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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62 vote 0 2021.05.09 (12:28:05)

    한강 의대생의 죽음


    누군가 휴대폰을 한강에 던졌다. 휴대폰을 찾으려고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추위에 몸이 굳어서 나오지 못했다. 이것이 가장 상식적인 추론이다. 술김에 휴대폰 던지는 사람 많다. 벌써 아이폰을 두 개나 찾았잖아. 음주상태에서 판단력이 흐려지므로 별일이 다 일어난다.


    자기 휴대폰을 던졌으면 무리하게 찾지 않을 것이다. 남의 휴대폰을 던졌기 때문에 찾으려고 물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을 사망자의 친구는 알고 있는가? 필름이 끊겨도 파편적인 기억이 남아있다. 살인자로 몰아붙이면 일부 기억이 돌아와도 말하지 않는다.


    휴대폰을 찾아도 스모킹 건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사망자의 아버지가 별 이야기를 다 했는데 그중에 납득할만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 살인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강은 사람 죽이기 좋은 공간이 아니다. 살인의 동기가 없고 살인할 수단이 없다. 사람이 원래 잘 안 죽는다.


    충동적인 자살이 아니면 우발적인 몸싸움 가능성이 있다. 누가 봐도 단순 사고사인데 살인으로 몰아 생사람 잡으려는 행동은 선을 넘은 것이다. 이하늘과 김창열의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김창열은 원래 나쁜 놈이지만 결혼해서 가족이 있는데 그 일은 이하늘의 잘못이다.


    김창열이 아이디어를 냈지만 셋 중 하나가 빠진 상태에서 형제가 하는 일에 김창열이 끼는 것은 어색하다. 원래 나쁜 놈인 김창열이 돈을 빼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대로 진행했다면 형제가 작당하고 김창열의 돈을 빼먹는 모양새가 된다. 말이 친구지 무슨 친구냐.


    이하늘은 본인이 잘못해놓고 김창열에게 화를 낸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한다. 잘못한 사람이 화를 내는 일은 흔하다. 왜 화를 낼까? 화가 나니까 화를 내는 것이다. 왜 화가 날까? 스트레스받기 때문이다. 왜 스트레스받을까? 자신이 동생을 챙겨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망자 부친이 화를 내는 심리적 배경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은 상대가 잘못했을 때 화를 내는게 아니다. 그냥 화가 나면 화를 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화가 난다. 화를 내지 않으면 내가 숨 막혀 죽을 것 같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문제는 제 3자들의 대응이다.


    사건과 무관한 제 3자인 언론과 네티즌들이 태연하게 사람을 모함하고 의심하고 매장하는 짓을 벌인다면 인간실격이다. 조국, 정봉주, 한명숙, 박원순, 노회찬, 노무현은 그러한 의심과 낙인찍기와 프레임 굳히기와 마녀사냥의 희생자다. 대중이 화나면 정치인이 죽는다.


    드레퓌스가 독일의 간첩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프랑스는 보불전쟁에 졌고 그래서 대중이 화가 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간첩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논리학의 영역이 아니라 분노의 풍선효과 폭탄돌리기가 마지막에 누구에게로 향할지를 따지는 물리학의 영역이다.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이 갈라지는 지점이 여기다. 함부로 의심하고 돌팔매질하는 것은 상대방을 자극하여 반응을 끌어내려는 인간의 본능이다. 능동적으로 사유하고 주도적으로 해법을 제시하는게 맞지만 보통은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수동적인 포지션을 잡는다.


    약자 포지션에서 상대가 반응할 때까지 자극의 강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세상이 흉흉해지는 원인이다. 남북한이든 한일관계든 미중관계든 여야관계든 전부 그러고 나자빠져 있다. 20대의 남녀대결도 마찬가지다. 죄다 피해자가 되어 애들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으니 수술대에 누운 환자나 다름없고 멀쩡한 네가 알아서 해법을 제시해 봐 이러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환자로 규정하기를 경쟁하고 있다. 내가 더 환자라니까. 나는 아주 돌았다니깐. 난 제정신이 아니라니깐. 이러고 나자빠진 것이다.


    지성을 보여주는 나라는 없다. 남한도 북한도 중국도 미국도 일본도 유럽도 환자를 자처하기는 매일반이다. 중국 - 우린 아편전쟁 때부터 매 맞았어. 미국 - 우린 일본, 한국에 삥을 뜯기고 있어. 북한 - 종전이 안되니까 죽겠어. 일본 - 한국이 70년 전의 일을 물고 늘어지네. 


    동물적 본능을 극복하는가 그렇지 못한지가 공자가 말한 극기복례의 의미다. 의심이 든다고 의심하는게 소인배다. 똥이 마려워도 때로는 참아야 하고 의심이 들어도 때로는 참아야 한다. 민완형사라면 벼라별 개소리를 다 들어봐서 무책임한 돌 던지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의연한 프로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봤지 않은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집단 안에서 어떤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는 소인배 포지션인가, 아니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 포지션인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나약한 군중이 되지 말고 강한 개인이 되어야 한다. 대중은 집단의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맡았으므로 그러는 것이다. 일단 판돈을 올린다. 못 먹어도 고! 리더는 분별력이 필요하다. 한국이 지구촌 인류의 리더가 되려면 스스로 변해야 한다.


    과거의 타진요 소동이 떠오른다. 그때 왓비컴즈에게 낚여서 부화뇌동한 무리 중에 사과한 사람 몇이나 있나? 대법원판결까지 가서 국가의 자원을 얼마나 낭비했는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발언은 인기가 없지만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으니 나라도 말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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