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역풍을 우려하며 눈치 보고 있을 때 박근혜 탄핵을 맨 먼저 주장한 사람은 이재명이었다.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두 명을 탄핵시킨 인물이 될 기세다. 박근혜 탄핵 당시 거국내각이니 책임총리니 하고 아이디어를 투척하곤 했지만,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알았다. 탄핵밖에 답이 없다는 사실을. 왜냐하면 그 말이 누군가의 입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주워 담을 수 없다. 왜? 86년의 이민우 구상과 같다. 좋은 생각이지만, 권력 나눠먹기는 합의에 실패한다. 왜? 다들 숟가락을 하나씩 걸치기 때문이다. 지금 한동훈이 이민우다. 김영삼 한마디에 이민우 목이 달아나고 이철승도 덩달아 날아갔다. 여기서 재미있는 게 얼떨리우스들 헛소리 때문에 답이 명확해진다는 사실이다. 행동통일이 된다. 처음에는 혹시 뭔가 다른 수가 있지 않을까 하고 다들 잔머리를 굴리다가 본질을 알아채게 된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합의가 안 되는구나. 경쟁이 붙으면 에너지는 양극단으로 쏠리는구나. 단칼에 자르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박근혜 때는 문재인이 지갑을 주웠지만, 사실 이재명이 만든 판이다. 결자해지라 했으니, 이재명이 정리한다. 이후 정국의 흐름은 이재명에 대한 공포가 지배했다. 윤석열도 이재명 공포 덕을 보았다. 정의당과 똥파리와 한경오가 이재명을 무서워해서 저쪽으로 붙은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매우 강해져 있다. 수박들이 죄다 날아갔기 때문이다. 조금박해 없어지고 좋아졌다. 김민석, 추미애, 정청래, 이언주, 김병주, 박선원, 우원식이 다 잘하고 있다. 김민석이 차차기 대선후보로 떴다. 우상호는 큰 머리를 휘두르고 다닐 텐데 왜 잘 안 보이는지 모르겠다. 혹시 소심해진 거 아닌가? 왜 이재명이 무서울까? 보통은 적군의 머리를 공격한다. 이재명은 토대를 허물어버리는 기술을 쓴다. 밑바닥 생존경험이다. 격투기를 하더라도 하이킥으로 턱을 노리기보다 로우킥으로 다리가 풀리게 만들어야 한다. 하이킥 한 방이 화려하지만, 상대가 동작을 읽고 회피하므로 잘 안 먹힌다. 하단에는 보는 눈이 없잖아. 탑을 허물 때는 밑단을 빼야 한다. 이재명은 국힘당 의원들의 지역구를 때리면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서울대 나온 엘리트가 모르는 것을 공장에서 일을 해본 이재명이 안다. 이재명이 전면에 등장하고 나서 민주당이 위태롭고 약해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 국힘은 노골적으로 이재명 대통령만 아니면 된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웃기잖아. 추미애가 윤석열을 때릴수록 윤석열이 이득을 봤다.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는 속마음을 읽힐수록 이재명에 대한 지지는 높아진다. 그게 에너지의 속성이다. 정치는 물리학이다. ### 정치의 본질은 왼쪽 깜빡이 넣고 오른쪽으로 핸들 꺾는 것이다. 1. 이민우 구상 내각제 깜빡이 넣고 직선제로 핸들 꺾었다. 2. 거국내각 책임총리로 간 보다가 박근혜 탄핵으로 핸들 꺾었다. 3. 질서 있는 퇴진으로 간 보다가 윤석열 하야로 핸들 꺾는다. 사람들은 이 길 저 길을 다 건드려 보고 마지막에 선택한다. 어장관리하다가 최후에 선택한다. 이런 것을 아는 사람은 협상안과 최종안을 따로 만드는 방법으로 훼이크를 쓴다. 결과적으로 한동훈이 어설픈 협상안을 낸 셈이 되어 최종안을 가진 이재명을 돕고 있다. ### 이재명이 잘하는 이유는 주요 인물이 모두 돌아온 탕자라는 사실에 있다. 김민석, 이언주, 정청래 다 뻘짓 한 번씩 했다. 이재명도 구린 데가 있다. 원래 본가 출신은 자동적으로 원로원 포지션이 되기 때문에 카리스마를 얻기 힘들다. 상원으로 직행해 버리는 것이다.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송영길, 김경수, 김부겸은 왠지 원로원 느낌이다. 적진에서 투항해 와야 선봉이 된다. 노무현은 김영삼계였는데 김대중 진영으로 투항했다. 윤석열도 배신하고 투항했다. 이런 사람은 퇴로가 차단된다. 노무현은 상도동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재명도 퇴로가 차단되어 있다. 청와대 아니면 감옥이다. 배수진을 치고 있다. 국민은 본능적으로 이런 사람을 지지한다. 왜? 정치는 집단의 방향을 트는 핸들이다. 자기 인생의 방향을 어떻게 트는지 보여준 사람이 국가의 방향을 트는 핸들을 잡는 자격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