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진정한 계승자는 DJ의 이념이다.
정치인은 결국 그 사람이 지향하는 가치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가치는 이념으로 표상된다. 그러므로 결국은 이념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누가 DJ의 계승자인가? 김대중 정치의 진정한 계승자는 DJ의 이념이다.
한화갑이 뉴라이트 출범식에 가서 박근혜, 이명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데서 보듯이 민주당은 원래 DJ의 배신자 집단이다. 그들이 한 번씩 DJ를 팔아먹을 때 마다 DJ는 조금씩 작아졌다.
처음부터 그랬다. 어차피 둘 중에 하나다.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이다. 이념 아니면 궁물이다. DJ의 이념을 계승한 사람은 그 이념을 얻었기 때문에 DJ의 곁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들은 멀리서 DJ를 도왔다.
DJ의 이념을 계승하지 못한 사람들은 궁물이라도 승계하기 위해 DJ의 측근을 자처했다.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서 DJ를 팔아먹었다.
지금 우리당도 마찬가지다. 노무현의 이념을 계승하는 서프의 개혁 네티즌들은 멀리서 노무현을 돕는다. 노무현의 궁물을 계승하는 궁물연은 가까이서 노무현을 팔아먹는다. 그러다 팔아먹을 궁물이 바닥나면? 염동연, 닝기리 코스로 배신을 자행한다.
역사이래 늘 그래왔다. 진정 노무현을 돕는 자는 구태여 노무현 가까이 다가갈 필요조차가 없다. 태양은 멀리서도 빛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에 비해 몸빵은 부족했을 수 있다.
DJ의 이념은 단적으로 말하면 첫째가 평화, 둘째가 통일이다. 통일은 남북통일 뿐 아니라 동서간의 통합도 아우르는 것이다. 남북으로 가르고 동서로 쪼개는 자가 DJ의 계승자일 수는 없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DJ가 표나게 노무현을 돕지 않는 이유는 도리어 방해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DJ가 초장부터 돕는다며 팔 걷어부치고 나섰다면? 우리당은 잠시 이득을 얻겠지만 그 경우 자생력을 잃는다.
큰 나무의 그늘은 바람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햇볕을 가린다. DJ는 노무현의 햇빝을 가리지 않기 위해 멀리서 지켜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임기의 과반을 넘으며 참여정부의 팀이 짜여졌다. 참여정부가 자생력을 얻은 것이다. 이제는 도울 때가 된 것이다.
노무현 역시 마찬가지다. 진정한 노무현의 계승자는 유시민, 이광철, 유기홍, 김태년, 김형주, 이경숙 정도 밖에 없다고 필자는 보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표나게 이들을 도울 일은 없을 것이다. 돕는다는 것이 결국 죽이는 결과로 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일에는 반드시 우선순위의 법칙이 있다. 먼저 길을 닦고 그 다음에 건물을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의 역할은 겹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충돌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는다. 멀리서 돕는다.
DJ와 노무현의 관계는 길을 닦는 사람과 집을 짓는 사람의 관계다. 노무현 대통령과 서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DJ가 길닦기를 완성해야 노무현이 집을 지을 수 있듯이, 노무현이 집을 완성해야지만 서프의 개혁 네티즌이 그 집을 분양받을 수 있다.
그러나 DJ와 지나치게 밀착한 민주당 잔존세력, 그리고 노무현과 몸빵으로 밀착한 궁물연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길 닦기와 집 짓기의 우선순위가 없다. 그들은 동시에 공존한다.
그들은 DJ와 함께 길을 닦았지만 길닦기가 끝나면 실업자가 된다. 그들은 교묘하게 공사를 방해하여 길닦기 작업을 영구히 계속하려 한다. DJ정권 초기에는 공신이었으나 말기에는 역신이 되었다. 역사이래 무수히 반복되어 온 일이다.
왜 DJ는 노무현을 돕는가? DJ가 노무현을 끊으면 김구, 장준하와 DJ도 함께 끊어진다. 이 모두는 하나의 ‘역사의 궤도’위에 올라선 운명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백범 김구 선생이 설계도를 그렸고, 장준하가 땅을 구해왔고, DJ가 그 땅 위에 길을 닦았고, 노무현이 그 길 끝에 집을 짓는다. 우리는 훗날 그 집에 입주할 사람들이다. 이들 중 하나도 버릴 수 없다.
중요한건 ‘가치’다. 김구, 장준하,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우리 개혁네티즌들은 세대가 달라도 하나의 ‘가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들 중 하나가 부정되면 나머지 모두 부정된다. 그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