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465 vote 0 2019.10.03 (17:10:14)

    하이눈의 배신자들과 노무현


    고전 서부극 하이눈의 보안관 케인은 홀로 네 명의 악당과 대결하게 된다. 마을 사람은 단 한 명도 주인공을 돕지 않는다. 이미 보안관 자리에서 물러났고 다음 날 후임 보안관이 도착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85분 동안 마을의 배신자를 한 명씩 찾아다니면서 배신의 이유를 듣는다.


    보안관 조수는 자신을 후임자로 추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신한다. 호텔 지배인은 엄한 보안관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로 배신한다. 교회 목사는 살인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며 중권스러움을 표방한다. 도우러 왔던 유일한 친구는 다른 지원자가 한 명도 없다는 이유로 배신한다.


    그들은 모두 이유가 있다. 나름 설득력이 있다. 몇몇 젊은이가 가담하려 했지만 마을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면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노인들이 말린다. 결국 모두 배신하게 되며 거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모두 배신한다. 필자가 노상 강조해온 말이다. 그런데 왜 케인은 배신하지 않았나?


    도망치면 된다. 모두들 도망치라고 말한다. 너만 떠나면 마을은 조용해진다고 말한다. 게다가 주인공은 방금 결혼식까지 치른 상황이다. 신혼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부인을 과부로 만들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럴듯하다. 왜 케인은 떠나지 않고 악당과 대결했을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케인은 악당들을 쏴죽인 후 보안관 뺏지를 집어던지고 쓸쓸하게 떠난다. 그 황폐한 공간에 인간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가롯 유다처럼 배신했고 베드로처럼 부인했다. 그들은 선량한 마을사람이었다. 특별한 악당이 아니라는 말이다. 보통사람은 보통 배신한다. 의리를 지킨 사람은 부인이었다.


    퀘이커교도라는 이유로 남편을 설득하여 도망치려고 했지만 케인이 거부하자 혼자 기차를 타고 떠나려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마을로 돌아와서 케인을 구했다. 케인이 떠나지 않은 이유는 하나다. 모두가 배신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배신하는가?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배신한다.


    다들 배신하지 않을 테니 나 하나쯤 배신한들 어떠리? 그러나 모두 배신한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배신할 수 없다. 모두가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몰려가면 배는 기울어진다. 혼자라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가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자세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흥행했다는 거다.


    영화는 80분 동안 배신자의 구질구질한 변명을 보여주고 마지막 3분 동안 총격전을 보여준다. 왜 노무현은 의리를 지켰는가? 모두 3당야합에 찬성했다. 모두가 배신했다. 그것이 환멸이다. 노무현은 알고 있었다. 모두가 배신한다는 사실을. 이 땅의 지식인 모두가 배신하면 민중은 누가 돌보는가?


    민중과 엘리트가 등을 돌리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엘리트의 배신에 이를 가는 민중의 상처 입은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진다. 엘리트의 중권스러움이 민중의 마음에 상처를 안기고 그 후과는 잔인한 것이다. 한 번 틀어지면 영원히 상처는 회복되지 않는다.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


    깨달아야 할 것은 대표성이다. 배의 선장은 특별한 권력을 가진다. 한 사람에 의해서 전체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아채는 순간 특별해진다. 누구든 배의 위험을 맨 먼저 알아채는 자가 선장이다. 이 영화가 흥행한 이유는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배신한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이 배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이 문명이 본질적인 결함을 알아채는 순간 운명적으로 미션이 내 어깨에 떨어진다.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 쿠데타가 그렇게 쉽게 성공할지 몰랐다고 했다. 대단한 위험이 잠복해 있는데 아무도 몰랐다.


    그게 가능하다고? 겨우 별 두 개짜리가? 그런데 가능했다. 전두환의 집권과정도 그렇다. 어어 하는 순간 그는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런 리스크는 어디에든 잠복해 있다. 지금은 모든 언론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검찰권력의 폭주가 새로 발견된 리스크다. 그럴 때 미션은 내 어깨에 떨어진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0.04 (03:02:25)

"지금은 모든 언론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검찰권력의 폭주가 새로 발견된 리스크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챠우

2019.10.04 (07:39:25)

악당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불을 질러서 마을을 태우고, 다른 마을을 정복하러 떠날 수밖에. 내부에서는 민중에게 무슨 소리를 해도 계몽주의로 흐를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악당이 지배하나 보안관이 지배하나 민중에게는 그게 그거가 될 뿐이죠. 민중을 도와주면 감동해서 나를 따를 거라는 건, 순진한 케인의 바람일 뿐이죠.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사실 악당이라고 해봐야 총을 든 네 명이 전부인데, 마을에는 사람이 훨씬 더 많고 파출소에는 샷건이 10정 정도가 보이던데, 아무도 그걸 드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나서기 싫은 겁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잖아요. 사실 마을 사람들은 4명이 모일만한 에너지도 없는 겁니다. 무기력한 현대인이죠.



케인짓을 좀 해보면 압니다. 케인은 어떤식으로든 돌을 맞게 되더라고요. 결국 다 배신. 나중에 좀 심해지면 마을 사람들이 쪽팔리니깐 마녀사냥식으로 영웅을 죽입니다. 모든 비극이 벌어지는 이유는 같다고 봅니다. 섬이 너무 좁은 거죠.



깨어있는 시민들은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그런데 닫힌 사회에서는 불가능하고, 촛불을 들면 CNN에 나온다는 걸 알면 가능합니다. 할배들이 광화문에 나온 이유도 같은 거죠. 관제동원이니 하는데, 그 사람들도 사실은 티비에 나오고 싶었던 거라고 봅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광장정치로 가는 것도 나브지 않다고 봅니다. 이왕 불지르는 거 확 다 태워버리는 거죠. 정치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겁니다. 홍콩 사람들도 흥분해서 저러는 마당에 원조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에너지가 있다면 태워버리는 수밖에.



흥분한 놈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은 한 판 크게 붙어주는 것뿐입니다. 같이 뒤져보자고 박치기 하는 거죠. 그러고 나면 조용해지더라고요. 할배들이 유트브 보고 설치는데, 쫄면 안 됩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싸워서 결국엔 내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조국 구하기도, 검찰 개혁도 이 에너지의 본질은 아닙니다. 그런 건 그냥 핑계고, 솔직히 할배들 꼴보기 싫잖아요. 그럼 붙어야죠. 말로 해서 뭐합니까. 백만 묻고 따따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32 촛불전쟁의 의미 2 김동렬 2019-10-12 9993
1131 널리 바보들을 닥치게 하라 2 김동렬 2019-10-07 8234
» 하이눈의 배신자들과 노무현 2 김동렬 2019-10-03 8465
1129 윤석열은 무슨 생각으로 저럴까? image 4 김동렬 2019-10-01 10417
1128 바보야! 답은 총선이다. 4 김동렬 2019-09-30 9279
1127 조국의 전쟁 3 김동렬 2019-09-29 8483
1126 엘리트의 무지가 문제다 2 김동렬 2019-09-26 10629
1125 진중권들의 아마추어리즘 3 김동렬 2019-09-25 7738
1124 진중권류 소인배들의 이중행각 image 4 김동렬 2019-09-24 8597
1123 이기는 진보가 진짜다 1 김동렬 2019-09-23 7222
1122 나는 순수한 양아치를 경멸한다 1 김동렬 2019-09-22 7918
1121 여성의 화장과 탈코르셋 1 김동렬 2019-09-20 6771
1120 화성살인사건의 등잔밑 1 김동렬 2019-09-20 10694
1119 진보 손석희 윤석열 1 김동렬 2019-09-12 8947
1118 윤석열의 운명 2 김동렬 2019-09-09 24187
1117 고바우의 졸 image 1 김동렬 2019-09-09 19440
1116 욱일기와 하켄크로이츠 image 2 김동렬 2019-09-08 21904
1115 조국 - 누가 다음 배신자인가? 2 김동렬 2019-09-07 7605
1114 조국 - 프로답게 가자 5 김동렬 2019-09-06 8807
1113 남아있는 일본 image 3 김동렬 2019-09-03 13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