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또 잘못을 저지를 거라고 믿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과거에 잘못한 것이 켕겨서 앞으로는 조심할 거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그것이다. 보수는 개인의 원맨쇼라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진보는 시스템에 의지하여 잘못을 바로잡는다. 진짜 진보와 가짜 진보를 가려낼 수 있다. 대의가 같으면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도 부둥켜안고 함께 가는게 진보다. 시스템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려서 살아남는 사람만 데리고 가는게 보수다. 한 가지 장점으로 사는게 진보고 한 가지 단점으로 죽는게 보수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그 약점을 우리가 메워야 했다. 김대중은 김종필과 손잡은 문제가 있지만 노무현이 뒤에 버티고 있는 한 별일 없겠지. 노무현 믿고 김대중 찍은거 맞다. 노무현이 감정조절이 안되지만 침착한 문재인이 받쳐주므로 문제가 없겠지. 노무현은 문재인 믿고 정치한 것 맞다. 문재인이 착해서 사람을 너무 믿는게 탈이지만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본 이재명이 바로잡을 수 있다. 이재명이 잘못한다면 내가 바로잡으면 된다. 최근 문재인 지지율이 47퍼센트인데 42퍼센트 겨우 찍는 이재명이 딴 마음을 먹을 수 있나? 남녀관계라도 그렇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안 맞는 부분은 어쩔 수 없고, 맞는 부분만 맞춰가는게 진보다. 죽고 못 사는 관계가 될 필요 없다. 나머지는 사회의 안전장치에 맡기는 거다. 보수는 완벽한 구세주와 영웅과 메시아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수동적인 자세다. 보수가 박근혜를 찍은 이유는 메시아 스토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MBC가 선거시즌에 맞추어 선덕여왕 드라마를 방영한 이유다. 선덕여왕은 형편 없는 군주였다. 거대한 사찰을 짓는 등 실정을 거듭하여 비담과 염종의 반란, 칠숙과 석품의 반란, 백제 의자왕의 공격에 거덜 났다. 나라가 망하기 직전까지 가고, 결국 가야계 김유신과 결탁한 진골 귀족에게 나라를 뺏긴다. 드라마는 반대로 해석한다. 어차피 한국인은 역사를 공부하지 않으니까. 윤석열은 보수가 선택한 거짓 구세주다. 임금과 대선후보를 여럿 죽였으니 저게 영웅이 아니면 역적일 것이라. 역적이라면 진작에 천벌을 받아 죽었을 텐데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니 영웅인가봐. 이런 식이다. 권력자의 박해를 받는 클리셰가 들어가는 메시아 스토리와 일부 부합한다. 답은 진보의 시스템에 있다. 우리가 이겨도 시스템의 재건으로 이기고 져도 시스템의 붕괴로 지는 것이다. 80년대 이후 운동권의 맥이 단절되어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 패인이라면 유튜브와 김어준과 외곽세력이 새로운 활로를 열어서 적절히 세력교체를 해주는 것이 승인이다.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선택하는 자가 아니라 선택을 요구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게임의 주최측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