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마이너스로 간다. 이 이치를 단순 흑백논리 수준에서 알아들으면 곤란하다. 무소유, 근검절약, 여백의 미학, 이런 차원의 수준 낮은 이야기는 아니다. 이건 보다 심오한 구조 차원의 문제이다.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서 선택(Choice)이다.” -샤르트르- 갈림길 앞에서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인간은 단지 마이너스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의해 플러스는 선택할 수 없다. 플러스는 입력, 마이너스는 출력이다. 당신은 단지 출력을 결정할 뿐이다.
문제는 포지션이다. 당신의 포지션에서는 마이너스만 결정할 수 있고 당신의 플러스는 타인이 상위 레벨에서 결정한다. 당신의 플러스는 당신의 부모가 결정한 것이다. 물론 당신의 자녀는 당신이 결정할 수 있다.
선택한다는 것은 Y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나무의 가지가 된다는 것이다. 뿌리에서 올라온 물이 가지끝으로 갈수록 마이너스가 된다. 발전소에서 온 전기가 가정의 전등으로 갈수록 마이너스가 된다. 중요한 것은 마이너스에 의해 정렬된다는 것이다. 정렬되어 전부 한 줄에 꿰어진다는 거다. 복잡해 보이지만 에너지가 흐르는 경로를 보면 간단히 정리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을 알 수 있고 장악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 밥상을 차려놓고(플러스) 당신은 그 밥을 먹어서 없애는 것(마이너스)를 결정한다. 물론 당신은 그 밥을 빨리 먹을 것인가 아니면 천천히 먹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또 많이 먹을 것인가 적게 먹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당신은 일생동안 그 밥을 먹어서 없애는 쪽으로만 결정해 왔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 밥을 먹지 않고 썩게 만드는 것은 미친짓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언제나 마이너스만을 결정해야 한다.
수도꼭지와 같다. 언제나 내보내는 것(마이너스)만을 결정한다. 당신의 위장이나 항문과 생식기가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다. 수도꼭지는 결코 물을 빨아들이지(플러스) 않는다. 빨아들이는 장치도 내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구조는 헤겔의 변증법과 다르다. 정과 반 사이에서 합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유전자를 반씩 가진 자녀가 나오는 그것이 아니다. 정과 반 사이에서 당신은 언제나 반을 결정한다. 축구시합의 토너먼트와 같다. 정과 반 사이에서 한 팀을 선택할 뿐이다. 합쳐지는 일은 없다. 토너먼트가 진행될수록 마이너스가 되어 팀의 수는 반으로 줄어든다. 정과 반 둘이 합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를 선택한다.
사건은 언제나 일방향으로 나아가며 기승전결의 단계를 진행하며 구조의 질, 입자, 힘, 운동, 량 5단계를 거치면서 연역된다. 점점 마이너스가 되어 범위가 좁혀진다. 그리고 명백해진다. 이건 답이 나오는 거다.
헤겔의 정반합은 합이 아래에 있지만 인생의 B, C, D는 C가 위에 있다. 결정권자는 항상 상부구조에 있다. 그리고 언제나 D를 결정한다. 다만 예정된 D를 늦추거나 앞당길 뿐이다. 정치로 논하면 보수(B)와 진보(D) 사이에서 국민은 언제나 진보를 선택(C)한다. 다만 그 진보의 시기를 조절할 뿐이다. 진보는 성장(Growth)이지만 그 성장이 너무 빠르면 조로하여 바로 Death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언제나 일관되게 진보가 보수를 제압하고 승리해 온 과정의 기록이며 보수의 승리는 진보의 실패, 혹은 진보의 시행착오, 혹은 진보의 방향모색 과정이었다. 진보를 떠나 순수한 보수는 없다.
권총과 같다. 방아쇠는 언제나 발사할 뿐이다. 방아쇠가 이미 발사한 총알을 다시 총구로 빨아들이는 일은 절대로 없다. 방아쇠는 언제, 어디서, 누구를 쏠 지를 결정할 뿐이다. 어차피 쏘는건 정해져 있다. 엎어진 물을 도로 주워담을 수 없다. 존재의 전개는 언제나 일방향으로 진행된다. 우주는 이러한 B, C, D의 연쇄적인 사슬구조로 되어 있다. 그 최초의 B가 우주의 탄생임은 물론이다. 137억년 전의 빅뱅이 최초의 B가 되고 큰 나무의 기둥줄기가 되고 거기에 갈라져 나온 무수히 많은 BCD의 가지들이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촘촘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것이 우주의 모습이다. 나무는 언제나 줄기에서 가지로 간다.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세상이 마이너스로 간다는 큰 그림을 머리에 그려야 한다. 그것은 헤겔의 정반합 모형과 완전히 다른 BCD모형, 혹은 수도꼭지 모형이다. 여당의 보수와 야당의 진보가 합쳐져서 짬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야당의 진보가 승리하되 그 시기를 조절하고 방향을 정립할 뿐이다. 오조준이 바로잡히는 과정일 뿐 그 총은 결국 발사되고 만다.
정과 반 사이에 합이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장전과 조준, 발사 이후에 그 정보가 피드백 되어 다시 정조준 되는 것이다. 역사의 진보는 장전(보수)과 발사(진보) 사이에서 오조준을 정조준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이 BCD모형을 머리에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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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마이너스 하지만 그건 내부사정이 그렇게 돌아가는거. 내부는 결정론이 맞고, 외부는 불가지론이 맞고, 다 맞지만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