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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83 vote 0 2025.05.15 (10:25:52)


    이념은 개뿔 지역주의다. 사실은 지역주의도 아니고 전투본능이다. 인간은 원래 식인하는 동물이다. 조선시대에 모든 가문은 원수진 가문이 있었다. 모든 부족민은 원수진 부족이 있다. 북한을 미워하면 보수, 일본을 미워하면 진보라지만 뭔가를 미워하는건 본능이다.


    왜? 그게 마이너스 원리다. 그것은 우주의 작동원리이자 생명의 진화원리이며 인간사회의 작동원리다. 인간은 원래 긍정을 못하는 동물이다. 왼쪽이 막혀서 오른쪽으로 가는 동물이다. 우리는 인간에게 목적과, 욕망과, 탐욕과, 이상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건 지어낸 말이다.


    인간에게는 공포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와, 심술과, 터부가 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뭘 하겠다는 것이 없고 하지 않겠다는 것만 있다. 그게 자연스럽게 보수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마이크를 들이대면? 왜 그러죠? 아! 제게는 야망과 희망과 이상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게 있어보인다.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와, 공포와, 심술과 터부 때문이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왜? 쪽팔리니까. 다만 젊은이는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그것도 잘 살펴보면 이십대의 사랑이 있기 전에 십대의 분노가 먼저 있었다.


    원래 인간은 15살에 가출하게 되어 있다. 가출본능이 발동하면 이유없는 반항을 시도한다. 그런데 갈 곳이 없다. 학교를 보내는 것도 그게 가출본능을 충족시키는 장치다. 사랑은 가출본능을 충족시킬 목적지를 찾은 것이다. 어딘가를 가야겠는데 드디어 갈 곳을 찾아냈다.


    인간에게는 적이 필요하다. 일용할 양식과 같다. 물리적 에너지는 식량으로 조달하고 심리적 에너지는 적으로부터 조달한다. 타도할 독재와, 미워할 빨갱이, 탈출할 기득권 질서가 필요하다. 일베충이 비뚤어진 이유는 인간이 원래 누군가를 미워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적이 없었다면 또다른 누군가를 발굴했을 것이다. 지식인은 다르다. 그들은 지구 온난화를 미워하고, 무지를 미워하고, 주술을 미워하고, 인간의 비겁함과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미워한다. 무식인은 주변에서 미워할 대상을 찾는다. 이 또한 원교근공의 법칙이다.


    멀리 있는 지구온난화를 미워해봤자 이득이 없다. 가까이 있는 대상을 미워해야 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내 발등은 괜찮은데? 그들은 물리적인 지렛대를 필요로 하며 지렛대는 날은 가까울수록 좋고 손잡이는 멀수록 좋다. 일본은 멀리 있고 북한은 가깝다.


    일본보다 북한을 미워하고, 북한보다 호남을 미워하고, 호남보다 성소수자를 미워한다. 성소수자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더 심해지면 아내를 미워하고 자식을 두들겨 팬다. 더 심한 경우는 자기를 미워한다. 일베행동은 그게 자기혐오 정신병 초기단계다.


    그들은 그저 흥분했을 뿐이다. 흥분할 거리를 찾아 헤맨다. 길을 찾지 못하면 가짜 길을 만들어낸다. TV는 사랑타령, 행복타령 하지만 인간은 증오와 혐오, 분노에서 에너지를 조달한다. 부모와 마찰하고 집을 탈출해야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마마보이는 사랑 못한다.


    부모의 사랑 속에 있는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막을 건너온 경험이 없는 사람이 올바른 정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생 귀여움만 받아온 한동훈이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십대에 해야할 분노를 가리늦게 오십살에 한다.


    세상 전체, 인류 전체, 문명 전체와 각을 세워보지 않은 사람은, 신과의 일대일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없다. 왕자나 공주는 사랑할 수 없다. 그들은 뇌가 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십대 시절에 분노의 크기와 이십대 시절 사랑의 크기는 비례한다.


    젊었을 때 분노하지 않은 사람이 나이 들어 분노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말하려면 배고픔은 10대 시절에 만들어져야 한다. 지식에 대한 굶주림, 진리에 대한 갈구라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사람은 자기를 미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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