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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657 vote 0 2005.02.07 (22:40:16)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와서 제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장에 뛰어들어 이를 검토하고 실행하는 그룹도 있고, 뒤에 앉아서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비토를 일삼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꼴통으로 보는 이유는 ‘비토그룹’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비토그룹은 진보 쪽에도 있다.)
 

"한나라당 니들 지금 잠이 오냐?"  

 
상대편 골대 앞에서 싸우는 축구를 해야 한다. 우리당의 개혁 드라이브가 한나라당에게 비토전문이라는 수비축구의 역할을 안겨주었다. 우리당이 개혁과제들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국민들에게 제안그룹으로 인상지어지게 하는 작전은 먹혀 들었다. 상대편 쪽 그라운드 절반만 쓰는 축구를 한 것이다. 한나라당을 비토전문으로 묶어두는데 성공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역할이 사람을 죽인다. 역할하면 안된다. 남편역할 아내역할 역할극 벌이면 안된다. 그 역할에 치여 죽는다.
 
왜 한나라당이 망하는가? 실은 한나라당이 잘(?) 하고 있기 때문이다. 25프로의 지지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지금 국민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한나라당이 죽는다.
 
문제는 지지율이 아니라 그 지지가 어디서 온 것인가이다.(지지율에 연연하지 맙시다.) 말했듯이 제안과 실천과 비토가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제안이나 실천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비토 역할에 대한 지지’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한나라당 지지율은 양호한데 그 내용이 악성이다.)
 
우리끼리는.. 우리당이 선(善)이고 한나라당은 악(惡)이라고 단정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우리당은 검증되지 않는 위험한(?) 제안을 함부로 내놓는 집단이고.. 한나라당은 우리당의 덜 익은 제안들을 비판하고 검증하는 집단이다.
 
국민 입장에서.. 우리당은 제안을 잘 하고 있고, 행정부는 실천을 잘 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우리당의 무모한(?) 제안들을 잘 비판 해주고 있다. 셋 다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국민들은 비토 역할을 잘 하는 한나라당에 영원히 비토의 역할 즉 ‘야당의 역할’을 주는 것이다. 옛날에는 어땠는가? 대한민국이 잘 되려고 하는데.. 야당과 학생과 시민단체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대다수의 무지한 국민들은 인식했던 것이다.(조중동의 협잡에 의해 그렇게 인식되었다는 뜻.)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한나라당이 발목잡기 전문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의 뇌리에 굳어가고 있다. 여당이 착실히 수권능력을 키워가는 만큼 한나라당은 착실하게 야당으로 적응해 가고 있다. 여야가 집권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한 가족의 식구들처럼 여당은 제안하는 남편역할, 야당은 비토하는 아내역할을 각자 잘하고 있다.
 
무엇인가? 한나라당이 집권을 희망한다면.. 비토그룹의 낙인을 지우고 제안그룹으로 임무를 변경해야 한다. 아내역할에서 남편역할로 바꾸어야 한다.
 
최근 한나라당이 쓸만한 제안을 한 것이 있나? 없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위하여 아무것도 제안하지 않는다. 반면 과거에 우리는 어땠는가? 야당이었지만 많은 제안을 했다. 우리는 민주화를 제안했던 것이다. DJ는 지방자치를 제안하여 단식투쟁을 했다. 그때 우리는 야당이었지만 마치 여당인 것처럼 나라를 위해 많은 제안을 내놓았던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야당이 체질에 맞는다는 듯이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는다. 야당답게 오직 발목을 잡을 뿐이다. 야당이 여당되려면 곧 죽어도 여당행세를 해야한다. 많은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
 
조선일보가 죽어야 한나라가 산다
한나라당이 망가지는 진짜 이유는? 조선일보의 발목잡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제안그룹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전혀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왜 조선일보는 아무런 제안을 하지 않을까?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고 했다. 두가지 문제가 있다. 의식의 문제와 예절의 문제이다. 과거 제안들은 주로 의식(衣食)에서 나왔다.
 
그때 그시절.. 조선일보들은 많은 제안을 했다. 그 제안들은 우파의 가치였다. 그 제안들은 실행되었다. 다 실행하고 남은 것이 없다. 2005년 이 시대에 제안들은 주로 예절의 문제.. 곧 문화의 분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는 감각있는 젊은이들이 주도하게 되어있다. 조선일보는 노쇠했다. 그들은 문화분야에 있어서 아무런 제안을 내놓지 않는다.
 
결론은? 역사가 결정한다. 대한민국의 잠재력 100 안에서 오른쪽과 왼쪽이 각각 50씩 있다면, 오른쪽의 50은 이미 다 빼먹었고 남은 것이 없다. 왼쪽은? 상당히 보존되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들이 주로 왼쪽에서 특히 문화분야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로 문화적인 감각이 없는 조선일보는 아무런 제안을 내놓지 않게 되었고 그 때문에 비토그룹의 역할이 두드러져서 드디어 꼴통이 된 것이다.
 
꼴통이란? 도무지 문화를 모르는 사람, 시대의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사람,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 (이런 말이 있다는 건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역동성이 주로 문화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발휘되고 있다는 뜻. 한류가 그 예다.)
 
이제는 문화다. 문화를 잡는 쪽이 먹는다. 문화분야에 대한민국의 잠재력이 숨어있다. 박정희가 빼먹지 않고 남겨둔 곶감들이 그곳에 있다. 독재가 억눌러운 문화분야에 있다. 문화에서 우리당이 민노당을 앞설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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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미국이 보수화 되는 이유는? 민주당이 제안할 거리는 별로 없고 공화당이 제안할 거리들은 많기 때문이다.(침략전쟁도 제안은 제안.) 미국의 경우 할 만한 복지를 했고 민주당은 제안할건 이미 다 제안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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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의 위헌판결만 봐도 그렇다. 초등학생 정도의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위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묵살해온 것이다. 모른척 해 왔다. 다 알면서도. 이렇듯 왼쪽에는 제안할 일거리들이 무지하게 쌓여있다. 오른쪽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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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 우리당 일각의 실용주의 타령은 어리석다. 말했듯이 제안=우리당, 실천=행정부, 비토=딴나라.. 이런 구조로 가는 것이 맞다. 실용은 행정부의 실천역할이다. 우리당은 부단히 제안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비토는 딴나라당만 하는 것이 아니다. 민노당도 잘 하고 시민단체도 잘 한다. 아직까지는 우리당이 제안그룹, 민노당이 비토그룹으로 역할이 나누어져 있지만 바뀔 수도 있다. 민노당도 좋은 제안을 많이 내놓고 있다.
 
논객의 역할도 그렇다. 제안 전문으로 갈 것인가, 비토 전문으로 갈 것인가?
 
조선일보가 무서운 여의도연구소
대통령과 우리당의 권력 대 재벌과 조중동+강남특구+한나라당+한나라당 지자체의 권력을 비교하면 어떨까?
 
제안그룹 : 우리당, 참여정부, 시민단체, 네티즌 세력
비토그룹 : 한나라당, 조중동, 재벌, 강남특구, 한나라소속 지자체.
 
6 대 4 정도로 한나라의 힘이 더 세다. 대한민국 전체를 두고 볼 때 여전히 개혁세력이 4를 먹고 수구기득권이 6을 먹고 있다. 그들의 힘과 발언권이 더 세기 때문에.. 캐스팅 보드 역할의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려면? 중도인 국민들은 50 대 50으로 개혁세력과 비토세력에 역할을 나누어 준다. 그 나눠가진 50을 자기들끼리 어떻게 분배할까이다. 파이는 한정되어 있다.
 
조중동이 왕창 먹고, 재벌이 그 남은 것을 먹고, 강남특구가 한귀퉁이를 떼먹고.. 이명박과 손학규가 조금 먹고.. 최종적으로 남은 찌꺼기를 한나라당이 먹는다. 무슨 이야기인가? 국민이 여야를 50 대 50으로 본다면 그 야당 몫 50 중에서 몇이나 한나라당 몫인가이다.  
 
한나라당의 망조는 조선일보 때문이다. 그들에게 돌아갈 얼마 되지도 않는 몫을 조선일보와 나누어먹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꼴통 비토세력이 되어 영원한 야당은 할 수 있어도 집권세력은 될 수 없다.
 
우리에겐 불만스럽지만 중도파인 국민 입장에서 보면 힘 약한 집권여당.. 비토 잘하는 바보 야당, 야당 편인 힘센 언론.. 이거 황금분할이다. 이 황금분할 구도를 깨지 않는 한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
 
독립해야 한다. 조선일보로 부터 독립해서 이 황금분할(?) 구도를 깨뜨려야 집권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여의도 연구소가 그럴듯한 보고서를 내놨지만 본질인 조선일보암은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그렇게도 두렵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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