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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370 vote 0 2022.11.16 (16:19:06)

    모든 것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생각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은 없다. 이 문명은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 근본이 틀어져 있다. 기초공사가 부실하다. 21세기에 원시적인 종교와 주술과 음모론이 판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쓰는 방법은 상대를 자극하여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다. 반응을 끌어내려면 자극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인간들이 서로 차별하고 혐오하며 극단으로 달려가는 이유다. 잘 사는 나라의 공통점은 전쟁을 많이 했다는 거다. 이유가 있다. 짐승이 우연히 먹이를 얻는다면 많이 돌아다닌 짐승이 먹이를 구한다. 우연히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많은 주변과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많이 돌아다닌 유태인이 성과를 내고 많은 전쟁을 한 몽골군이 방법을 찾아낸다. 콜롬부스처럼 대책 없이 서쪽으로 가봤는데 신대륙을 발견한다.


    생각을 할 줄 모르므로 일단 저질러본다. 성공확률과 실패확률이 반반이라면 더 많이 도전한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 많은 일을 벌이다 보면 나쁜 짓을 할 확률도 증가한다. 사회가 악으로 치닫는 이유다. 양차 세계대전은 먼저 저지르는 자가 이득을 본다는 비뚤어진 생각 때문이었다.


    애들끼리 치고받고 하다 보면 어른들이 달려온다. 일은 점점 커진다. 그 과정에 상호작용이 증대한다. 뭔가 배우는게 있다. 인간들은 누가 자신을 멈춰 세워주기를 바라면서 폭주한다. 생각은 하지 않는다.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추론하여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생각이 나는 것이다. 다양한 환경 속에 자신을 놓아보거나, 자유연상을 하거나 혹은 티격태격하다가 늘어난 상호작용 속에서 뭔가 건지는게 있다. 이런 식으로는 근본을 세울 수 없다. 뼈대를 세울 수 없다. 남이 세워놓은 건물에 장식을 추가하는 정도다.


    일본인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식은 서양의 책을 번역하는 데서 얻어지기 때문이다. 일본이 독자적인 사상을 만들어낸 일은 없다. '닥치고 번역이나 해.' 하는 식이다. 한국인도 다르지 않다. 그냥 일본을 해먹었다. 이런 식으로는 선두를 근접하게 따라붙을 수는 있어도 추월할 수는 없다. 단독으로 공사를 따내지 못하고 남이 지어놓은 건물에 창호와 준공청소를 도급 받는 하청문명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동양은 공자와 석가가 미래를 막아버렸다. 공자의 괴력난신, 술이부작은 나쁜 것을 하지 마라는 말이지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석가의 독화살의 비유도 마찬가지다. 공리공론에 빠져 허송세월하는 바라문을 반대하는 것이다. 석가는 현실주의자다. 현실에 발목이 잡히면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


    동양문명은 원론이 없다. 원줄기가 없으므로 새로 가지를 쳐나갈 수 없다. 본류가 없으므로 지류를 개설할 수 없다. 야자수처럼 키만 크고 앙상해졌다. 풍성함이 없다. 있는 것이나 지킬 뿐이다.


    생각을 한 나라는 그리스다. 로마는 통째로 그리스 짝퉁이다. 일찍이 미노스와 미케네가 있었지만 이집트의 아류다. 바다민족이 침략한 이후 그리스는 한동안 역사에서 사라졌다가 철기문명을 가지고 슬그머니 되돌아왔다. 멋진 것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졌다. 그리스의 압도적인 창의는 어디서 나왔을까? 자궁이 있다.


    400년간 지중해는 지워졌고 문명은 주변에 흩어져 잠복해 있었다. 이집트의 건축술과 페니키아와 표음문자와 서유럽의 철기문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신도시의 건축과 유사하다. 구도시는 발전의 한계에 맞닥뜨린다. 애초에 광장과 골목과 성벽을 작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도시가 더 이상 커질 수 없다.


    그리스는 국자로 죽을 떠내듯이 가운데가 비워졌다. 가운데가 비워지면 사방에서 몰려든다. 그리고 새로운 기운이 일어난다.


    좋은 생각은 여러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갑자기 생겨나야 한다. 늦게 팬 장작이 위에 올라가는 법칙이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면 기득권이 자리를 비워주지 않으므로 낡은 생각이 버틴다. 남의 생각을 모방하면 번역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뉴올리언스의 남군 군악대가 해산하고 버린 브라스밴드를 흑인이 주워서 연주한 것과 같다. 그들은 전통을 계승하지 않았고 남에게서 기술을 배우지도 않았다. 갑자기 좋은 것을 손에 넣게 되면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한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난다. 재즈가 탄생한다. 그런 기적은 르네상스 시대에 재현되었다. 갑자기 몽골의 말발굽에 밟힌 아랍 학자와 유태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좋은 것을 전해주었지만 주도권을 잡지는 않았다. 피렌체인들이 갑자기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갑자기 좋은 것을 잔뜩 전해주며 그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고 떠나버리면 원론을 생각하게 된다. 진짜는 그런 창의의 자궁에서 만들어진다. 동지중해 문명이 갑자기 삭제되었다가 부활하는 과정에 그리스에서 우연히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집트인의 건축술과 페니키아의 표음문자와 마케도니아인의 제철기술이 갑자기 들어왔다. 좋은 것을 전해주고 떠나버렸다.


    갑자기 고급기술과 고급자재와 빈 땅을 주면 좋은 것을 만든다. 인도의 타지마할 묘당이나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대성당이 그러하다. 변두리에서 갑자기 좋은 것을 손에 쥔 촌놈이 반드시 벌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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