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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평씨 사고치다.

기절할 일이다. 순박한 농부로만 알려졌던 노무현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가 사고를 쳤다. SBS에 출연하여 자기 집에 장관 시켜달라는 이력서 받아놓은 것이 두통이나 있다고 자랑하는가 하면 한술 더 떠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세무청장으로 누가 적합하다는둥 인사개입성 발언까지 했다.

『경악』이라는 표현은 이런 때 쓰는거다. 도무지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있다. 청탁을 거절하기만 하면 자신은 잘못이 없는 것일까? 청탁을 하러온 사람은 이미 눈도장을 찍고 돌아갔는데도? 청탁하러 온 사람이 꼭 장관되려고 찾아오나? 이력서 한장으로 장관이 뚝딱 나오나?

그들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인사를 트려고 찾아온 것이다. 노건평씨가 그들을 만나주는 잘못을 저지르므로서 그들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인사를 트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노건평씨는 그들에게 이용당했다.

청와대사칭 사기사건은 사기꾼의 범죄행위일 뿐이며 청와대민정수석실은 잘못이 없는가? 천만에. 명함이라도 한장 받아갔다면 그것을 이용하여 청와대 사칭 사기를 칠 수 있는 여건을 얻은 것이다. 커피라도 한잔 나눠 마셨다면 그것이 술집에서 떠들 이야깃거리가 되어, 자신의 정치적 배경을 은근히 과시할 수 있는 건수를 잡은 것이다.

노건평씨의 이상한 정계데뷔

대통령의 형님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면 안되는가? 물론 해도 된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행위라는 것을 알고해야 한다. 노건평씨는 이미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신분으로 말이다. 검증되지 않은 처지로 말이다. 그 정치가 민주당에 타격이 되는 정치임은 물론이다. 이미 수십만표가 날아갔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일은 벌어졌다. 노무현대통령은 이미 인사청탁을 하면 패가망신을 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노건평씨가 언급한 국세청장 후보가 맨 먼저 패가망신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영원히 보내야 한다. 이력서를 건네준 두사람과 소개서를 준 사람도 패가망신 순위 1,2,3번으로 등록되었음은 물론이다.


1) 특검은 옳은가? - 원론적으로는 옳지 않다.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말한다면 특검을 해서는 안된다. 필자의 특검수용 의견은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다.

2) 특검은 개혁진영에 불리한가? -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은 엄청난 악수를 두었다. 국민들의 의구심은 일시적이고 감정적인 것이다. 햇볕정책이 원론에서 옳으므로 시간이 갈수록 국민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잠시 살고 영원히 죽는 길을 선택했다.  

3) 노무현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가? - 여소야대 상황에서 특검거부가 국민의 다수의사라는 보장이 없고, 국가안위를 해친다는 근거가 없으므로 특검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특검은 한나라당의 1회용 정치쇼로 끝날 것이다.

4) 김정일은 5억달러를 떼먹을 것인가? - 김정일은 비판받아야 한다. 특검은 김정일을 압박하여 대화로 나오게 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5억불이 밝혀지므로 우리는 북한에 대해 5억불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는 엄청난 횡재다. 우리쪽의 협상력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북한은 10원도 떼먹을 수 없다.

5) 특검은 대북한 관계를 악화시키는가? - 특검은 남쪽의 권력이 작동하는 매커니즘을 노출시키므로서 북한이 합리적인 태도로 나올 수 있도록 교육하는 효과를 가진다. 북한은 남쪽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므로서, 과거처럼 남쪽 집권여당을 돕는다면서 도리어 피해를 주는 헛발질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6) 특검은 김대중전대통령에게 불명예를 안겨줄 것인가? - 김대중 전대통령에게 가는 피해는 없다. 오히려 국민의 동정여론을 불러일으켜 DJ의 인기는 상승할 것이다. DJ는 5억불의 증인 자격으로 퇴임후로도 일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반면 김영삼이 김일성에게 배팅한 액수가 얼마인지 밝혀진다면 낙전수입이 된다.   

결론적으로 특검은 DJ에 대한 동정여론을 불러 일으켜 퇴임 후에도 인기와 역할을 지속시키고, 한나라당은 자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국익을 배반할 수 있는 위험집단임을 국민앞에 증명하는 것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업적은 인정되어야 한다.

가수나 탤런트가 서로 사귀는 일은 흔히 있다. 그러나 결혼으로 골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스포츠신문에 보도라도 나가면 대부분의 커플은 찢어진다. 한창 연애하는 단계에서는 당연히 비밀로 해야한다. 양식있는 신문기자들은 연예인들이 서로 사귀는 것을 알면서도 보도를 자제한다.

김대중전대통령이 김정일과의 연애를 비밀에 부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검에서 경위를 설명하면 국민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잘못은 조금도 없다. 북쪽이 원하지 않는다면 보도하지 말아야 하는거다.

그러나 이미 함을 주고받았고 615 정상회담으로 혼인신고까지 마쳤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언론에 터뜨려서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만인의 축복을 받으며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 청춘남녀가 서로 좋아서 사귀겠다는데 뭐 잘못된거 있수?

물론 김정일이 답방 약속을 지켰다면 북한의 명예를 끝까지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 문제는 김정일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쪽에서 먼저 약속을 어긴 이상 김정일이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구할 권리는 없어졌다.

신랑 김대중이 5억불짜리 함을 건네주었고 신부 김정일이 함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예법에 따르면 혼례를 치르지 않았더라도 함을 받는 순간 이미 법적으로 결혼은 유효하다. 이 사실을 내외에 공표하여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진아비 현대가 함값으로 얼마를 뜯어냈다는 사실은 본질에서 벗어난 곁가지에 불과하다.

국민들은 위대하다. 국민의 판단력을 믿자.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들의 의견은 모순되고 이중적이다. 햇볕정책을 지지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직접지원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국적인 견지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을때 국민은 항상 옳은 판단을 해왔다.

특검은 김대중 전대통령이 민족의 앞날을 위해 얼마나 큰 결단을 했는지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가려진 사실이 하나씩 밝혀질 때 마다 김대중전대통령의 인기는 올라갈 것이다. 한나라당은 잠시 고정지지자들의 결속을 얻을 수 있을 것이나 곧 반전될 것이다.

정치인이 항상 대의를 따라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의 것을 먹으면 반드시 배탈이 난다. 자신의 힘으로 골을 넣지 않고 안이하게 남의 실수나 트집잡아 어떻게 해보려고 해서는 반드시 실패한다. 낼모레가 선거라면 일시적인 정치적 이익을 얻을지 몰라도 원론에서 옳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승리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이건 한나라당이 절대로 지는 게임이다.

노무현과 김대중의 싸움이 아니다.

북한정권과 척을 진 정치세력은 영원히 이나라의 집권당이 될 수 없다. 한나라당이 약간의 제정신이 있다면 특검을 하더라도 북한과 척을 지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한나라당은 특검을 통해 『남쪽의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노출시켜 북한을 교육시키는 방향』으로 끌고가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늘 비합리적으로 행동해 왔다. 그들은 『남쪽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비합리적인 행동을 정당화 해왔다. 그러나 이미 함을 받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 이상 『불신의 논리』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신뢰하니까 함을 받은 거고, 함을 받아서 부부가 되었고, 부부사이에 불신은 있을 수 없다. 북쪽은 무조건 남쪽을 믿어야 한다.

이 기회에 노무현지지자와 김대중지지자 사이를 이간질해보겠다는 불순한 책동은 멈춰져야 한다. 우리는 한 팀이다. 김대중을 옹호하는 사람은 수비를 맡고, 특검수용을 통한 정면돌파를 주장하는 사람은 공격을 맡는다. 공격수와 수비수 사이에 유기적인 역할분담이 있어야 한다. 우리 내부의 이견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잘해왔다고 본다.

우리는 남북관계가 다시 꽁꽁 얼어붙는 것을 반대한다. 서울과 평양의 봄은 당장 오라! 오라!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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