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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748 vote 0 2020.12.17 (12:03:56)

    진중권이 비뚤어진 이유


    필자가 20년 전에 일찌감치 진중권의 변절을 예견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인간은 환경에 지배되는 동물이다. 그 역시 별수 없는 인간이었다. 물리적 조건에서 1센티도 벗어나지 못한다. 호르몬이 결정한다. 진중권의 문제는 밀어야 할 자기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다.


    미학을 팔았지만 남의 것을 판매하는 지식 중개상에 불과하다. 그는 네티즌을 이용하려고 했다. 안티조선을 주도하여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얻으려고 한 것이다. 그러다가 많은 네티즌과 격돌했는데 판판이 다 깨졌다. 네티즌들이 따르지 않아서 상처를 입은 것이다. 


    문제는 승복하지 않는 거다. 한 명 한 명은 진중권이 이길 수 있다. 학벌로 찍어누르거나 지식을 동원하여 팩트폭력으로 조지면 된다. 그러나 여럿을 이길 수는 없다. 각자 자기 전문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밀리터리 전문가 나와주시고, 삼국지 전문가 나와 주신다. 


    독서량이 부족한 진중권은 말싸움에 밀리지만 승복하지 않는다. 내가 독일에서 공부하기 바쁜데 삼국지 읽고 수호지 읽어야 되냐? 이런 식이다. 사실 전문분야 지식은 의미 없다. 정치는 종합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전문분야가 모여 집단지성이 만들어지면? 


    간단히 말해서 진중권은 김어준에게 깨진 것이다. 김어준은 종합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밑바닥 경험에서 다져진 철학이 있고 방향판단이 가능하다.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것이 있다. 그게 자기 콘텐츠다. 나는 구조론이라는 콘텐츠가 있다. 진중권은 없다. 


    밀어야 할 핵심이 없다. 지식으로 현재를 분석할 수는 있는데 철학으로 미래를 예견하지는 못한다. 주둥이는 있는데 더듬이가 없다. 단독 리사이틀은 전문 분야 지식인에게 깨지고, 거대한 오케스트라는 김어준에게 깨지고, 살롱에서 현악사중주 정도가 적당하다.


    자기 사이즈에 맞는 정당이 정의당이다. 큰물로 나오면 깨진다. 구석에서 조용하게 활약한다. 그러면서 큰물에서 노는 김어준을 질투한다. 장관까지 가버린 유시민과 조국에 열패감을 느낀다. 수준대로 놀아야 한다. 자기 사상이 없는 사람은 백 퍼센트 변절한다. 


    조선 시대의 제승방략과 같다. 현지 지휘관이 병사를 모아놓으면 중앙에서 내려와서 지휘한다. 그게 될 리가 있나? 근본적 오류가 있다. 병사는 자신의 직속상관 외에는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 이게 문제다. 함경도의 신립이 갑자기 충청도 병사를 통제할 수는 없다. 


    탄금대에서 깨진 이유다. 신립 장군은 승자총통 집중사격에 이은 기병돌격으로 여진족을 분쇄했다. 신립이 자신의 주특기인 기병돌격을 감행했다가 조총사격에 말렸다. 문경새재 놔두고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친 것은 직속부하가 아닌 병사들이 도주할까 봐서였다. 


    현지 지형을 모르는 문제도 있지만 자신의 주특기인 기병돌격을 써보고 싶어서 평야에서 싸운 것이다. 사실은 문경새재를 넘어가서 고모산성에서 막아야 했는데 늦었다. 문경새재의 관문은 임진왜란 후에 만들어진 것이고 새재는 천험의 요새가 아니라 고속도로다. 


    문경새재를 넘어 경상도로 이동하면 병사들이 산골에서 흩어진다. 마속이 산꼭대기에 진을 친 것도 같다. 지휘 경험이 없는 애송이를 병사들이 따르지 않으니까 도주 우려가 없는 산꼭대기에 진을 친 것이다. 권율 장군이 지휘하는 전라도 병사는 도망치지 않았다. 


   원래부터 데리고 있는 직속부하이기 때문이다. 통제가능성의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호르몬의 문제다. 논리고 이성이고 나발이고 간에 그거 본능적으로 안 된다. 옳고 그르고 간에 안 된다. 해봐라. 되는가? 현장을 모르는 자들이 온라인에서 개소리를 하는 것이다. 


    '문재인이 문빠들을 모아놓으면 내가 지휘해 주겠어.' 안철수 생각이다. 그게 될 리가 있나? 제승방략 마인드 가진 사람이 아직도 많다. 그들은 병사를 지휘해 본 경험이 없다. 인간은 원래 직속상관 외에 죽어보자고 말 안 듣는다. 호르몬 문제니까 인정해야 한다. 


    주체성인가 타자성인가, 내 부하인가 남의 사람인가, 내 콘텐츠인가 남의 콘텐츠인가, 여기서 가는 길이 갈린다. 자기 콘텐츠가 없는 사람은 백 퍼센트 배신한다. 자기 직속부하가 없는 사람은 백 퍼센트 배신한다. 인간들은 원래 남의 말을 절대로 안 듣기 때문이다.


    호르몬과는 싸우지 말라. 현장을 모르는 책상물림 샌님들이 항상 오판하는게 이런 것이다. 진중권은 네티즌들이 도무지 말을 안 들으니까 왜 내 말을 안 듣지? 왜 나를 따르지 않지? 이렇게 된 것이다. 대중에 대한 환멸과 혐오다. 인간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이다. 


    김어준처럼 자기 콘텐츠가 있는 사람은 직속부하를 만든다. 직속부하는 따른다. 말을 듣는다. 김어준의 엉터리 음모론은 듣고 왜 내 똑똑한 말은 안 듣지? 중권생각. 자기 콘텐츠가 없으므로 동료들에게 역할을 나눠주지 못하고 혼자 독주하므로 말을 안 듣는 거다. 


    의리를 지키는 사람과 배신할 사람은 3초 안에 분별된다. 딱 보면 안다. 얼굴에 배신이라고 씌어져 있다. 배신자의 특징은 자신의 고유한 정치적 자산이 없이 남의 것을 해 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말싸움에 이겨서 상대방을 설득하면 된다고 순진하게 믿는다. 초딩이냐? 


    인간들 원래 말을 안 듣는다. 그래서 중권들은 화를 내고 배신한다. 내 말을 듣지 않은 대중이 잘못했다 하고 책임을 전가한다. 필자가 87년에 김대중을 지지한 이유가 같다. 김영삼은 얼굴에 배신이라고 써놨다. 김대중은 평화노선이 있다. 자기 콘텐츠가 있다.


    김영삼은? 박정희 반대가 콘텐츠라고? 그딴건 안 쳐준다. 노무현이 편안히 김영삼을 떠난 이유다. 자기 사상을 가진 사람은 믿을 수 있다. 따르는 사람이 있고 세력이 만들어지고 그게 정치인의 자산이다. 따르는 무리에게 역할을 나눠준다. 팀플레이 하는 것이다.


    수십 년을 연마한 기술이 있는 사람은 쉽게 업종을 바꾸지 않는다. 기술을 물려줄 후배가 있기 때문이다. 남의 돈으로 장사하는 사람은 손바닥 뒤집듯이 업종을 바꾼다. 요즘은 엽기떡볶이가 유행이라는데 바꿔봐? 코로나19에 배달도 좋고. 배신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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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가분님의 페북글을 요약해설하면


    <윤석열이 한국사회와 진보세력에 의미하는 것>


    1. 윤석열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행간을 읽으면 자기는 조직에 충성하는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2. 한국 사회의 병폐는 민주적 통제를 따르지 않는 엘리트 집단이 '우리가 남이가' 패거리 정신으로 뭉쳐 조직에만 충성한다는 점이다. 제국주의 시절 내각의 통제를 따르지 않은 일본 군부의 폭주와 같다.


    3. 검찰은 증거를 가지고 기소만 하면 되는 공무원이다. 주민센터 공무원과 다르지 않다. 이들이 기소와 수사를 가지고 '정무적 판단'을 한다면 그게 반역이다.


    4. 시험 하나 잘 봤다고 국민 머리꼭지 위에 군림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엘리트들의 폭주가 가장 위험하다.


    5. 윤석열은 한국사회가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징검다리요 중간보스다. 최종보스는 그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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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군부 중에 특히 악명이 높은 황도파 중에도 하급장교들은 주로 동북지역의 가난한 농민들이 굶주리다가 먹는 입 하나 덜려고 강제로 입대시켰기 때문에 삿초동맹으로 뭉친 관료들과 재벌에 대한 분노가 상당했다. 


    패거리를 이루고 똘똘 뭉친 이유다. 홍준표처럼 밥을 쫄쫄 굶으면서 남들이 데모할 때 공부만 해서 어렵게 고시에 붙어서 벼락출세한 검사들과 정서가 같다. 그들은 악에 받쳐 있다.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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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것은 우리가 척결하려 하는 개혁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심판하려 하는 주체의 역량이다. 적들이 얼마나 나쁜지는 중요하지 않다. 반대편을 보라.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그만한 역량과 자격을 갖추었는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십분 통제할 수 있는가? 


    시험대에 오른 것은 검찰이 아니라 우리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그들을 의심하듯이 그들도 우리를 경계한다. 우리가 그들을 개혁하듯 그들도 우리를 건드리려고 한다. 우리가 통제되지 않는 사설권력들에 던지는 질문은 그대로 우리 자신에게 되돌려진다. 


    우리는 비뚤어진 검찰과 재벌과 기레기를 해결하고 각자 시골로 돌아가 농사를 지을 것이 아니라 광장을 지키고 그대로 주둔하며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야 한다. 여기서 질문이 돌아오는 것이다. 너희들 언제 해산할 거야? 조금 떠들다 시들하면 집에 갈 거면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려면 보따리도 찾아주고 취직도 시켜줘야 한다. 결혼까지 해줘야 한다. 집접거리다가 마는게 고약하다. 국민이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이다. 조금 도와주고 할 일 다 했네 생색만 내고 뻐기다가 집에 가겠지. 우리를 내팽개치고 잊어버리겠지. 


    우리는 초야에 묻힌 선비가 아니라 광장을 지키는 지성이라야 한다. 우리는 해산하지 않는 군대다. 답은 상호작용에 있다. 우리가 검찰을 개혁할 때 검찰이 우리를 개혁한다. 우리는 충분히 개혁되었나? 팽팽한 긴장이 유지되는 동안은 타락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 


    우리는 적과 싸울 뿐 아니라 작은 성과에 만족하고 멈추려는 자신과도 싸워야 한다.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고, 돌고 있는 팽이는 쓰러지지 않는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으며 끝끝내 바다를 만난다. 날고 있는 새는 균형을 잃지 않는다. 움직임을 멈출 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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