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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627 vote 0 2006.06.27 (22:17:53)

세상의 모든 문제는 결국 소통의 문제 하나로 집약될 수 있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모습을 드러내
야 한다. 뾰족하게 솟아나야 한다. 그 지점에서 완성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소통은 적어도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대중과는 소통하기 어렵다.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소통하기 어려운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했을 때 사회는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이 사용된다.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언어가 필요하고, 문자가 필요
하고, 금속활자가 필요하고, 언론이 필요하고, 인터넷이 필요하고 신대륙이 필요하고 축제가 필요하다.

인류문명의 역사는 대중과의 소통기술을 발전시켜온 역사이다. 역사 이래 모든 혁신은 소통의 혁신이며
그것은 새로운 소통기술을 개발하여 낡은 소통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소통구조로 대체하는 것이다.  

길이 있어야만 소통할 수 있다. 마땅히 길을 내고 항구를 열어야 한다. 막힌 곳은 뚫어야 하고 꺼진 데는
메워야 한다. 길을 내고 항구를 열기에 성공한 나라들이 언제나처럼 문명의 중심에 서 왔다.

누가 그 길을 설계할 것인가? 신대륙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콜롬부스가 필요하다. 먼저
가서 정상을 보고 그 정상에 깃발을 꽂아놓고 온 사람이 앞뒤를 분간하여 소통의 길을 설계할 수 있다.

시장바닥에서 무질서하게 떠드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말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과는 소통할 수 없다. 글
을 모르는 사람과는 소통할 수 없다.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과는 소통할 수 없다. 소통을 위해서는 반드시
길이 필요하다.

길은 땅 위에 난 도로에도 있고 회선으로 깔린 인터넷에도 있고 사람의 마음에도 있다. 언어가 길이요 문
화가 길이요 종교가 길이요 사상이 길이요 체험이 길이요 이심전심이 길이요 사랑이 또한 길이다.

땅 위에 난 길은 카이사르가 뚫었고 징기스칸이 뚫었고 나폴레옹이 뚫었다. 바다에 난 길은 콜롬부스가
뚫었고 하늘에 난 길은 라이트 형제가 뚫었다. 마음에 난 길은 예수가 뚫었고 석가가 뚫었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또 격리된 공간이 필요하다. 이웃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문패가 있어야 하고 편지를 배
달받기 위해서는 주소지가 있어야 한다. 신대륙이 격리된 공간의 그 역할을 한다.

익명의 군중으로 숨어 있어서는 집배원이 편지를 배달할 수 없다. 소통할 수 없다. 반드시 격리되어 있어
야 한다. 그러므로 신대륙이라는 격리된 공간으로 건너갈 용기와 배짱이 없는 자와는 소통할 수 없다.

왜 강한 개인이어야 하는가? 가족이든 공동체든 어떤 그룹이나 집단이나 조직에 소속된 인간은 익명의
군중과 같아서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야 한다. 혼자로 격리되어야 한다.

소통을 위해서는 정보의 입력과 출력을 지시하는 구심점이 필요하고 그 구심점은 격리에 의해 가능하다.
무리에 섞여 있어서는 정보의 입출력이 불가하다. 그러므로 신 앞에서의 단독자가 아니고서는 소통할 수
없다.

나는 회사원이다. 나는 가부장이다. 자는 ○○계급이다. 나는 남자다. 나는 여자다. 나는 ○○도 사람이다.
나는 무엇이다. <- 이런 식으로는 소통할 수 없다. 조직과 집단과 소속을 버리고 혼자가 되어야 한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또 체험의 공유가 필요하다. 축제가 그 역할을 한다. 축제에 참여하지 않는 자와는 소
통할 수 없다. 울림과 떨림에 공명하지 않으면 소통할 수 없다. 이심전심에 성공하지 못하면 소통할 수 없
다.

소통을 위해서는 까다로운 여러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누군가 한 사람이 안개 자욱한 새벽
길을 앞서가서 먼저 깃발을 꽂고 먼저 길을 내고 먼저 주소를 정하고 각자의 문패를 달아주어야 한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또 소통이 끊어지는 지점을 드러내야 한다. 길을 찾기 위해서는 길이 끊어지는 지점을
표시해 두어야 한다. 그 곳에 표지판을 세워야 한다. 그 지점에서 소통이 안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내
야 한다.

소통은 이심전심에 의해 일어난다. 심은 중심이다. 나의 중심에서 너의 중심과 소통할 수 있다. 격리되지
않으면, 독립하지 않으면, 나의 구심점이 찾아지지 않으면 소통할 수 없다.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길을 내야 한다. 문자가 발명되어야 하고 인터넷이 발명되어야 하
고 민인의 심금을 울리는 걸작이 탄생해야 한다. 그렇게 소통의 수단이 개척되어야 한다.

● 하드웨어 - 운송 및 통신수단의 진보가 있어야 한다.
● 소프트웨어 - 언어, 문자, 정보체계의 진보가 있어야 한다.
● 끌림 - 사상, 철학, 가치관, 사랑, 이상주의, 비전이 있어야 한다.
● 격리 - 개인의 자유, 국가의 독립, 공동체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 체험 - 체험의 공유에 기초한 이심전심 행동통일이 가능해야 한다.

박정희가 농부와 막걸리를 나눠마시거나 전두환이 밤중에 포장마차를 찾거나 이회창이 오이를 먹는 것은
대중과의 소통이 아니다. 그것은 쇼에 불과하다. 소통은 구체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갖추어져야
가능하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소통이다. 소통을 위한 각 주체들의 역할이 있다. 먼저 가서 깃발을 꽂는 예언자가 있
어야 하고 기관차를 운전하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지식인은 표준을 마련해야 하고 대중은 욕망과 사랑으
로 참여해야 한다.  

그것은 고도의 기술이다. 나중에는 누구나 갈 수 있게 되지만 처음에는 단 한 사람이 간다. 가시밭길 헤쳐
서 간다. 에베레스트의 정상은 아무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가기 어렵다. 진정한 소통은 참으로 어렵다.

원효가 대중과의 소통을 추구한 것은 그가 새로운 소통의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하드웨
어와 소프트웨어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구조론이 없었다면 나는 잠자코 있었을 것이
다.

나의 하드웨어는 인터넷이고 소프트웨어는 구조론이다. 나의 이상주의는 달마실이고 나의 자유는 강한
개인이고 나의 축제 또한 그 안에 있다. 당신은 예언자든 리더이든 표준을 만드는 지식인이든 참여하는
대중이든 하나를 맡아야한다.

소통한다는 것은 그 역할로 소통하는 것이다. 음악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좋은 귀를 가져야 하고 화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우연히 지나쳐 가는 뜨내기와는 의미있는 소통을 할 수 없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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