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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430 vote 0 2009.04.08 (17:23:42)

1239174151_ralph-matucci-photo-portraits39.jpg

좋은 그림은
인간에게 어떤 메세지-이래라 저래라 하는-를 실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메세지를 운반하는 수레로,
관객을 가르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교훈과 훈화와 계몽과
아름답고 예쁘고 고운 느낌과 황홀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인간세상의 잡다한 문제와는 상관없이
도덕적 교훈도 아름다운 감상도 아무것도 주지 않고

그림 안에 사건이 존재하며
그 사건을 구성하는 내부적인 논리가 기술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 사진에서 가슴과
그 가슴을 에워싼 가방의 손잡이

그리고 머리위로 올린 팔이 그리는
세 동그라미들 사이의 질서를 포착하기다.

내부질서란 하나가 움직이면 거기에 연동되어 전부 움직이는 것이다.
그 연동관계의 긴밀한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밀도다.

계에 밀도가 걸려 있다.
즉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것이다.

심과 날이 존재하며
심과 날의 계급차에 따른 질서가 존재하며

심이 위치를 바꾸면 
연동되어 움직이는 날이 일제히 포지션을 바꾸도록 세팅되어 있다.

가방의 끈이 가슴을 에워싸고 동그라미를 그렸기 때문에
머리 위로 올린 팔이 머리를 감싸고 또한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이다.

그것을 본 관객의 마음도 연동되어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 자체의 독립적인 내부질서가 있다.

그렇게 어미가 자식을 낳고 원본이 복제본을 낳는다.
하나가 위치를 바꾸면 전부 어그러지도록 그 질서가 절묘하게 세팅되어 있어야 한다.

1239174087_ralph-matucci-photo-portraits54.jpg

이 사진에도 상당한 긴장이 나타나 있다.
의자의 위치를 바꾸거나 혹은 모델이 자세를 바꾸거나

조금만 건드려도 전체적으로 균형이 어그러진다.
이 상황에서는 이런 포즈가 될 수 밖에 없다는 필연이 나타나 있다.

1239092571_32.jpg

역시 긴장이 나타나 있다.
고양이 뒤에서 암탉 세 마리가 뒷담화를 하고 있다.

"저 괭이말야. 쪼매난 것이 까분다지. 수다수다. ㅋㅋㅋ."
고양이가 움직이면 암탉들도 연동되어 움직인다.
1239166160_3b912680368db88f5f8c30543c937ef6-zhang-jingna.jpg
일치와 연동의 긴장원리를 이해하려면
그림을 2차원 평면의 시각적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
시공간상에서 진행되는 사건이어야 한다.

5만원권 뒷면에 오를 월매도는 그 쭉쭉 뻗은 가지가 선비의 굳은 기개를 나타낸다.
그러나 그림에 선비는 그려지지 않는다.

선비의 기개를 나타낸다면서 선비를 구태여 그린다면 이발소그림이 된다.
작위적인 메세지가 들어가면 안 된다.

매화나무 안에서 내부논리가 완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굳센 가지와 화려한 꽃 사이의 팽팽한 긴장만으로 전부 나타내야 한다.

1239166173_ac01382d3940fbdf-zhang-jingna.jpg

이 사진에도 정과 동의 긴장이 있다.
문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않으며 3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은 그 문 앞을 빠르게 지나간다.
문은 기다리며 저 사람이 혹시 이쪽으로 오지 않을까 긴장하지만 사람은 바쁘게 스쳐갈 뿐이다.

1239166229_29243f66560b95f618696a6f69162ff2-zhang-jingna.jpg

이 사진에도 긴장이 있다.
왼쪽의 여백은 시간의 길이를 나타낸다.

그리고 그 비움으로 하여 누군가를 초대하고 있다.
모델이 모드를 갖춘 것이다.

약실에 탄약을 넣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면 총은 긴장한다.
모드란 그런 준비된 긴장상태를 의미한다.

1239166454_jessi_gaia_4_by_mrdoriangray-ermy.jpg

이 사진에도 긴장이 있다.
사진과 그림 원본과 복제본 사이의 긴장이 나타나 있다.

모델과 그 모델이 들고 있는 그림은
이런 자세와 각도로 결합할 수 밖에 없다는 필연성이 나타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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