 모든 면에서 가장 두뇌를 자극하는 형태와 구조를 가지는 것이 가장 완벽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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