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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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325 vote 1 2019.11.26 (22:04:24)


    구하라의 죽음


    세상을 등진 연예인이 4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게 다 악플러 때문일까? 에너지는 개인이 아닌 집단에서 나온다. 집단의 나쁜 공기가 사람을 죽인다. 그 공기는 누가 만들었을까? 가장 큰 책임은 소속사와 방송사에 있다. 한두 사람이 죽었다면 악플러를 탓하겠지만 40명이 죽었다면 더 큰 숨겨진 그림을 봐야 한다. 들추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원래 연예인은 스타다. 스타는 하늘의 별이다. 그들은 예술가이며 예술가는 전위에 선다. 예술은 성역이며 예술가에게는 무한의 자유가 주어진다. 그들은 인류에게 허용된 한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탐색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사회는 연예인들에게 관대해야 한다. 얻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이야기다.


    남의 나라 헐리우드 이야기다. 한국에서 연예인은 노예다. 소속사에 붙잡혀 있다. 방송사에서 길들여져 있다. 그들은 개인의 캐릭터를 만들지 못한다. 소속사가 만들어주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방송사가 강제하는 가짜 얼굴에 적응해야 한다. 김혜자는 혜자스러워야 한다. 담배도 피고 술도 먹는 화끈한 김혜자는 있을 수 없다. 


    평생을 전원일기에 갇혀 살아야 한다. 연예인을 공인이라며 타인의 모범이 되라고 한다. 이는 죽으라는 말이다. 연예인은 끼가 있어야 하고 그 끼는 사회의 인습을 타파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용감하게 넘는 것이다. 그것을 시도하지 못한다면 연예인의 자격이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한다. 소속사 때문이다.


    자기 캐릭터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내가 사고를 쳤다고 하자. 누가 항의하면 나는 이렇게 대꾸한다. 몰랐어? 나 원래 그런 놈이야. 이건 내 캐릭터라고.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소속사에 매이고 방송사에 잡히는 순간 자신을 방어할 방법은 없다. 사람이 욕 좀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 손가락질받는다고 죽지 않는다.


    사람은 언제 죽는가? 죽어라고 강요할 때 죽는다. 욕을 먹어도 살고 손가락질받아도 살지만 죽어라고 하면 죽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다. 더 큰 사고를 치고도 뻔뻔스럽게 잘 사는 인간이 많다. 욕은 나경원이 더 많이 먹었다. 악플은 황교안이 더 많이 받는다. 그들은 이명박처럼 죽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니까.


    이언주라면 욕먹을 짓만 골라 한다. 그게 목적이니까. 설리와 구하라의 죽음은 소속사와 방송사에 의한 타살이다. 자기 캐릭터를 밀지 못하고 거짓 행동을 강요당하고 억지웃음을 짓는다. 코미디언은 부모가 돌아가도 사람을 웃겨야 한다. 본인은 괜찮은데 동료가 말한다. 저 사람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방송에서 웃어야 했어.


    그건 슬픈거지. 이렇게 말하면 슬픈 사람은 누구일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방송에서 울어야 할까? 아니면 캐릭터대로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최신개그를 선보여야 할까? 남들의 입방정이 문제다. 코미디언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억지로 웃어야 했어 하며 신파조로 관객의 눈물을 끌어내는 그 행동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분위기 잡아주면 환경에 맞춘다. 신파조로 밀면 신파에 갇힌다. 자신을 공격하게 된다. 가면을 쓰도록 강요하는 환경이 사람을 죽인다. 아버지가 죽었으니 돌아가신 아버지를 웃겨드려야지 왜 내가 울어야 하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까? 어느 기준에도 맞추지 못할 때 인간은 죽는다. 수레바퀴에 치여 죽는 것이다.

    

    소속사와 방송사의 권력에 밀려 갑이 아니고 을의 신세일 때 계속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 연예인은 전위에 서는 예술가다. 전위에 서지 못할 때 죽는다. 인간계를 떠나 신계로 올라서지 못할 때 죽는다. 주변에서 죽어라고 강요하므로 죽는 것이다. 연예인이 갑이고 권력자이고 명령하는 자일 때 죽지 않는다. 모험가는 죽지 않는다.


    탐험가는 죽지 않는다. 도전자는 죽지 않는다. 연예인이 손가락질받았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쪽팔려 죽는 것도 아니고 공격받아 죽는 것도 아니다. 죽어라고 하니까 죽는 것이다. 주변의 열 사람이 입을 모아 '너 죽어' 하면 죽는 게 인간이다. 권력자가 아니므로 죽는 것이다. 연예인 위에 군림하는 일체의 거짓들은 사라져야 한다. 


    연예인은 우울증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주변의 험담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끼 때문에 죽는다. 끼는 광기다. 광기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나타난다. 그 카리스마를 죽일 때 연예인은 죽는다. 누가 연예인의 끼를 누르고 광기를 죽이고 카리스마를 죽였는지를 생각하라. 그자가 살인자다. 소속사와 방송사의 권력이 죽였다.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소외를 극복하게 하는 소속에서 나온다. 연예인의 소속은 스타다. 연예인은 하늘에 속한다. 하늘의 별을 따다 지상의 감옥에 가둔 자가 누구인가? 소속을 잃고 소외를 느끼게 하는 자가 누구인가? 연예인은 방송사나 소속사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대중에 소속된다. 카리스마에 소속된다.   


    카리스마는 대중을 지배하는 심리적 초능력이다. 예언을 이루고 기적을 행하는 것이 카리스마다. 연예인이 예언을 이루고 기적을 행하는 방법은 시대의 전위에 서는 것이다. 가장 앞에 있을 것이 가장 앞에 있을 때 안정된다. 연예인은 사회의 레이더와 같다. 미래를 내다보는 초능력이 있다. 과거에는 주술사가 가졌던 능력이다.


    가장 앞에 있어야 할 레이더를 뒤에 밀어놓으면 죽는다. 숨 막혀 죽는다. 그것은 인체의 감각기관과 같다. 눈과 귀와 코와 입이 레이더다. 눈과 귀와 코와 입은 밖에 있어야 한다. 연예인은 사회 안에, 조직 안에, 시스템 안에 갇혀 있으면 안 되고 밖으로 돌출되어 있어야 한다. 눈과 코와 귀와 입을 안으로 밀어넣으면 당연히 죽는다.


    ###


    한국의 일부 몰지각한 대중은 연예인을 사회를 위한 소모품 정도로 생각한다. 그들은 교훈, 감동, 계몽, 신파를 원하고 연예인은 자선행사 따위로 타의 모범이 되고 귀감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는 연예인을 소모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 그 배경에는 '기획사가 너를 키웠지 니가 뭐 잘났냐?' 하는 질투심이 도사리고 있다. 





[레벨:6]나나난나

2019.11.26 (22:21:05)

방송사 소속사 권력이 너무 커지니까

아예 방송사 자본만으로 캐릭터 스토리 다 짜주고
대중에 노출 다 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거기서 승부조작도 생겼더라고요.

연예인 개개인을 존중하는 문화로 갈아타야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르네

2019.11.26 (23:47:08)

설리 죽었을때 하라도 죽은거죠.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범인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1.27 (04:48:11)

"연예인은 방송사나 소속사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대중에 소속된다. 카리스마에 소속된다. 카리스마는 대중을 지배하는 심리적 초능력이다. 예언을 이루고 기적을 행하는 것이 카리스마다."

http://gujoron.com/xe/1144107

프로필 이미지 [레벨:9]미니멀라이프

2019.11.27 (09:40:43)

어느 기준에도 맞추지 못할 때 인간은 죽는다.


가장 앞에 있을 것이 가장 앞에 있을 때 안정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락에이지

2019.11.27 (23:16:36)

...집단의 나쁜 공기가 사람을 죽인다... 공감하는 바입니다.

한국.. 이러면 안돼.


과거 청춘불패에서 발랄했던 모습.. 아육대에서 '구사인 볼트' 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이를 앙 다물고 1등으로 달리던 모습(근데 넘어져서 안타까웠죠) 들도 모두 가슴먹먹한 추억이 되었네요. 

구하라 양.. 고마웠어요.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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