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이 병법을 안다. 초반 포석도 알고, 중반 전투도 좋고, 막판 끝내기도 훌륭하다. 초반 포석은 요충지를 차지하고 중반 전투는 키워서 먹는다. 막판 끝내기는 반집싸움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적의 실력이 은폐되는 대승은 좋지 않다. 일부러 작게 이겨야 한다. 크게 이기면 공신이 생겨서 말을 안 듣는다. 주원장이 황태자를 위해 공신들을 쓸어버린게 이유가 있고, 이방원이 세종을 위해서 외척을 제거한 것이 이유가 있다. 주원장과 이방원의 숙청이 욕을 먹었지만, 판을 안정시켰다. 이재명은 방해자를 적절히 제거했다. 이재명이 체포동의안 사태로 수박을 끌어낸 것은 타초경사의 계다. 민주당 중도우파 선언으로 국힘 지지세력을 끌어안은 것은 성동격서에 해당한다. 국힘은 왼쪽 전선에서 싸우다가 본진을 털렸다. 김부겸, 김두관, 박용진 등을 면담해준 것은 소리장도 계책이다. 웃음 속에 칼을 감춘다. 아마 등골이 서늘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재명의 행보가 민주당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본진이 단단하면 외연을 확장해도 방해자가 없다. 이재명이 어물쩡 타협해서 민주당이 약화되었다면 좌파들에 막혀서 외연확장을 못 한다. 정의당 부류가 민주당의 우향우를 훼방 놓는다. 국힘이 버린 중도우파 표를 가져올 수 없다. 이재명이 과감하게 우향우를 시도한 것은 정리할 것을 정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순이다. 타이밍이 좋았다. 중간 허리를 단단하게 한 다음에는 방향전환을 성공시킨다. 내란진압을 거치며 민주당의 중간 허리가 단단해졌다. 이제는 핸들 꺾어도 승객들이 놀라지 않는다. 오합지졸의 문제는 방향전환을 못하는 것이다. 국힘당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동훈이 핸들 꺾자 전광훈과 전한길이 난리 쳤다. 그들은 의사결정을 못 하는 집단이다. 심상정 세력이 소탕되고 이재명의 우클릭을 방해할 내부의 적은 없다. 원래는 진중권, 서민, 조국이 이재명을 비판해야 하는데 진중권, 서민은 적진에 투항했고 조국은 갇혀 있다. 유시민이 방해할 수 있는데 유시민은 천재라서 이재명의 전략을 이심전심으로 안다. 천재는 상대방의 속마음을 훤히 읽어내므로 경거망동은 하지 않는다. 멀리 내다보고, 요충지를 차지하고, 적을 키워서 먹으며, 이길 때는 반집승부를 겁내지 않는 강심장의 행보를 안다. 김어준은 좀 모르지만 우파기질의 패션좌파라서 우향우해도 오히려 반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