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있어서는 구심점이 되는 ‘핵’을 형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다음에는 ‘주요 포스트’를 점령해야 합니다. 추미애나 조순형이 노무현과 같은 핵이 될 가능성은 없지만 점령해야 할 주요 포스트 중 하나는 될 수 있지요. 삼키기에는 쓰지만 적에게 내주면 또 피곤해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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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로 흥한 자 이미지로 망할지어다.. 그이의 이미지에 놀아난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있는 중이오!』 |
저런 중간계를 잘 단속하는 것이 정치 잘하는 건데 DJ가 중간계 단속을 잘했습니다. 노무현은 단속을 전혀 안하지요. 그 더럽다는 ‘정치’를 안하는 거에요. 그래서 지지자들도 힘든거고.
중간계가 없어지면 민중이 일떠서서 그 공백을 메워줘야 합니다. 우리가 그만큼 ‘노가다’를 뛰어줘야 하는 거지요. 어쩌겠습니까? 노무현식 정치가 우리를 필요로 한다면 또한 우리가 분연히 일어서줄 밖에요.
고수는 단타를 치지만 서프의 개미들은 장기투자를 하기 때문에 유망주 발굴이 중요합니다. 단타를 치는 고수 입장에서 보면 추미애가 저러다 또 한건 올려줄지 모르므로 일희일비 하지말고 차분히 지켜보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장투를 하는 개미 입장에서는 애초에 싹수를 잘 알아봐야 합니다. 추미애는 싹수가 아닙니다. 이거 하나는 분명합니다.
추미애의 본색에 대해서 말하자면 작년 가을부터 뒷말이 시리즈로 나왔습니다. 일몽님 글에도 스치듯이 언급되어 있는데 약과입니다. 몇가지 시리즈가 더 있지만 다 말하면 명예훼손이 되겠지요.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추미애, 조순형급은 중간계에 속한다고 보고 포트폴리오 구성에 끼워줄 필요는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런 유형에 속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잘 알기 때문에 매도시점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다가 뒷통수 맞은 셈.(주식은 안하는게 버는거T.T)
장투하는 개미들은 전량매도가 정석이고 단타치는 고수들은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 되겠지요. 어쨌건 추미애는 더 논란이 되어야 합니다. 중간계를 관리하지 않는 노무현의 ‘리트머스시험지 정치’스타일로 볼 때 이런 일은 재발할 수 있으므로 추미애는 곱씹어두어야 합니다.
개미들 입장에서는 ‘될성 부른 떡잎’을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한데 이런 식으로 반면선생들에게 배우는 거지요. 알고보니 추미애는 전형적인 거품주였습니다. 자사PR로 주가 관리하는 엉터리회사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추미애를 민주당에 떠넘긴 것이 노무현의 묘수였다는 느낌도 듭니다. 덤으로 민새도 데려가라니깐.
이름쟁이님 말대로 서프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름쟁이님의 지적도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으로 의심하지 않습니다. 마녀사냥이라고 해도 할말 없다고 봅니다. 다만 서프의 문제점은 눈에 보이는 문제점이라는 사실에 희망을 발견해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이는 위험은 어떻게든 관리되지만 보이지 않는 속병은 치유가 안되거든요. 서프의 위험은 눈에 보이는 위험입니다. 어쨌든 오늘 우리들이 저지른 일을 잊지는 맙시다. 오판이면 시행착오를 오류시정하기 위하여. 올바른 판단이면 나중 두고두고 써먹기 위하여.
특검거부 그리고 파병
공명이 떠나면서 세 개의 주머니를 건네 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신지요? ‘어려움이 처하기 전에 그 주머니를 펼쳐보아서는
안된다네’ 하는 당부도 기억하시는지. 그 주머니에 뭐라고 씌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임기는 5년인데 벌써 ‘재신임 주머니’를 하나 사용해 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두 개 남았군요.
노무현은 특검을 거부할 것인가? 파병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새만금이나 핵폐기장 문제는 언제 결단할 것인가?
중앙일보를 보니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젊은 측근들과 국방부 프로페셔널과의 대결에서 국방부가 완패했으니 국방부장관은 사표를 쓰라고 호통치고 있습니다.(조동은 안봤지만 더 끔찍한 소리를 써놨겠지요.) 그 말이 맞습니다. 친미들은 빨랑 사표들 쓰고 떠나주기 바랍니다.
다만 한가지 지적하자면, 대통령이 ‘코드가 맞는 젊은 측근들’과 ‘국방부 및 외교부 관료들’과 싸움을 의도적으로 방조했을지는 모르나 그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노무현이 취한 것은 모양새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외쳐서 정책이 달라진건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 ‘공명의 주머니’라는 것이 사실은 별로 신통한게 아니거든요. 열어보면 기껏해야 ‘일단 시간을 끌어라’는 정도 밖에 안씌어져 있는 것이 뻔할 뻔자 ‘주머니의 법칙’ 아니던가요. 지금 우리가 목청을 높여서 대통령의 결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시간끌기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제가 ‘노무현의 전략’을 연재하다가 중단한 날이 9월 16일입니다. 지금 가시화되고 있는 일련의 결정들은 실은 지난 9월에 정해진 것입니다. 서영석님의 글 행간을 잘 읽어보면 다 나와있는 거에요. 조중동이 뒤늦게 뒷북을 치면서 10월에 있었던 싸움이 9월의 결정을 뒤집은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물론 개코도 모르는 자들의 헛소리입니다.
중요한건 파병반대를 넘어, 반미를 넘어, 자주의 핵을, 자주의 이념적 구심점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노무현의 ‘구시대의 막차론’은 자주의 핵이 될 능력은 없다는 뜻일 수도 있겠지요. 새로운 시대의 핵은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수 밖에.
두 번째 주머니를 풀어야 할 진짜 큰 싸움판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