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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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820 vote 0 2019.02.08 (10:19:07)

   

    https://news.v.daum.net/v/20190208030418972


    빌어먹을 조선일보 기사지만 필자가 늘 하던 이야기와 맥락이 같기에 참고할 만하다. 회고하자면 인종주의는 스페인의 레콩키스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녀사냥 열풍도 비슷한 시기에 스페인에서 시작된 것이다. 아프리카 무어인의 지배를 받던 스페인이 독립하자 콤플렉스 발동이다. 피가 더럽혀졌다는 생각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무어인 장군 이야기 오셀로의 비극만 봐도 알 수 있다. 순혈주의를 주장하며 무어인과 유태인을 쫓아내고 마녀사냥에 더하여 인종청소를 실시한 게 무적함대 스페인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이 병이 프랑스를 오염시키고 독일까지 유행한 것이 히틀러와 나치의 인종청소다. 나쁜 짓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있다.


    명심할 일이다. 언제나 인구의 이동에 의해서만 경제가 발전한다.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의 치세를 경험한 중국은 이상적인 군주에 의해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환상에 빠져 시진핑의 독재를 밀고 있지만 이는 역사의 경험칙과 맞지 않는 것이다. 다수의 한국인 역시 박정희가 퍼뜨린 이상적인 계몽군주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다.


    대통령 정조임금은 열심히 하는데 당쟁이나 일삼는 노론 국회의원들이 발목을 잡아서 국정이 안 된다는 식의 간편한 흑백논리다. 그 반대다. 조선은 통신사를 끊고 외교를 그만둔 정조시대부터 고립주의로 망하기 시작했다. 어느나라든 사람의 왕래가 없으면 그게 망조가 든 것이다. 알아야 한다. 정치라는 것은 고도의 팀플레이다. 


    설사 대통령이 잘한다고 한들 5년 임기가 끝나면 어쩔 것인가? 국회는 권력의 자궁이다. 자궁이 부실한데 건강한 2세가 나오겠는가? 우리가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정교한 밸런스를 부담스러워한다. 아슬아슬한 정밀항해를 힘들어한다. 스트레스를 받아 무너지고 만다. 진보든 보수든 극단으로 쏠리려고 하는 것이다. 


    IS든 탈레반이든 극단주의가 먹힌다. 사실 그게 패배주의다. 이슬람은 원래 자유로웠고 가톨릭이 탈레반이었다. 12세기까지는 그랬다. 모든 좋은 것은 아랍의 대도시에 있었고 서유럽은 아예 도시가 없었다. 중세의 암흑시대다. 아랍만 암흑에서 벗어나 홀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징기스칸에게 털리면서 180도로 돌아선 거다.


    수부타이의 말발굽에 짓밟힌 아랍은 이 모든 재앙이 하느님의 징벌이라고 여겼다. 와하비즘 출현이다. 와하비즘은 18세기에 등장했지만 뿌리는 13세기부터였다. 우리가 이슬람교에 대해 나쁘게 보는 모든 것이 13세기 이슬람 신학자 이븐 타이미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 퇴행의 논리는 유럽에 먼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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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던 중에 탈레반과 똑같은 논리가 영국에서 9세기 바이킹에 침략당할 때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너무나 퇴행적이었다. 바이킹이 침략하자 이 모든 재앙이 하느님 앞에 회개하지 않고 기도를 게을리한 때문이라며 모든 재산을 교회에 바치는데 교회에 금은을 모아두니 바이킹이 손쉽게 털어먹었다. 


    교회의 논리는 간단하다. 하느님에게 바치는 것은 죽어서 천국에 가서 도로 찾아먹는 것이니 적금을 드는 것과 같다는 거다. 그들은 모든 것을 교회에 빼앗기고 교회는 그것을 바이킹에 뺏겼다. 모든 패배자들은 궁지에 몰리면 더욱 수구적인 퇴행행동을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더 망한다. 켈트족은 죽고 바이킹의 피가 남아 있다.


    지금은 아랍이 망하고 있다. 그들은 종교 때문에 망하는 것이 아니라 패배주의 때문에 망하는 것이다. 패배하는 이유는 적이 침략해오기 때문이고 침략은 밖에서 일어나며 밖으로부터의 소식은 언제나 나쁜 소식이고 좋은 소식이라고는 전혀 없다.

예컨대 군대라면 흔히 사고친다는 말을 한다. 왜 사고친다고 할까? 사고는 일이다.


    일이 나쁜 것인가? 군대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반드시 나쁜 소식이며 좋은 소식은 딱 한 번 듣게 된다. 전역명령이다. 어떤 소식이든 모든 소식은 나쁜 소식이므로 일단 문을 걸어잠그게 된다. 내부로 쪼그라들어서 망하는 것이다. 한 번 방향이 그쪽으로 정해지면 가속적인 쏠림으로 멸망한다. 무적함대의 스페인이 바로 그러했다.


    아프리카 흑인에게 지배당한 불쾌한 기억만 걷어내고 멈추어야 하는데, 다음 재수없는 유태인만 쫓아내고 멈추려고 했는데, 다음 전염병을 퍼뜨리는 마녀만 사냥하고 멈추려 하지만 그게 안 된다. 계속 가는 것이다. 그걸 프랑스가 따라하고 독일이 따라하니 신이 나서 더 그런다. 거함은 좁은 수로에서 쉽게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특히 우파들이 잘 빠지는 함정이 그것이다. 국회에 있는 공산당 몇몇만 때려잡고 정리 끝? 안 된다. 매카시즘의 광풍은 멈출 수 없다. 미국은 그 푸닥거리를 20년간 했고 레이건과 부시를 거쳐 여진은 아직 남아있다. 나쁜 병은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제국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제국 스페인은 망하고 대영제국도 망하는 것이다. 


    알맹이만 빼먹고 껍데기는 버린다? 불가능하다. 구조론으로 보면 형식이 내용에 우선한다. 형식을 받아들여야 내용은 호박이 넝쿨째 따라오는 것이다. 형식은 상호작용의 긴밀함이다. 사람의 이동이 없는 자가발전 내부개혁은 백퍼센트 실패한다. 왕안석의 신법? 실패한다. 청나라의 양무운동? 자가발전은 원래 안 되는 것이다. 


    한국도 누군가의 개혁에 의해 된 것이 아니라 625를 거치며 일어난 거대한 인구이동에 의해 된 것이다. 해방직전까지는 북한이 남쪽보다 잘 살았다. 기술자는 모두 북한에 있었다. 그들이 대거 월남하여 남한 경제를 발전시켰다. 인구이동이 멈추는 즉시 국가는 퇴행하게 된다. 지금 중국은 알맹이를 빼먹고 다시 장막을 치고 있다.


    한때 소련이 철의 장막을 치고 영국 공산당과 연결하여 서구의 기술만 빼먹겠다고 시도한 적이 있지만 대개 실패했다. 물론 그것도 부분적인 성과는 있겠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일본과 중국의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는 얌체경제는 한계가 분명하다. 다 같이 살든가 둘 다 죽든가이지 너는 죽고 나만 살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에너지의 방향성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획득하려는 어떤 목표에 도달하는데 있는게 아니라 다음 단계로 연결하는데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서울대 합격만 하면 혹은 삼성에 입사만 하면 그걸로 인생은 다 해결된다고 믿지만 사실은 합격하여 그다음 누구와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일의 다음 단계가 있다.


    서울대 합격이든 대기업 입사든 더 큰 단계로 올라서기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고 거기서 새로 시작한다. 반미, 반일에 골몰하는 한국의 고립주의, 순혈주의, 정신승리 진보도 정신차려야 한다. 부작용이 없이, 시행착오 없이 알맹이만 빼먹는 진보는 물리학과 맞지 않다. 그게 약자의 패배주의요 퇴행행동이다.


    진보는 늘 패배해 왔으니 패배주의에 중독될 만하다. 그 버릇 고쳐야 한다. 625 이후 70년간 올바른 세력의 집권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그것도 보수 일부와 손잡은 반쪽짜리 정권이었다. 일제강점기까지 본다면 100년 역사에 바른 세력이 집권한 일이 거의 없다. 언제나 악당들이 설쳐댔다. 인정하자. 우리가 먼저 병들어버린 거다.


    아프리카 무어인의 지배를 받다가 순혈주의 병에 걸린 스페인의 몰락과 징기스칸의 압제에 시달리다가 탈레반 병에 걸려버린 이슬람의 몰락과 독재정권의 지배를 받다가 퇴행적으로 변한 한국의 진보가 무엇이 다른가?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은 나쁜 것과 함께 오는 것이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전진해야 하는 것이다.


    권력 일부를 산업세력에게 양보하고 대신 축을 장악하고 밸런스를 따라가는 것이 정답이다. 예타면제에 화들짝 놀라고 광주형 일자리에 경기를 일으키는 식의 치기 어린 어린이 행동이라면 곤란하다. 그런 철부지가 되어서 어떻게 험난한 미래를 해쳐나가겠는가? 약자의 철학을 버리고 강자의 철학으로 갈아타지 않으면 안 된다.




[레벨:10]다원이

2019.02.08 (10:39:21)

뜻깊은 글 잘 보았습니다. 역사가 한 줄에 꿰어져 있네요.

'이상죽인' -> '이상적인' 으로 수정 하심이....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2.08 (10:43:02)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2.08 (11:18:02)

"반미, 반일에 골몰하는 한국의 고립주의, 순혈주의, 정신승리 진보도 정신차려야 한다. 약자의 철학을 버리고 강자의 철학으로 갈아타지 않으면 안 된다. " - http://gujoron.com/xe/1061045
[레벨:9]회사원

2019.02.08 (22:09:34)

"인정하자. 우리가 먼저 병들어버린 거다."

[레벨:1]동글이

2019.02.09 (13:52:29)

화아~~ 멋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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