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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261 vote 0 2020.12.04 (12:13:44)

      

    전략의 기본


    진보냐, 보수냐? 전략이냐, 전술이냐? 관계의 연결이냐, 관계의 단절이냐? 딜레마다. 이익과 권력의 균형 때문이다. 눈앞의 확실한 이익과 먼 훗날의 불확실한 권력 중에서 눈앞의 이익을 버리고 나중의 권력을 도모하는게 전략이다. 금과 은이 있다. 금을 취하는게 맞다. 


    그런데 불확실하다. 눈앞의 은이 확실하다. 이렇게 되면 갈등은 시작된다. 인간사회의 온갖 논란과 허다한 투쟁이 이 하나의 딜레마로 수렴된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관계도 변한다. 관계를 내게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다. 다만 비용이 든다. 


    당장 손실이 발생하지만 나중 이득으로 돌아온다. 관계를 연결하면 공유된다. 이익은 공유에 따른 효율성에서 나온다. 권력은 효율성의 이익을 양보하는 대신 공유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익을 미끼로 상대방을 조종하는 것이다. 이익을 제공하고 대신 말을 듣도록 한다.

 

    당장은 손해를 본다. 대신 내가 원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 그게 백퍼센트 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확률이 있으므로 반복하면 언젠가 된다. 내가 실패한다 해도 자식이나 동료가 대신 성공시킬 수 있다. 그런데 자식이나 동료를 믿을 수 있나? 그래서 의리가 필요한 것이다. 


    주인이 간식으로 개를 길들이는 것은 권력이다. 개가 간식을 먹는 것은 이익이다. 개가 간식만 얻어먹고 주인한테 덤비면? 개가 윤석열이면? 확률을 믿고 모험을 걸어갈 수밖에. 권력과 이익 중에서 선택하라면 당연히 권력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당장 그럴 수가 없다.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살고 봐야 하니까. 이론과 현실의 딜레마다. 수학적으로는 답이 정해져 있다. 진보가 옳고, 전략이 옳고, 연결이 옳고, 권력이 옳고, 보편이 옳고, 개방이 옳고, 확률이 옳고, 의리가 옳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이론대로는 잘 안 된다. 


    여러 전제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바둑을 둔다고 치자. 무조건 중앙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연결된다. 그러나 중앙으로 나오면 죽는다. 일단 귀에서 살고 봐야 한다. 그러다가 중앙으로 뛰쳐나오지 못하고 변으로 살살 기어 다니다가 집 부족으로 말라 죽는게 보통이다.


    일단 귀에서 살고 적절한 때 중앙으로 치고 나와야 한다. 처음은 보수로 살살 기다가 타이밍을 잡아서 진보로 갈아타고 모험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 그건 박지원이나 하고 추미애나 하는 고급기술이다. 방향성의 원리 때문이다. 시공간에 쫓기기 때문이다. 


    한 번 변으로 기는 사람은 계속 변으로 기게 되어 있다. 한번 실리를 취하면 계속 실리를 바라게 되어 있다. 공간의 궁지에 몰리고 시간의 초읽기에 쫓기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부족이다. 인간은 다르다. 젊어서는 진보하다가 나이가 들면 보수한다. 바둑은 그 반대로 간다.


    젊어서는 보수로 두 집을 내고 살았다가 나이가 들면 두루 연결하여 대세력작전으로 진보한다. 인간은 부모의 도움 때문에 가능하다. 에너지 고갈이 아니다. 집 부족 사태가 아니다. 여유가 있다. 처음부터 중앙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부모가 도와준다면 어떨까? 


    금수저가 낙하산 타고 떨어지면 어떨까? 인간은 집단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슬러서 선진보 후보수가 가능한 특별한 동물이다. 자연은 선보수 후진보로 가는데 선보수만 하다가 말라 죽는다. 후진보로 못 가고 그냥 죽는다. 엔트로피의 법칙 때문이다. 


    생물의 진화는 유전자가 전략을 구사하여 엔트로피를 역으로 찌르지만 예외적인 경우고 자연은 원래 망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언젠가 망한다. 태양계도 망하고 은하계도 망한다. 인간만 특별히 가족과 이웃과 국가 도움으로 진보하는 것이다. 다만 자연법칙은 유효하다.


    언제나 진보에서 보수로 갈 뿐 외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는 보수에서 진보로 못 가는 자연법칙을 이용할 수 있다. 사슴은 직선으로만 간다. 늑대는 이러한 약점을 이용한다. 인간이 고립되면 항상 보수로만 간다. 이런 약점을 이용하는게 전략이다. 미끼를 투척하면 문다.


    붕어만 그런게 아니다. 인간들 대부분 그렇다. 3초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미끼를 물어버린다. 진중권도 나이 들고 친구가 없어지면 보수가 된다.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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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관계다. 관계는 구조다. 구조는 대칭이다. 대칭은 갈등이다. 갈등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힘이다. 힘은 운동이다. 운동은 진보다. 단기적, 국지적, 부분적으로는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장기적, 전면적, 보편적으로는 이렇게 된다. 


    인간이 보수하는 이유는 보수가 더 쉽기 때문이다. 인간이 진보하는 이유는 긴 호흡으로 보면 상호작용 과정을 거쳐 결국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각자 이익을 탐하면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진보로 나타난다. 단 그러한 내막을 알고 가는 자와 모르고 가는 자가 있을 뿐이다. 


    공부보다 컨닝이 쉽지만 컨닝페이퍼 만들다가 공부하게 된다. 보수하려다가 진보하게 된다. 알고 가는 자는 태연하고 모르고 가는 자는 좌충우돌 한다.


    개인은 보수가 쉽지만 집단은 진보가 이긴다. 진보는 팀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살을 내주고 뼈를 베는게 팀플레이다. 일대일로 붙으면 보수가 이긴다. 그런데 진보는 의리가 있다. 한 명이 동료를 위해 희생한다. 그러므로 결국 진보가 팀플레이로 이기고 살아남는 것이다. 


    개인은 보수할 수 있다. 둘이 모이면 진보해야 한다. 둘이 모였는데도 보수한다면? 서로를 죽인다. 죽이는게 보수다. 그래서 죽인다. 의리가 없기 때문이다. 의리는 희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진보와 보수가 있지만 남들 앞에서 말할 때는 진보만 말해야 한다. 진보는 공이고 보수는 사다. 공사구분 해야 한다. 국제관계에서 인류의 공익을 추구할 것이냐 대한민국의 사익을 추구할 것이냐? 보통 이걸로 싸운다. 미국과 일본은 보수정권 하에서 사익을 추구하다가 왕따가 되었다. 


    드러내놓고 사를 추구하면 응징당한다. 드러내놓고 보수를 떠드는 자는 죽는다.


    손자병법은 전술의 기본을 속임수라고 했다. 반대로 전략의 기본은 의리다. 남들 앞에서는 의리를 말하고 뒷구멍으로 사익을 추구하는게 인간의 본질이다. 공적 공간에서 사익을 떠드는 자는 뻔뻔한 자다.


[레벨:9]회사원

2020.12.04 (14:03:09)

당장은 손해를 본다. 대신 내가 원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 그게 백퍼센트 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확률이 있으므로 반복하면 언젠가 된다.

처음부터 중앙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부모가 도와준다면 어떨까? 금수저가 낙하산 타고 떨어지면 어떨까? 인간은 집단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슬러서 선진보 후보수가 가능한 특별한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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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딜레마였죠. 당장의 은이냐 아니면 훗날의 금이냐. 

집안이 좋고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 되는 사람들은 일단 1. 무엇이 금인지 잘 알았고, 2. 훗날의 금을 노리고 플랜을 짤 수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흙수저 비슷한데, 1. 무엇이 금인지는 조언을 구해 대강 눈치 채고 있었지만 2. 이게 안되서 실행이 안되었습니다. 2번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야 금을 향한 확률적 테크트리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만... 말입니다. 


근데 사람들이 훗날의 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대강 거의 알고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일단 은을 가져본 사람들은 알더라구요. 금을 가질걸 그랬다고, 내가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금을 가진다고... 그것이 그들이 은을 이미 가져서 그런소리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하여튼 전략에 관한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결국 에너지 총량싸움 같습니다. 금을 향해 가려해도 당장의 에너지 부족을 해결해야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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