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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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139 vote 0 2019.03.12 (13:33:44)


    불신의 정치에 희망이 있다


    북한이든 미국이든 모두 불신의 게임을 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도처에서 사고를 저지르고 약속을 어겼다. 북한이 미국을 믿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프가니스탄도 미국의 무자헤딘 지원이 시초였다. 저질러놓고 나몰라라 하는 건 시리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푸틴이 도맡아 수습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믿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30년에 걸쳐 여러 번 북핵문제 타결을 시도했지만 김정일의 우유부단 행보에 말려 헛고생이 되었다. 불신의 대결로 손해본 것은 백퍼센트 북한이다. 미국이야 북한이 쇄국을 하든 말든 상관없는 거다. 미국의 이익은 친중국가 북한을 친미국가로 만드는 것인데 이건 너무 거대한 목표라서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이 과감하게 친미국가로 돌아선다면 몰라도 그럴 생각이 없다면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야 한다. 북한이 풀어야 해결된다. 미군기지를 북한이 가져갈 정도의 결심이 서지 않았다면 말이다. 즉 북한은 딜을 할만한 것이 없다. 단순한 핵타결로는 미국이 얻는 게 없다. 있다면 트럼프의 노벨상 수상인데 그것도 김정은과 공동수상이라면 내키지 않는 거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신뢰를 호소한다면 공허한 것이다. 얻는 게 없는데 무슨? 왜 나를 못 믿어? 믿으면 되잖아. 믿어달라구. 이런 어리광이 먹힐 리가 없다. 냉정한 국제정치 무대에서 말이다. 어느 나라든 불신이 무기로 기능하는 게 사실이다. 안 믿는 게 이익인데 왜 믿냐고. 국제무대의 경험이 없는 김정은이 잘못 판단했다. 심유경과 고니시의 회담과 같다. 


    이런 판에는 보통 각자 자기 주군을 속여먹는 게임이 벌어진다. 트럼프는 공화당과 언론을 속여야 하고 김정은도 군부를 속여야 한다. 문제는 전혀 속아줄 낌새가 없다는 거다. 미국 언론과 야당은 회담을 하기도 전에 공공연히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속았다고 떠들어대는 판이다. 판을 깨고 싶어 안달 났다. 이런 분위기를 김정은이 알아채고 대응해야 했다.


    판돈을 올려야 했는데 김정은 밑에는 세 치 혀로 주군을 속여먹는 심유경이 있었다. 잘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멍청이에요.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환장해서 완전 넘어갔다니까요. 이런 식의 아부발언이나 할 뿐 상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던 거다. 물정 모르는 김정은이 자기 부하에게 속았다. 독재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초반에 잘 나가다가 막판에 망가지는 경우와 반대로 초반에 죽도록 고생하고 막판까지 긴장을 풀지 않는 경우다. 초반에 너무 잘나가서 망한 경우가 초패왕 항우이고 해동증자 소리를 들은 백제 의자왕이다. 뒤가 좋지 않은 이유는 말려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 쉽게 성공하면 이렇게 된다. 김정일도 비슷하다. 가만 앉아 세습하니 어리광만 늘었다.


    김정은 역시 쉽게 권력을 차지했다. 하늘이 나를 돕는가 봐 하고 자아도취에 빠지기 쉽다. 딱 박근혜 된다. 이건 다 하늘의 뜻이었어. 지금은 시련기야. 이 시기가 지나면 다음은 부활기라고. 지금껏 나를 돌봐준 하느님이 계속 모른 체할 리가 없잖아.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대통령까지 되었겠냐구. 아마 아직도 이러고 꿈속에 머물 것이다. 주원장은 달랐다.


    초반에 너무 고생했기 때문에 막판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 문재인도 노무현의 탄핵과 희생을 넘기며 고생해서 긴장을 풀지 않는다. 징기스칸은 초반의 개고생 덕분에 막판까지 긴장을 유지했다. 곽거병과 알렉산더는 쉽게 성공했기 때문에 긴장을 풀었다가 일찍 죽었다. 김정은 역시 오냐오냐하고 떠받들어져 쉽게 큰 박근혜 코스로 갈 위험이 상당하다.


    그러나 김정은이 박근혜처럼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다. 아직은 에너지가 있다. 와신상담하고 절치부심해야 한다. 김정은이 나이가 50이라면 포기해야 한다. 절대 변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고집을 부리다가 죽는다. 그게 독재자의 말로다. 그러나 김정은에게 아직 전성기가 찾아오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대해봄 직하다. 지금은 주변 말을 듣는다.


    문재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어리광에 고집통수법을 밀다가는 박근혜 코스로 갈 뿐이다.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가하면 플러스가 된다. 불신은 마이너스다. 불신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거기서 묘한 신뢰가 얻어진다. 미국과 소련이 핵무장으로 도달한 절묘한 균형상태다. 불신의 균형이 얻어지면 거꾸로 강한 신뢰가 얻어져 예측이 가능해진다. 


    김정은이 미국을 불신해야 한다. 트럼프를 믿으면 안 된다. 트럼프는 타결하고 싶지만 뒤에 공화당과 민주당과 언론이 있어서 안 된다. 뒤에서 틀어대는 데는 당할 장사가 없다. 길은 세 가지가 있다. 공멸이냐 교착이냐 타결이냐다. 공멸은 서로 불신한 나머지 배짱싸움을 하다가 전쟁으로 파멸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불신은 진정한 불신이 아닌 것이다. 


    치킨게임이다. 마주보고 달리는 두 기관차와 같다. 핸들을 용접해 놓으면 이긴다. 미국은 좋은 나라니까 알아서 비켜주겠지 하는 약간의 신뢰가 일본을 패망시켰다. 김정은이 착한 녀석이니까 체면 세워주면 물러서겠지. 이런 두루뭉실 신뢰가 위험하다. 둘 다 핵을 가지면 서로 믿을 수 없어서 도리어 전쟁이 방지된다. 불신하려면 끝까지 불신하기다.


    교착은 이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데 미국의 제재가 멈출 기미가 없으므로 오래가지는 못한다. 타결은 북한이 항복하는 것이다. 미국이 항복할 리가 없다. 돌아오는 이익이 없잖아. 미국의 항복을 받아내려면 북한에 미군기지를 유치하는 정도의 안을 들고와야 한다. 이 회담은 일방적으로 김정은이 얻는 회담이며 국제사회에 성공적으로 데뷔해서 재미봤다.


    이미 재미를 본 김정은이 따고배짱이면 곤란하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믿고 안이하게 회담에 임하다가 한 방을 먹은 만큼 트럼프를 믿지 말고 미국이 절대 북한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미국이 북한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북한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낼 때 타결된다. 불신의 끝에 신뢰가 있다. 믿고 안이하게 대응하면 망하는 거다.


    공산주의 의사결정구조가 문제다. 누구도 김정은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달콤한 말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살아남으니까. 사람을 쉽게 믿는 김정은이 부하 말을 믿고 트럼프를 쉽게 본 것이 이런 전개로 된 것이다. 결단해야 한다. 쿠바위기도 흐류쇼프의 결단이 3차대전을 막았다. 그리고 죽었다. 공산주의 시스템의 한계다. 고르바초프도 마찬가지다.  



[레벨:6]퍼스널 트레이너

2019.03.12 (15:03:27)

둘 다 핵을 가지면 서로 믿을 수 없어서 도리어 전쟁이 방지된다. 불신하려면 끝까지 불신하기다.

이건 김정은이 다시 미사일 실험을 하고 핵개발로 방향을 틀어야 되레 안전하다는 건가요?

그게 아님 이럴 수는 없을테니 결국 김정은이 큰걸 갖고 와줘야 한다는건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3.12 (15:24:22)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는 것은

이래도 미국은 날 못건드릴 거라는 안이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은 착한 나라이므로 진주만 정도 한 대 얻어맞았다고 반격하지는 않을걸 

하는 안이하기 짝이 없는 믿음이 일본의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겁니다.


김일성도 남한사람은 좋은 사람이라서 서울 가면 

다들 인공기 들고 나와서 환영해줄걸 하고 믿고 쳐내려 온 것입니다.


그런 어설픈 믿음이 위험하다는 겁니다. 

상대방을 믿는다는 것은 상대방이 모종의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대방을 믿지 못하므로 자신이 액션을 취할 밖에요.

트럼프는 완전 미친 놈이라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이런 불신이 문제해결의 첫 단추가 되는 것이며 

이것을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라고 하지요.

[레벨:6]퍼스널 트레이너

2019.03.12 (16:57:45)

아.. 미국이 더 막나갈 수 있는데

어설프게 도발하는게 어리석다는거군요.

이해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3.12 (15:26:49)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3.13 (04:11:14)

"불신의 끝에 신뢰가 있다. 믿고 안이하게 대응하면 하는 거다."

http://gujoron.com/xe/10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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