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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27 vote 0 2024.12.29 (12:29:53)

    꼴통이 꼴통짓 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인간들이 보통 저런 짓을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다. 위기에 몰리면 누가 봐도 잘못된 행동을 태연히 한다. 그들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물리적 환경이다. 스트레스다. 호르몬이 결정하고 있다.


    1. 일본이 미국과 전쟁하면 다 죽는다. 그러나 전쟁을 한다.

    2. 양면전쟁을 하면 독일은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래도 한다. 두 번씩이나.


    독일은 프로이센 귀족집단인 융커가 권력을 잡았고 일본은 대본영이 막부였다. 도쿠가와 막부가 무너지고 임금이 권력을 잡은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또 다른 막부를 개설했던 것이다. 해군과 육군이 서로 적대하는 데서 보듯이 일본은 구조적으로 망가져 있었다.


    이렇게 되면 스트레스가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인간이 망가진다. 연산군이 초반 10년은 잘했다. 잘 나가다가 병맛된 이유는 누적된 스트레스 때문이다. 조선왕조 초기에 한명회 등 정난공신들이 많아서 신권이 강했는데 성종은 신하들에게 시달리다가 죽었다.


    연산군은 어느 순간 조정의 신하들 모두가 적이고 자기편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린다. 의자왕도 초반에 잘 나가다가 갑자기 병맛이 되었고 견훤도 잘 나가다가 갑자기 병맛이 되었다. 견훤은 한반도 7할을 먹고 한때 왕건을 생포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발해가 망하고 유민이 쏟아져 들어와 대거 왕건 편에 붙는 바람에 갑자기 전세가 역전된다. 병맛들의 공통점은 누적된 스트레스다. 광해군도 왕자 때는 멀쩡했는데 갑자기 맛이 가서 일 잘하는 대신들을 죄다 잘라서 조정이 텅 비게 되었다. 인재부족에 멸망행. 


    인간이 판단이 틀리는 게 아니라 그 이전에 구조적으로 무너져 있고, 물리적으로 망가져 있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이 중요한데 원로원이 질이다. 뒤를 받쳐주는 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세력이 없으면 인간은 병맛이 된다. 한덕수는 정치적으로 고아와 같다. 


    보통생각 - 어떤 생각을 잘못했다. 미쳤다.

    구조진실 - 여기서 밀리면 계속 밀린다. 딜을 걸어보고 안 되면 포기한다.


    결론적으로 한덕수는 헌재 재판관 임명 이후 민주당과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 받고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한덕수는 많은 부담 때문에 현실도피를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선출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출직은 자기사람을 다수 거느린다.


    이재명은 도지사다. 심복이 있다. 있어야 한다. 한덕수는 자기가 거느리는 총리실 직원들도 믿고 쓰지 못한다. 공무원이 다 그렇다. 정치인과 공무원은 뇌구조가 다르다. 정치인은 결단을 하고 평가받지만, 공무원은 윗선으로 올라가는 보고를 중간에 커트한다.


    중간에서 커트할 권한만 있다. 구조론의 마이너스 원리. 나쁜 결정만 할 수 있다. 총리실 직원들도 정무적 판단을 못 하는 공무원이다. 그런 인간들만 모여 있으니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우리가 공무원의 커트본능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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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의 커트본능을 잘 묘사한 영화 '리빙. 어떤 인생'. 원작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이키루'. 

 

    여러 사람이 아이디어를 모아봤자 위에서 다 커트가 되니 커트가 안 되는 쪽으로만 사고하는 고랑이 뇌 전두엽에 생겨버린다. 정치라는 것은 결단을 내리는 건데 이런 인간은 결단을 내리지 않는 쪽으로만 결단을 내려버려. 영화에서는 죽기 전에 한 번 결단을 한다.


    한덕수는 총리 시절 뭔가 결정했다가 윤석열한테 뒈지게 처맞은 트라우마가 작동한 거다. 군대 제대한 뒤에도 선임을 만나면 비굴해지는 현상과 같다. 원래 그런게 있다. 봉건시대 노예제도가 유지되는게 다 이유가 있다. 마름이나 청지기, 세리가 그런 역할이다. 


   톨스토이 민화집에 봉건영주에 대한 농노의 비난은 전혀 없고 세리에 대한 비난만 잔뜩 있는 이유다. 세리를 잡아다가 창자를 꺼내 죽이고 난도질을 하고 어쩌고저쩌고 농노들의 잔인한 복수극. 그 모든 것을 뒤에서 사주한 귀족들한테는 왜 아무 불만이 없을까? 


    귀족은 책임을 지는 자리이므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농노가 귀족을 미워하면 귀족은 재미가 없다. 세리의 역할은 농노들의 불만이 귀족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차단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귀족 귀에만 들어가면 귀족들이 농노에게 관대하게 판결을 해준다. 


    99퍼센트는 세리가 중간에서 자르고 1퍼센트는 귀족이 관대하게 판결해 준다. 여기에 농노들이 속는다. 세리는 어쩌다 판결이 귀족 앞에까지 가버리면 자기가 죽기 때문에 깔때기를 한 방향으로만 작동시키는 훈련이 되어 있다. 잘못되면 누가 나를 보호해 주지? 


    귀족 - 짐은 관대하다. 내게 항의한 용감한 농민에게 상을 줘라. 너는 충직한 농노다. 근데 어떤 새끼가 이 재판을 내 앞에까지 가져왔지. 그 새끼를 잡아다가 산 채로 껍데기를 벗겨라.


    이낙연이나 한덕수나 이런 짓을 2년 넘게 하다 보면 정신이 이상해진다. 내 선에서 커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젊은 사람, 정치인으로 훈련된 사람, 심복이 있는 사람에게 나라를 맡겨야 한다. 젊은 사람은 어른들 말을 들으므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훈련된 사람은 대응 매뉴얼이 있다. 심복이 있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부하들에게 의지하므로 스트레스가 분산된다. 인간은 약한 동물이다. 지도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을 대통령 시키면 나라가 망한다. 윤석열도 스트레스를 못 이겨서 발광한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8]SimplyRed

2024.12.30 (09:21:27)

공무원, 관료 생활 3년만 하면 맛이 가는 듯 합니다. 일반 기업도 정답은 아니지만 공무원은 절대 책임을 피하는 방향으로만 일처리를 합니다.

법이 명확해도 자신이 거쳐가는 일개 도구일 뿐이라는 증명을 얻기 전까지는 선례없는 것은 절대 안함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습니다.

윤석열이 안전중시사고 버려라하면서 공직사회가 안움직이고 해야할 일을 안하고 전반적으로 다 나사가 풀렸습니다. (물론 이번 참사는 테러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함…)

얘네가 매뉴얼만드는 것도 일을 효율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책임소지를 정리해주는 게 본질. 책임소지 생기기 때문에 일처리를 함.

매뉴얼에 없으면 바보같은 말만 되풀이.. 근데 그 공무원 머릿속에는 책임에 대한 계산프로그램이 돌아가고는 있음. 그게 에러나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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