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대선 때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 칼럼이 생각난다. 개천에서 용이 나면 안 된다는 주장. 분노가 없이 곱게 자란 부잣집 엘리트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개소리. 그 말이 액면으로는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국민을 속여먹으려는 거짓말이라는 거다. 윤석열은 사법연수원 성적이 꼴등이었고 노무현과 이재명은 우수했다. 나경원, 이완규는 고시 8수생이다. 개천에서 개가 났다. 나경원, 이완규, 윤석열은 꼴찌들이 열등감에 찌들어 사고쳤다. 엘리트냐 꼴통이냐는 상대적이다. 김해바닥에서 노무현은 왕이었다. 안동 촌동네에서 이재명은 왕이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겠는가? 가족들은 이재명이 공부하지 않기를 바랬지만 이재명은 무시했다. 본인이 장학금 받아서 가족들에게 손 안 벌리고 공부를 하겠다는데 어찌 막겠는가? 필자도 어린시절 내 인생은 내가 결정했다. 부모 두 분이 다 무학이고 형은 돈 벌러 외지에 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가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집에 오는 편지를 읽고 쓰고 빚장부 정리하는건 내 담당이었다. 심지어 마을 아지매들 토정비결 봐주는 것도 내 몫이었다. 본인이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해봐야 한다. 용은 용천에서 난다. 강남은 용천이 아니다. 열등의식으로 범벅된 개천이다. 강남에선 잘난 사람도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만나 찌그러진다. 그런 좌절과 실패의 상처가 누적되어 윤석열, 나경원, 이완규, 한덕수, 이준석처럼 비뚤어진 인간 추물이 탄생하고 만다. 남다른 경험은 정신적 자산이다.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말이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이 아니라 불행을 회피하는 동물이다. 불행을 겪어봐야 무엇을 회피할지 알아챈다. 나는 피죽을 먹어본 마지막 세대다. 피죽도 못먹었나? 이런 말은 있는데 정작 피죽을 먹어본 사람은 없더라. 송기라고 하는 소나무 껍질을 먹고 똥꼬가 막혀봐야 뭔가를 알게 된다. 인간은 나쁜 것을 회피하게 만들어진 동물이므로 좋은 것으로 둘러싸이면 좋은 것 안에서 나쁜 것을 찾아내려고 하다가 명품족이 된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냥 옷인데 거지옷이라고 비난하며 사치품을 입어야 한다고 떠든다. 병이다. 나쁜 것을 경험하지 못하면 나쁜 것을 만들어낸다. 부잣집에서 '포시랍게' 자라면 대범하지 못하고 비뚤어지는게 당연하다. 부자가 결벽증에 걸리는 이유다. 강박증과 불안장애는 불행을 통제하지 못해서 일어난다. 아기는 길바닥에 닭똥도 주워먹고 개똥도 주워먹어봐야 무엇을 가려야 할지 배우게 된다. 인간은 나쁜 것을 통해서 좋은 것을 학습한다. 인간의 뇌가 원래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재명은 또다른 포레스트 검프다. 많은 것을 겪었다. 나도 젊었을 때는 호기심 때문에 이상한 짓을 많이 했지만 이재명 앞에서는 깨갱이다. 이재명을 멱살잡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질곡의 현대사였다. 그냥 안동 촌놈으로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를 잘못 만났다. 중소기업 여러 곳을 전전했다. 취업할 나이도 안 되는데 나이를 속여서 남의 이름으로 공장에 취업했을 정도이다. 평범한 노동자로 살 수도 있었다. 맨날 때리는 공장장을 만나 매맞지 않으려고 검정고시를 쳐서 대학 붙었다. 평범하게 판검사로 먹고 살 수 있었다. 노무현을 만나는 바람에 인권변호사가 되었다. 노무현은 판사 출신인데 이재명은 그 내막을 모르고 나도 노무현처럼 변호사가 되겠어 하고 우수한 성적인데도 변호사가 되었다. 윤석열은 검사 할 성적도 안 되어서 지방 촌 동네 검사 잠시 하다가 변호사가 되었다. 평범한 인권변호사로 살 수 있었는데 이상한 시장을 만나 투쟁하다가 꼬이는 바람에 홧김에 시장으로 나와버렸다. 이재명의 전과라는 것은 시민운동할 때 어용세력에 트집잡힌 것이며 운동권의 훈장이라고 봐야 한다. 확실히 잘못한 것은 음주운전 하나 뿐이다. 그것도 누가 함정을 파고 차 빼달라고 전화한 것으로 들었다. 보나마나 시립병원 설립운동을 방해하려고 멕인 것이다. 시장으로 잘 살고 있는데 형님이 사고치는 바람에 도지사로 도망쳤다. 그 형님이라는 자는 이재명이 돈을 대줘서 입시공부를 시켜준 사람이다. 김부선까지 꽁짜연애 타령 하는 바람에 대선후보로 도망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은 이재명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재명 역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남자와 그를 가만이 내버려두지 못하는 야멸찬 세상이 어우러져서 큰 그림이 만들어졌다. 역사는 직선으로 가지 않고 한바탕 휘몰아쳐서 큰 그림 하나 그려놓고 가는 법이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무언가를 잃는 것이다. 스님들이 노상 비워라. 내려놓아라 하는걸 보면 뭔가 직관적으로 마이너스 원리를 어렷품이 알고 있다. 어렷품이 아는게 위험하다. 마이너스는 세상과 연결된 촉수를 자르는 것이다. 문재인은 높은 지지율이라는 왕관을 벗지 못해 개고생 중이다. 의도적으로 지지율을 떨어뜨려야 했다. 지지율 손해보고 큰 그림 그린 사람은 노무현이다. 노무현이 유시민 말을 듣고 조금만 영리하게 굴었다면? 민주당의 미래가 없다. 이재명은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잃었고 그때마다 커졌다. 그의 정신이 세상과 여러 루트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틀어지고, 김부선과 틀어지고, 수박과 틀어지고, 왼팔도 비틀어졌다. 윤석열은 김건희를 버리지 못했는데. 잃을 것을 잃지 않으면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동훈은 가발과, 키높이와, 조중동과, 종편과, 기득권과, 깐족을 잃어야 산다. 군자는 필요하다면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재명은 인권변호사> 시장> 도지사> 국회의원> 당대표로 빌드업을 해왔다. 밑바닥부터 빌드업을 해온 점에서 윤석열 정치적 유산 노리고 낙하산 타고 떨어진 한동훈, 한덕수 쌍한콤비와 다르다. 낙하산으로 정치가 된다는 믿음에는 조중동의 뒷배가 있다. 검찰의 정치개입에 따른 기울어진 축구장 이득에 기대는 마음을 국민에게 들킨다. 홍준표, 안철수는 사회보러 온 개그맨, 김문수는 페이스 메이커, 결국 한동훈이 뜨느냐 죽느냐를 지켜보는 게임이다. 한동훈이 대선후보 나와서 체면을 세우면 국힘은 희망고문을 받으며 서서히 망하고, 다른 사람이 나와서 개판을 치면 국힘은 단번에 폭망한다. 국힘이 단번에 망하면 이준석이 살아나서 이재명 실수에 기대어 정치도박을 해볼 수 있다. 정치를 잘한다고 표가 온다고 생각하면 초딩이다. 냉엄한 현실을 봐야 한다. 정치가 잘 되는 것은 정치인이 정치를 잘하기 때문이 아니고 외교에서 늘 승리하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3공화국 후반, 4공화국 내내 개판된 것은 졌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시절에는 기세 올리고 좋았는데 보불전쟁 깨지고, 1차대전 줘터지고, 2차대전 창피 당하고 그들은 계속 패배했다. 그럼에도 식민지 베트남과 알제리를 괴롭히며 체면 세우려 한 것이다. 왜? 망신당했기 때문에. 나쁜 상황에 인간은 더 나쁜 짓을 한다. 무의식이 환경을 좋은 환경으로 읽느냐 나쁜 환경으로 읽느냐가 중요하다. 나쁜 환경으로 읽으면 나쁜 결정을 내려 나빠지고 좋은 환경으로 읽으면 좋은 결정을 내려 좋아진다. 미국은 중국에 졌다. 생산력에서 진 것이다. 과거의 프랑스처럼 대국의 체면을 세우려고 오버한다. 미국인들은 현재의 환경을 나쁜 환경으로 받아들이므로 계속 정권교체만 반복한다. 트럼프가 4년 채울지 확신할 수 없다. 미국 민주당이 정권을 뺏어간다 해도 4년만에 또 뺏긴다. 누가 집권해도 몰락을 막을 수 없는 나쁜 흐름이다. 현실을 받아들이면 달라진다. 독일은 식민지도 없는데 대국의 체면을 세울 필요가 없다. 전후에 그들은 좋은 환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좋은가 나쁜가보다 무의식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정치인은 국민의 무의식을 건드려 나쁜 환경이라도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외에는 전부 거짓말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가고 우리는 강팀이다 하고 기세 올릴 때가 좋았다. 이후 한국인의 무의식은 나쁜 환경으로 인식하였다.
### 이재명의 호적상 생년월일 1964년 12월 22일은 독립운동가 이재명이 이완용 처단을 위한 거사일 12월 22일에 맞춘 것이다. 실제 생년월일은 모르고 어머니는 63년 10월 23일로 추정한다. 안동 골짜기 지통마 살던 시절, 초등학교는 의무 교육이므로 다녔지만 걸어서 2시간이 걸리니 진짜 못 갈 사정이 생기든지, 본인이 사정을 만들든지 해서 결석이 많아서 교사에게 매 맞았다. 첫 직장은 염산과 황동을 다루는 목걸이 공장, 2번째 직장은 붕산으로 땜을 하는 공장인데 사장의 야반도주로 월급 떼였다. 3번째 공장에서 고무조각이 손가락에 박혔는데 파편이 박혔다. 4번째 직장은 함석에 찔려 흉터가 많다. 작업반장의 구타로 난청과 청각 장애를 얻었다. 여러 공장을 전전했다. 프레스에 손목 관절이 으깨졌는데 이런 걸로 아파하면 뭐라 할까봐 치료를 요구할 수 없었다. 벤젠과 아세톤 냄새를 맡아 후각을 상실하고 코가 비뚤어졌다. 우울증과 장애로 17살 때 자살을 시도했다. 연탄불이 꺼져서 살았다. 두번째는 둘째형 이재영이 구해줬으며, 마지막은 수면제를 샀는데 약사가 소화제 같은 다른 약을 대신 줘서 죽지 못 했다. ### 이런 경험을 하면 특별한 미션을 얻는다. 다르마를 따르는 삶을 살게 된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길을 간다. 신이 나를 살려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다. 필자도 그렇다. 세상이 왜 이 따위냐? 졸작이다. 내가 맞장구쳐봤자 망작을 더 망친다. 길이 없는 곳으로만 갔다. 되돌아나올 수 없는 벼랑끝에 서고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살아졌다. 살아지면 또 사는 것이다. 개인의 욕망이 아니라 세상의 드라마에 편승하는 삶이 다르마의 삶이다. 개인의 이득이나 욕망을 충족하려는 것은 콤플렉스일 뿐이다. 한 인물에게 특별한 경험을 몰아준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신이 이 정도 밖에 안되냐고 따졌다. 신도 사실은 빡세다는 말을 인간들에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말 안듣는 인간들 데불고 멋진 그림 그리기 쉽지 않다. 주연이고 조연이고 알바고 다들 말을 안듣는다. 살면서 별꼴을 다 봤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것도 정신적 자산이 되었다. 인간의 사이즈가 커졌다. 내가 깨달은 것은 그렇다. 세상에 악인도 없고 선인도 없다. 나는 착한 사람을 자처하는 자를 믿지 않는다. 웃기는 대본과 쓸쓸한 대본이 주어져 있을 뿐이었다. ### 용은 용천에서 나고 개는 개천에서 난다. 소년공에서 청와대까지 쓴만 단맛 다 겪어본 이재명의 인생 빌드업이 용천이다. 낙하산으로 떨어진 자는 지옥까지 떨어진다. 신은 한 방에 이재명을 낸 것이 아니라 부단히 삶을 빚어왔던 것이다. 용천은 부단한 투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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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앞에선 저도 마찬가지로 숙연해지는군요. 나는 그에 비하면 편하게 살았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