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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060 vote 0 2018.05.25 (13:30:47)

 

    팟캐스트에서 나온 이야기다. 기사도라고 하면 기독교의 10계명처럼 규칙을 정해놓고 지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레이디를 보호하고 독실한 신앙을 갖추고 명예를 중시하고 어쩌고 하는 기사도의 규칙들은 19세기에 낭만주의 소설가들이 만들어낸 환상이고 진짜는 다른 거다. 기사도는 미학이며 그 정점은 상관의 여인을 사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불가능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좋은 것이다. 요는 형식적 계율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실천이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선비도는 적국의 왕과 담판을 지어 화씨지벽을 돌려받는 것이다. 그것이 인상여의 완벽이다. 선비가 의관을 정제하고 폼을 잡기는 쉬운 일이지만 흉내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이루어야만 한다.


    80년대 반미가 유행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것이 가장 센 임무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순진한 낭만주의가 노무현을 죽였음은 물론이다. 미국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좋으나 그게 낭만주의로 가면 곤란하다. 기사들의 임무 중의 하나는 입에서 불을 내뿜는 용을 퇴치하는 것이다. 그것은 비현실적이기에 매력이 있다. 반미는 비현실적인 임무이다.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3류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입에서 불을 내뿜는 용이 지키는 탑에 갇혀있는 공주를 구하라! 좋잖아. 그런데 거짓말이다. 비현실적인 임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용을 죽이려면 아홉 가지 무기를 구해야 하는데 그 무기와 갑옷들을 채비하는데만 3년이 걸린다. 일단 3년이라는 시간을 벌었다. 좋잖아.


    그들은 현장에 뛰어들 생각이 없는 거다. 인상여의 용맹을 본받을 생각이 없다. 입만 가지고 까부는 자들이 되도록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정하고 노무현을 칼로 찔러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그것이 쉬운 임무였으니까. 미국을 제압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워놓고 실제로는 노무현을 등 뒤에서 찌르는 손쉬운 임무를 실천한 한겨레였다.


    진정 어려운 임무는 무엇인가? 세기의 악동 정은과 트럼프를 한 테이블에 앉히는 거다. 싱가포르 이야기 나올 때부터 뭔가 불안했다. 펜스를 중심으로 한 공화당 방해꾼들이 판문점테이블을 거부한 것이다. 히키코모리 정은이를 굴 밖으로 끌어내라. 외국으로 끌어내서 외신기자들 앞에 세워라. 망신을 줄 수 있다. 판문점에서 정은이는 점잖았다.


    싱가포르에서는 초조해져서 당황할 것이다. 싱가포르로 가야 빅엿을 먹일 수 있다.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 개망신을 시킬 수 있다. 공화당이 뒷구멍으로 이런 개수작을 하고 있으니 일이 이루어질 리 없다. 문재인이 어려운 임무에 도전했다. 그 안에 미학이 있다. 조중동 똥들 역시 회담을 방해하는 쉬운 임무를 자신에게 부여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한경오의 3류 낭만주의 진보를 버려야 한다. 용을 때려잡고 공주를 구한다는 반미주의 허세를 버려야 한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팽팽하게 긴장된 가운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적들에게는 스트레스를 주고 우리는 의연하게 밀어붙인다. 문재인에게는 미학이 있다. 어렵고 현실적인 임무에 도전하고 있다. 그래야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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