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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402 vote 0 2024.10.03 (16: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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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신장 순위표를 보자. 네덜란드인이 가장 크다. 남녀 키 차이는 14센티다. 일본인은 매우 작다. 남녀 키 차이는 12센티다. 네덜란드 남자 평균 184와 일본 남자 평균 170은 14센티 차이다. 그런데 남녀 신장 차이의 차이는 불과 2센티다. 거의 차이가 없잖아.


    이건 상식과 다르다. 키가 클수록 남녀 키 차이도 벌어져야 하고 키가 작을수록 남녀 키 차이도 줄어야 한다. 피그미 남자는 최고 150, 여자는 최고 135까지 자란다고 한다. 이건 평균이 아니지만 추세를 발견할 수 있다. 키가 작을수록 더 작은 여자를 선호한다.


    일본 남자는 키가 작은 여자를 선호하고 네덜란드 남자는 키가 큰 여자를 선호한다. 일본은 키가 작은 여자가 더 많은 자녀를 낳았고 네덜란드는 키 큰 여자가 더 많은 자녀를 낳았다. 이건 확실하다. 여기서 중요한 발견을 해야 한다. 그것은 집단의 방향성 문제다.


    집단은 개인의 평균이 아니다. 집단이 개인의 평균이라면 네덜란드 남녀 키 차이는 더 벌어져야 하고 일본이나 피그미의 남녀 키 차이는 더 줄어야 한다. 그래야 인체비례와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라는 것은 집단이 마치 한 명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일본인은 ‘여자는 키가 작아야 해’. 모든 네덜란드인은 ‘여자는 키가 커야 해.’ 이런다는 거다. 한 번 방향이 잘못되면 계속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된다. 별들은 멀리 있는 별들이 더 빨리 멀어진다. 집단은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그쪽으로 계속 달려가게 된다.


    요즘 한국인이 착해졌다고 느낀다. 내가 나이가 들어 노인존중의 혜택을 본 것인지 실제로 한국인이 착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하철에서 떠드는 인간도 줄었고 거리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운전자도 없어졌다. 서울은 지방보다 거리가 더 조용하다는 설도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떠드는 족속이 가끔 있지만 옛날 같지 않다. 좋은 일일까? 일본인이 착한 것은 유명하다. 서양 코쟁이들 앞에서는 착해진다. 만만한 조선인들 앞에서는 거만해지고. 일본이 전체적으로 착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에 가 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신주꾸 거리를 걸으면 모세의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맞은 편에서 오는 인파가 조금씩 이동하여 비켜주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라게 된다. 충돌할 일 없다. 반대로 일본인은 한국에 와서 화를 낸다. 지하철에서 100번을 부딪쳤는데 사과하는 사람 하나 없더라.


    만원버스에서 무수히 접촉할 텐데 그때마다 스미마셍? 버스가 흔들리면 승객 일백 명이 일제히 스미마셍? 한국인들은 과거 등산할 때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 모두에게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를 시전했다. 같은 말을 천 번쯤 하니까 지치더라. 요즘은 안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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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건 미국이다. 텍사스 사람의 친절은 알려져 있다. 그들은 항상 미소를 짓고 있다. 뭐 도와줄건 없냐고 친절하게 질문한다. 지도를 딱 보면 남북전쟁 때 남군 지역이 바이블 벨트다. 반면 뉴욕과 LA는 살벌하다. 왜 미국의 특정 지역 사람은 친절할까? 좋은가?


    보수는 안정을 추구하고 안정을 구하려는 사람은 친절해진다. 방어행동 때문이다. 미국은 총을 갖고 다니므로 친절하지 않으면 죽는다. 일본은 친절하지 않으면 사무라이들이 벤다. 동방예의지국? 그게 섬왜소화 현상이 일어난 증거다. 예의는 과연 좋은 것인가?


    한국인이 친절해진 정도에 비례해서 중국인을 욕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현대 중국의 모습은 80년대 한국의 모습이다. 중국영화 보면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연환계로 엮여서 집단이 한 사람처럼 행동하니까.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섬왜소화 현상으로 길을 잡을 것인가, 대륙거대화 현상으로 길을 잡을 것인가? 섬왜소화로 가면 방어모드, 쇄국주의, 친절모드가 되고 대륙거대화로 가면 공격모드, 개방주의, 쿨한모드가 된다. 우리 쿨해질 것인가, 친절해질 것인가?


    장단점이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스티브 잡스의 해적정신은 친절모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선점하고 선공하고 주도한다. 우리가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해적정신을 배워야 한다. 친절해진게 교육의 효과일 수도 있지만 그게 호르몬 때문이다. 


    세력을 의식하면 난폭해진다. 혼자 있을 때는 교통신호를 잘 지키지만 세 사람만 모이면 무단횡단한다. 착한 호르몬이 나온다는 것은 무의식이 나쁜 환경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증거다. 착한 행동은 약자의 생존본능이고 난폭한 행동은 강자들의 세력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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