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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이금재.
read 2570 vote 0 2021.09.26 (10:08:57)

http://edu.copykiller.com/edu-source/faq/?mod=document&uid=29


알맹이의 표절이라는 점에서 보면, 오징어게임은 표절이 분명하다. 아주 그냥 떡칠이 되었다. 학위논문을 저렇게 써봐라. 이 정도면 쥴리도 억울하다. 일본작품 표절은 둘째치고 마지막에는 한국인에게 잘 알려져있는 "운수좋은날"까지 표절하였다. 나는 감독의 얼굴이 얼마나 두꺼운지 궁금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관측된다. 한국 사람들은 표절이라고 욕하는데, 외국 사람들은 재밌다고 본단다. 그들의 복잡한 속마음까지는 알 수 없으나, 먹힌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도대체 왜 한국인과 외국인의 입장 차이가 있을까?


맥락이 다르다. 오징어게임의 수많은 작은 씬들은 분명 여러 작품을 베꼈으나 딱 하나 안 베낀 것이 있다. 물론 우리가 보기엔 베낀 것이다. 작품 저변에 깔린 맥락 말이다. 한국인의 정서라고 해도 되겠다. 그래서 한국인이 보기에 오징어게임은 한물간 신파처럼 보이는 것이다. 당신은 이 작품에서 운수좋은날의 결말이 나올 때 헛웃음 치지 않았는가? 솔직해지자. 당신도 오그라들었잖아.


그런데 외국인에게는 이게 신선한 맥락이다. 맥락이 다르므로 그것에 종속된 아이템이 완전히 달라보인다. 언어의 원리다. 어떤 대상은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다. 배틀로얄을 베낀 헝거게임이 히트를 치는 것은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단순히 다같이 죽자로 끝나지만, 미국인이라면 히어로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고간다. 


http://edu.copykiller.com/edu-source/faq/?mod=document&uid=29


우리가 소재를 욕할 때 그들은 맥락을 즐기고 있다. 물론 오징어게임이 전형적인 신파인 것은 아니다. 나름 캐릭터의 복합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정재가 내적갈등을 할 때, 저걸 눈 뜨고 볼 수 있는 한국인이 있을까? 도대체 오징어게임이 울엄마가 즐기는 아침드라마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근데 단순히 신선하기만 하다고 하여 외국인에게 먹힐 수 있을까? 잘나가야 한다. 지금 외국인은 한국인이 잘나가는 이유를 쥐잡듯이 뒤지고 있다. 도대체 왜 싸이가 유튜브를 정복하고, BTS가 빌보드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봉준호가 아카데미를 휩쓸고 삼성 핸드폰이 팔리는 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한국 작품이 흥미가 생기는 것이다. 그냥 신선한 것은 아프리카에, 동남아에 널리고 깔렸다. 아직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나름 로컬한 정서를 세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작품은 먹히지 않는다. 최근 러시아와 베트남이 영화 시장에서 발전을 거듭하지만, 그들의 작품은 한국만큼 인기를 끌지 못한다. 왜?


그 국가들은 한국만큼 잘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맥락을 느끼는 동물이다. 말할 수 없지만 인간의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바로 그 맥락 말이다. 내게는 이정재가 의사결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끌려다는 찌질한 인간처럼 보이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그런 고민으로 삼성이 스마트폰을 만들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PrFgzLQezpg


한국인과 일본인의 반응 차이가 보이는가? 한국인에게는 신파지만 일본인에게는 신선한 것이다. 일본인이 아이템이 좋고 한국인이 맥락이 좋은 이유는 일본인이 망하고 한국인이 뜨기 때문이다. 잘나가기로 보면 한국은 결코 전성기의 일본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성공과 한국의 성공은 맥락이 다르다. 미국이 양국을 대하는 태도 말이다. 꼬붕과 파트너의 차이다.


왜 일본인이 아동물인 망가와 카와이에 환장하겠는가? 일본의 정체성이 귀여움이기 때문이다. 서양인은 일본인을 귀엽게 본다. 절대로 기어오르지 않을 그런 존재 말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다르다. 편견을 깨버린다. 한국인은 강해도 받아들인다. 일본인은 조용하고 한국인은 질서가 있고 중국인은 난장판이다. 공항의 모습이다. 그들은 이미 자기의 정체성을 아는 것이다. 


영화 신세계를 보라. 대만영화를 베꼈지만 결말이 다르다. 같은 표절작인 미국의 디파티드와도 또 다르다. 일본인은 신경 안 거슬리는 소재를, 스위스인은 중립국답게 시계를, 대만인은 공장만을 돌리지만 한국인은 스마트폰으로 직접 시장을 드실라고 한다. 유난히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영화 신세계에서 이정재는 그냥 다 죽여버리고 다 잡수신다. 일본인이 열광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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