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이 다른 행성에 가면 거리가 달라지고, 다른 나라에 가면 물가가 달라진다. 그런데 우리는 돈이, 시간이 뭔지 몰라도 잘만 쓴다.
물리학에서의 시간은 거리(두 지점)에 대한 거시기를 말한다. 거시기가 뭐여? 이 개념은 뉴턴이 만들어낸 것이다. 뭐 그전부터 있었겠지만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 시간은 거리의 가치가 된다. 역시나 제논이 나온다. 아킬레스와 거북이는 각각의 거리를 가지고 있다. 자 둘을 비교해보자. 아킬레스가 더 길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킬레스 다리가 더 기네. 과연 그럴까? 먼저 거리가 뭔지를 알아봐야 한다.
사실 우리가 거리라고 하는 것은 그냥 거리가 아니다. 어떤 둘은 원리적으로 비교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둘은 아직 어떤 하나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빈과 이금재 중 누가 더 나을까?"라는 질문은 멍청한 것이다. 왜냐하면 뭐가 더 낫지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다시 거리로 돌아오자. 아킬레스와 거북이 중 누가 더 길지? 아킬레스의 길이가 더 길다. 우리는 이 말에서 위화감을 느껴야 한다. 우리는 장난으로 대구가 대구했네라고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언어가 파괴된다. 이게 뭔 개소리야. 길이가 더 길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길이를 느낀다는 것이 문제다. 뭐냐 이건. 뭔가 동어반복이 있으면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뭔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리는 이미 시간이 반영된 것이다. 즉 시간(제3의 거리를)을 맥락으로 두어 거리를 하방정의(연역)하고 아킬레스와 거북이를 비교하였다. 구체적으로 시간이 뭐냐는 질문은 하지말라. 시간은 원래 추상적인 것이다. 그래 추상적인게 뭐냐니깐? 이런 걸 물리학에서는 속도라고 한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제논은 두 거리를 관통하는 시간을 빼놓고 아킬레스와 거북이를 상호참조를 하는 말장난을 하였다. 이런 걸 순환논증의 오류라고 한다. 논리가 순환하지 않으려면 간단하다. 둘을 단번에 꿰는 상위 논리를 발견하면 된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어요. 왜냐하면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변동성이 작다면 사람들은 투자하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투자하려면 변동성이 커야 하고요. 모순인 거죠."
그럴 듯 하지만, 좋은 설명이 아니다. 이래가지고는 순환 논증을 벗어날 수 없다. 이 사람은 지금 자산과 화폐가 모순관계에 있으므로 비트코인은 자산에 가깝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반례가 너무 쉽게 찾아진다. 달러에 투자하는 놈도 있기 때문이다. 뭐? 그런 게 어딨냐고? 국채 있잖아. 국채가 왜 달러냐고? 그것도 모르면 투자 하지 말라. 여기서도 마찬가지.
"뭔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어떤 두 재화를 비교해보자. 거리에 대한 예시와 마찬가지로 두 재화는 비교될 수 없다. 둘을 비교하려면 제3의 재화가 있어야 한다. 이때 제3의 재화는 클래스가 다르다. 법정에 선 두 사람(원고/피고)과 증인의 클래스가 다른 것이 이렇다. 증인은 두 당사자와는 어떠한 이익관계도 성립되지 않는 경우에만 지목이 가능한 것이다.
증인: 경험에 의하여 알게 된 사실을 법원의 신문(訊問)에 대하여 진술하도록 명령받은 소송 당사자 아닌 제3자.
두 재화는 직접적으로 비교될 수 없기 때문에 돈이라는 기준을 둔다. 원리적으로는 간접 비교만 가능하다. 그래서 돈은 재화 가치의 기준이 된다. 이제 좀 분명하다. 자 이 관점에서 화폐의 가치는 뭘까? 우리는 한번 더 미분을 해야 한다. 뭔 소리냐.
거리를 미분하면 속도가 되고 속도를 미분하면 가속도가 되는데, 가속도와 중력가속도가 같다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다. 즉 지구에서 거리는 중력에 의한 등가원리에 의한다. 뭔 말이냐고? 중력이 다른 행성에 가면 거리가 달라진단 말이다. 우리가 다른 행성에 갈 일이 별로 없어서 잘 못 느끼는 거지, 해외여행 가듯이 갈 수 있다면 물가 차이처럼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번에 이해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냥 추상화 되는 어떤 게 있구나 해도 된다. <등가원리> 화폐가 재화의 가치라면 국가는 화폐의 가치가 된다. 뭔 말이냐. 환율이 있다는 말이다. 재화는 국내 가치와 국제 가치가 따로 있다는 말. 당연한 소리지만 정리하면 좀 쉽게 이해가 된다. 위의 그림과 연관하자면
재화 -> 화폐 -> 국가(인)
거리가 중력에 따라 달라지듯이, 물가는 국가에 따라 다른 것이다. 자 이제 이 공식을 코인에 가져다보자. 잊지말라. 우리는 공식을 쓰는 사람이다.
코인 -> 공인화폐 -> 지구인(특히 아나키스트)
이렇게 보니 코인은 자산이 맞다. 즉 재화가 되겠다. 일반 재화와 조금 다른 것은 뒷배가 지구인이라는 것. 그러면 코인의 가치가 올라가려면? 지구인이 인정해줘야 한다. 지구인이 인정하려면? 코인이 어디엔가는 쓸모가 있어야 한다. 모든 인류가 코인을 인정할 리는 없다. 우리 어무이는 만원이 가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코인이 뭔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인류가 코인 앞에서 골머리를 앓은 것이 암호화폐의 진짜 가치다. 바로 아나키스트의 역할이다. 나름 견제를 한다. 그린피스가 뻘짓을 하는 것 같아도 개뻘짓은 아니라는게 최근에 드러났다. 돈이란 뭔가? 모두 개소리를 하고 있다. 코인이 화폐가 되려면 변동성이 작아야 하는게 아니라 뒷배가 있어야 한다. 달러가 미국이라는 뒷배를 가지듯이 코인도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코인은 태생적으로 무정부주의다.
무정부주의자가 잔뜩 모여서 코인의 가치를 주장한다. 근데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짐바브웨 사람들도 한때 주장했지만 모두 묵살되었다. 야, 니네는 생산력이 없잖아? 힘도 없는게 무슨 가치를 논하냐? 요새 한국이 잘나간다. 한국은행이 적극 개입하여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환율 변동이 국가 가치 상승만큼 오르지는 않겠지만 원화의 가치는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다. 근데 베네수엘라는 이게 안 된다. 경제가 안 되어 국제정치력이 없는 것이다. 복지를 어쩌고 하는 소리는 생각할 가치도 없으므로 논하지 말라. 석유 장사로 대접받다가 미국한테 팽당해서 바보 된 케이스다.
암호화폐의 가치를 받침할 뒷배가 불분명한게 코인의 본질적인 맹점이다. 게임스톱 사태에서 배워야 한다. 공매도 세력에 맞서 서학개미 + 동학개미가 게임스톱 주가를 잔뜩 올렸던 것을 기억하라. 일론머스크의 트윗 한방으로 공매도는 GG를 쳤다. 5달러 하던 게 500달러까지 올라갔다. 현재는? 249달러선. 게임스톱 주가는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까? 뭐 회사 운영 잘하면 올라가겠지. 공매도 파리는 이제 안 붙을 거고.
"암호자산은 가치 저장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쯤 되면 이 말이 얼마나 근거없는 주장인지를 알 수 있다. 가치를 저장한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방구인가? 아마 보안성이 우수하여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걸 말하는 것 같은데, 잘 생각해보면 달러와 다이아, 주식도 위변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끔 위조지폐 만드는 놈 있는데, 전체 시장 크기를 생각하면 벼룩의 간 정도 될라나.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국제 거래가 가능하다. 물리적 자산에 비해 거래 속도가 빠르다."
금과 다이아, 달러도 똑같이 가능하다. 실물 금을 싸들고 거래소를 가는 사람은 없다. 금은 은행에 있고 그냥 증서만 주고 받는다. 그리고 증서의 보안은 잘 유지되고 있다. 주식이나 금 거래하면서 위변조로 문제 생기는 건 본 적이 없다. 일본에서는 전기 나가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는 데, 그래봤자 전체 시장을 생각하면 별거 아니다.
"달러는 미국이 인위적으로 조정한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보라. 문제를 만든 금융권 당사자들은 정부가 구제했지만 개미들은 뭐냐? 피똥 싼 거 아니냐? 정부는 언제나 힘있는 자들만 구제한다. 그러므로 탈중앙 화폐가 필요하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탈중앙이라는 게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느꼈을 거라고 본다. "Good is good, Bad is good"이란 말이 유행한단다. 주가가 올라가면 좋고, 주가가 떨어져도 국가가 받쳐줄 것이니(양적완화) 무조건 좋다는 뜻이라나. 주식시장에서는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이란다. 타이밍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간들이 혜택을 보는게 현대의 경제 논리다
모더니즘 있으면 포스트 모더니즘 있는 법이고 고전주의 있으면 낭만주의 있는 법이다. 보통은 저 개념이 반대라고 생각하지만 정반합의 개념에서 알 수 있듯이 둘은 한 몸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 하지만 포스트들도 나름 역사에 대하여 지분이 있다. 암호화폐도 이와 같다. 나름 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나키스트가 주류가 되는 꼴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뭐 가끔은 환경주의자도 목소리를 내더라만.
주류 화폐를 견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안철수도 나름 신선한 적이 있었고 여전히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을 주고 있다. 의리없는 놈들 같으니. 안철수도 일종의 아나키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딱 하는 짓이 그렇잖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놈. 그래, 무릎팍도사 나오고 박원순 도울 때는 나도 속았다. 아무튼 게임스톱 돕겠다고(?) 상투 잡은 놈들만 불쌍한 것. 도울라믄 빨랑 돕든가. 상투를 잡고 그래. 슈카가 그러던데, 투자시장에서 다음 기회는 또 온다고. 그때 잘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