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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713 vote 0 2006.06.07 (18:23:24)

우리당의 실패는 국민과의 의사소통의 실패다. 참여정부 들어 주로 ‘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의사소통이 안 되는 증거다. 조중동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조중동이 청와대와 국민 사이의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의사소통이 안 되는가?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수의 한국인들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에 의사소통이 안되는가?

고참이 엉덩이로 밤송이를 까라고 하면 신참은 엉덩이로 밤송이를 까는 시늉을 해야 한다. 실제로 밤송이를 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까는 시늉만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왜?

이것이 다수 한국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민중의 언어이고 한편으로 기득권의 언어다. 이 이상한 언어에 문제가 있다. 한국인들이 이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이 남대문 시장에서 흙 묻은 오이를 먹는다. 이건 쇼다. 엉덩이로 밤송이를 까는 시늉이다. 그것을 해야 한국인들에게 인정받는다. 그러나 엉덩이로 밤송이를 깔 필요는 없다. 흙 묻은 오이를 먹는 시늉만 하면 된다.

한국인들은 진정성을 원하지 않는다. 쇼를 원한다. 엉덩이로 밤송이를 까기를 원하지 않는다. 까는 시늉을 원한다. 흙묻은 오이 먹기를 원하지 않는다. 흙묻은 오이 먹는 쇼를 원한다. 왜?

한국인들은 주로 위계서열로 의사소통을 한다. 위계서열 그 자체가 하나의 약속이고 언어다. 위계서열이 신뢰의 보증이다. 신참이 엉덩이로 밤송이를 까는 시늉을 하는 뜻은 자신의 서열이 낮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확인도장이다.

이회창의 오이쇼는 자신의 서열이 국민보다 낮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한국인의 관심은 오이가 아니라 서열확인에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은 단지 쇼를 원하는 것이다. 그것이 한국인의 언어다. 이 언어가 문제다.

이 이상한 언어는 위계서열이 잘 유지될 때만 작동한다. 그 위계서열이 한국의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그 위계서열을 폐지하고 경쟁력의 서열로 바꾸는 것이 개혁인데 한국인들은 경쟁력의 서열이 싫은 것이다.

물론 공무원 조직이라면 위계서열로 가는 것이 낫다. 그러나 프로야구를 위계서열로 한다면 그 팀은 망한다. 그래서 히딩크는 맨 먼저 시합 중에 선수들간의 콜을 바꾸도록 지시한 것이다.

“명보” <- 이건 되는 의사소통.
“명보형 이쪽으로 공 올려 주세요” <- 이런 식으로는 시합에 이길 수 없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고 기호다. 언어가 깨지면 약속이 깨지고 불신이 심화된다. 위계서열이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로 작동하고 있는 이상 이 언어를 파괴하는데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개혁은 안 된다. 개혁은 낡은 언어를 깨고 새 언어로 바꾸는 건데 낡은 언어를 깨니 의사소통이 안되어 갈등이 일어난다. 이것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순이다.

그렇다면 새 언어로 바꾸면 될 것이 아닌가? 문제는 그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낡은 언어를 깨기는 쉽고 새 언어에 적응하기는 어렵다.  

왜 정동영을 욕하지 말라고 하는가? 이 문제가 당과 국민 사이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당 안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당의 실패는 의사소통의 실패이고 이는 가치공유의 실패, 체험 공유의 실패, 비전 제시의 실패, 국민과 당을 연결해줄 중간그룹 양성의 실패, 언론통제 및 홍보전의 실패, 리더의 부재, 위기감 고취의 실패, 비교대상 부재로 전개되고 있다.

문제는 당과 국민 사이에 가치공유가 실패하기 이전에 우리당 안에서 개혁파와 궁물파 간에 가치공유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당 안에서 이전투구가 일어나는 이유는 의사소통이 안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 안되니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서로 ‘내 언어에 맞추라’ 하고 티격태격 하는 것이다.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가 아니라 내가 네게 의사를 전달하는데 실패했다고 해야 말이 바로 되는 것이다. 솔직히 궁물파와 말이 통하냐? 말이 안통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정동영 탓이다.” <-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정동영과 의사소통이 되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유의미한 것이다. 원초적으로 의사소통이 안되고 있는데 무슨 남의 탓이란 말인가?

‘모든게 노무현 때문이다’ <- 인터넷에 유행하는 노무현 놀이다. 이건 역설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의사소통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이다. 즉 의사소통에서 막혔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개혁세력이 정동영탓을 한다는 것은 ‘정동영이 내 말만 들으면 다 해결된다’는 말이고 딴빠 네티즌이 노무현탓을 한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내 말만 들으면 다 해결된다’는 말이다.

이는 개혁세력과 정동영 사이에 의사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증거이고, 대통령과 딴빠 사이에  의사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증거다. 진정성으로 말하는 대통령과 위계서열로 말하는 딴빠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안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개혁세력과 정동영 사이에 의사소통이 안되는건 부끄러운 일이다.

당 안에서 자기편끼리 서로 말이 안통하고 있으면서 당과 국민 사이에 말이 통하기를 바랜대서야 될 일인가? 정동영이나 갈구고 있는 것은 말이 안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뿐이다.

● 짬밥의 언어
● 진정성의 언어

두 언어그룹이 존재하고 있다. 대략 7 대 3으로 짬밥어의 비율이 높다. 그러므로 개혁세력은 대한민국 안에서 대략 3할의 소수파다. 소수파가 다수를 리드한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근본모순이다.

짬밥어를 고수하는 한 의사소통의 실패로 대한민국의 잠재력의 100프로를 끌어낼 수 없다.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 사실은 합의가 되었다. 그러므로 한국은 짬밥어를 버리고 진정성어로 바꿔줘야 한다.

그런데 짬밥어를 버리기는 쉬운데 진정성어를 배우기는 어려워서 결국 한국인들끼리 서로 말이 안통하게 되었다. 문제는 우리당 안에서도 역시 말이 안통한다는 거다. 그 비율도 대략 3 대 7이다. 우리당 안에서도 개혁파는 3할이다.

명성을 탐하는 세력과 권력을 탐하는 세력의 제휴로 우리당은 만들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명성을 탐하는 세력이 킹메이커가 되는 대신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 개혁세력은 킹메이커를 해야한다.

개혁파들이 자기네 단독으로 권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집단과 제휴해서 권력을 창출하고 뒤로 빠져야 하는 것이다. 대신 이들 테크노크라트 집단을 통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당이나 청와대 둘 중에 하나를 개혁세력이 잡아야 한다.

대신 재계, 문화계, 관료 등에서 전문가집단을 수혈해서 아슬아슬하게 긴장된 균형의 연합정권 성격을 띠게 하고 가야 한다. 지난 대선은 킹메이커를 해야 할 소수파인 개혁세력이 킹의 자리를 덜컥 먹어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로 꼬였다. 바른 말을 해야 할 개혁세력이 정권보위를 하게 되었고 대통령은 실용주의로 돌아서야 하는 모순된 구조로 된 것이다.

● 바른구조 - 개혁세력이 당을 장악하고 실용적인 청와대를 견인하는 구도.
● 참여정부 - 실용세력이 당을 장악하고 개혁적인 청와대의 발목을 잡는 구도.

그런데 더 문제는 개혁가인 대통령에게 실제로 떠맡겨진 일은 실용적인 업무였다는데 있다. 김정일의 불투명한 태도와 부시의 침략전쟁 그리고 이전 정권이 만들어놓은 IMF 후유증 뒤치다꺼리, 새만금, 사패산, 천성산, 방폐장 따위다.

김영삼은 독재정권 직후에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개혁할 일이 많아서 목청만 높여도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낭패로 꼬여서 신자유주의로 오해되긴 했지만 대북정책에서 왕건이가 남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 쉬운 인기있는 개혁 건수는 남아있지 않았다. 신용대란 해결, 집값해결, 신경제의 후유증인 양극화해결 이런 생색 안나는 난제만 남았다.

결론적으로.. 모든 문제는 소통의 문제다. 한국은 성별간에 장벽이 있고 세대간에 장벽이 있고 지역간에 장벽이 있어서 경쟁력의 최대한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무능한 인간이 특정지역, 특정성별, 특정세대, 특정연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대접받고 있다.

유능한 사람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라이선스가 없다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하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해결은 짬밥어를 진정성어로 바꾸는 방법 뿐이다. 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문제의 해결은 의사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개혁세력이 정동영 탓하는 것은 우리당 안에서도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사실을 인정 안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딴빠들의 ‘모든게 노무현 때문이야’는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사실을 인정 안하는 것이다.

개혁파는 소수다. 소수가 다수를 끌고 가는 방법은 명성을 탐하는 개혁세력이 명성을 얻는 대신 실리를 양보하는 것이다. 킹이 아니라 킹메이커로 물러앉는 것이다. 이 공식으로 사회각분야의 전문가집단과 다자간 제휴를 성립시켜야 한다.
  
죽은 말 뼈다귀를 500금에 사들여서 천리마를 구한 이야기는 예전에 했고.. 정동영을 꼬셔서 여기까지 데려온 것만 해도 용하다. 정동영 뼈다귀에 500금을 쳐주지 않으면 천리마를 구할 수 없다. 그게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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