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사르에 대한 평가는 찬반양론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과거 계몽주의 지식인들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아이디어를 그리스의 민회와 로마의 원로원에서 얻으려고 했다. 원로원은 귀족정일 뿐 민주주의가 아니지만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아이디어는 쓸만하다. 그렇다면 신라의 화백회의도? 몽골의 쿠릴타이도? 조선의 공론정치도? 그런 것은 역사의 과정에 용해된다. 흑백으로 가를 수 없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총을 가져야 성립한다. 실제로 생산수단을 누가 장악했고 산업의 혁신이 어디서 일어나는지가 중요한 거다.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자들은 브루투스를 찬양하고 카이사르를 비난한다. 나폴레옹 시절 자코뱅은 ‘우리에게는 백 명의 브루투스가 있다.’고 큰소리쳤다. 나폴레옹 암살을 시도한 것이다. 그들은 그락쿠스 형제를 비롯하여 민중파 지도자를 꾸준히 암살해 왔다. 카이사르 암살은 원로원이 꾸준히 저질러온 암살정치의 일부다. 핑계는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왕이 되려고 한다는 거다. 민중파 집정관이 암살되지 않으려고 근위대를 두고 신체불가침권을 선언하면 그게 곧 제정이다. 로마 제정은 물리적 한계선에서 만들어졌다. 원로원이 자객을 계속 보내오므로 다른 방법이 없었다. 21세기와 다르다. 그 시대에는 그 시대에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 교통도, 통신도, 언론도, 교육도 없는 시대에 완전한 민주정치를 기대한다면 무리수다. 그리스식 민주정치는 도시국가에만 먹히는 것이다. 다르마의 가르침을 기억하자. 카이사르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서 로마가 제정으로 변질된 것을 보고 반성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후세인들에게 주어진 미션이고 카이사르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결과는 생각하지 말고 의무에 집중하라. 원교근공의 법칙이다. 카이사르가 귀족정을 민주정으로 바꾸지는 못했지만, 귀족정을 해체한 것은 절반의 성공이다. 로마의 생산력은 전쟁에서 나왔고 전쟁의 주체는 군인이고 병사로 복무하는 평민이 권력을 쥐는 게 민주주의다. 이걸 도덕으로 따지면 안 된다. 도덕론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자면 로마는 원천적으로 부정된다. 국가의 주력산업이 전쟁이라고? 그런 나쁜 나라는 지구에 존재하면 안 되지. 원로원이고 공화정이고 나발이고 다 나쁜 거지. 로마 자체가 지구에 존재할 자격이 없지. 말장난으로 가면 피곤하다. 그것은 논리다. 논리와 심리 다음에 물리다. 물리적으로 지탱이 가능한 구조인가? 지금은 미디어의 발달로 굥적의 쿠데타를 진압했지만, 당시는 평민 위주의 민주정이 불가능했다. 중요한 것은 가치와 혁신을 생산하는 자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물리법칙이다. 민주주의는 관념으로 떠드는 도덕론이 아니고 현장의 물리학이다. 왜 민주주의냐? 국민이 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권력을 쥐어야 생산이 늘어난다. 계몽주의 시대에는 엘리트의 생산력이 높았다. 그들이 교육이라는 생산수단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기보다 사람 한 명을 가르치는게 더 가치가 있었던 시대다. 계몽주의 지식인이 당대에 지식인이었던 키케로와 카토를 찬양하고 카이사르를 비난하는 것은 자신이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지식인이 지식인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전인수다. 나폴레옹도 마찬가지다. 구체제를 두들겨 부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신체제를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그것은 후세인들에게 주어진 임무다. 노무현 혼자 다 해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무리하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을 그때 노무현이 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면 한심하다. 원교근공의 법칙을 공간이 아닌 시간에 두자. 카이사르와 나폴레옹은 후대와 손잡고 눈앞의 문제를 해결했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우기는 자들은 진리에 관심이 없는 거다. 절반의 승리도 소중하다. 다르마의 의미는 거기에 있다. 왜 의무가 중요한가? 내가 좋은 패스를 했는데 동료가 골을 성공시키지 못해서 어시스트를 올리지 못했다면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동료가 골을 성공시키지 못하더라도 패스는 해야 한다. 카이사르와 나폴레옹은 미완의 숙제를 남겨놓고 뒤에 오는 사람에게 좋은 패스를 한 것이다. 결과는 확률이 결정한다. 우리는 리스크를 줄이고 승리의 확률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기동해야 한다. 완벽한 계획에 의해 역사가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될 때는 대충 해도 되고 안 될 때는 잘해도 안 된다. 다르마를 따를 때 확률이 쌓여서 역사는 크게 이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