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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의 큰거 한 방 속이 다 시원하다-

[북한의 핵 위협은 정확히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이 망나니 부시에게 큰거 한 방을 안겨주었다. 속이 다 시원하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보아야 한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은 동서냉전의 여진이라는 사실이다.

냉전의 승자는 미국이고 패자는 러시아다. 결국은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해결될 문제이다. 문제는 911사태 이후 미국과 가까워진 러시아가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냉전의 또 다른 축은 중국이다. 러시아가 냉전에서 패배한 이유는 중국이 러시아를 배반했기 때문이다.(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되어 있다)

즉 중국과 러시아 대 미국의 대결에서 중소국경분쟁 이후 중국이 러시아를 배반하고 미국편에 붙으므로서 러시아가 냉전에서 패배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사태의 한쪽 당사자로 중국이 존재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문제해결의 키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틈바구니에서 등거리외교로 실리를 챙겼다. 냉전해소 이후 러시아는 북한을 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돌봐줄 힘이 없어졌다. 러시아가 북한을 버렸으므로 중국 또한 북한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중국도 북한을 버렸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서 손을 떼자, 냉전해소의 최대피해자인 북한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 핵 위협이다. 표면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을 겨냥하고 있으나 본질에서 북한의 핵 위협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응석이다. 더 범위를 좁혀본다면 중국이다. 중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려는 것이 북한의 속셈인 것이다.


[중국이 먼저 사회주의 형제국을 배신했다]
러시아는 체제전환 과정에서 몰락하였으므로 북한을 도와줄 입장이 아니다. 중국은 명백히 북한을 배신하고 있다. 북한이 굶주리고 있는 이유는 달러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상적국인 러시아의 몰락으로 중국에게 북한이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형제국인 북한을 도와야 했다. 수백만의 인민이 굶어죽어도 중국은 북한을 돕지 않았다. 79년 중국과 미국이 수교하므로서 북한은 러시아에 붙을 수 밖에 없게 되었고 북한의 중소 등거리외교전략은 무너졌다. 이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3월 후진타오가 주석을 승계할 예정이지만 군사분야의 실권은 장쩌민이 차지하고 있다. 북한은 이 틈새를 노리고 있다. 지금 시험에 든 사람은 후진타오의 정치력이다. 만약 후진타오가 북한의 핵 위협을 중재하는 데 성공한다면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하게 된다. 실권자인 장쩌민이 김정일과 내통하여 후진타오를 견제한다면 문제는 복잡하게 꼬여질 수 있다.


[푸틴에게 길들여진 부시와 장쩌민의 반격]
911사태 이후 가장 크게 이익을 본 사람은 러시아의 푸틴이다. 체첸반군을 무자비하게 두들길 명분을 얻었고, 석유값이 올라 달러를 벌었고 나토와의 관계도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부시는 푸틴을 강력한 우군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점점 푸틴에게 길들여져 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입장이 난감해진 쪽은 중국이다. 내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경쟁관계이다. 다급해진 장쩌민이 미국을 방문하여 부시에게 온갖 아부를 다했으나 푸틴과 부시의 관계는 급속하게 가까워지고 장쩌민은 슬그머니 왕따가 되어버렸다.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지 푸틴과 부시 사이를 벌려놓아야 외교적인 실리를 취할 수 있다. 때 마침 김정일이 일을 만들어주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일단은 상황을 악화시켜야 한다. 만약 김정일이 호락호락 부시의 위협에 굴복해버린다면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중국은 되도록 사태를 악화시켜 국제사회가 중국의 중재역할에 주목할 때 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려 하고 있다.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전술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노무현은 여기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후진타오에게 국제무대 데뷔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물론 후진타오가 굴러온 호박을 걷어찰 바보는 아니다.


[북의 핵 위협, 미의 전쟁위협은 가짜다]
북한의 핵 위협은 뇌관이 제거된 폭탄과 같다. 실질적인 위험은 없다. 문제는 쌍방이 핵 위협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오히려 배째라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넘어서 안될 선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오판하고 무모한 블러핑을 하다가 진짜로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은 김정일의 돌출행동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각본에 따른 것이다. 나름대로 체제생존의 살길을 찾아보려는 몸부림이다. 현재까지는 독재자의 망상이 아니라 북한의 전문가에 의해 이성적으로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 94년의 핵 위기에 비하여 위험의 강도는 현저하게 낮다. 그래도 심리적인 효과는 크다. 주가폭락, 외국인 투자철수 등 경제적 피해가 우려될 수 있다. 노무현당선자의 적극적인 대응이 있어야 한다.

위기는 핵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의 붕괴로부터 오는 법이다. 지금 세곳으로 부터 시스템의 붕괴가 감지되고 있다. 첫 번째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 북한 통제력 약화이다. 두번째는 김정일정권 자체의 약화이다. 세 번째는 김대중정권의 레임덕이다.


[노무현은 세 곳에서의 구멍을 보수하라]
세 곳에서 구멍이 났다. 그러므로 세 곳의 구멍을 보수하는 것으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첫 번째 구멍은 김대중정권의 레임덕이다. 김정일은 노무현 또는 이회창을 시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은 것이다. 아마 이회창을 당선자로 예측하고 한번 흔들어보려고 했을 것이다.

알아야 할 것은 북한이 노무현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의 법칙에서는 상대방을 잘 안다고 믿을수록 함부로 행동하는 법이다. 노무현이 북한에 만만히 보여서 안된다는 말이다.

현재까지는 잘 하고 있다. 레임덕이라 해서 약하게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무색하게 김대중정권이 강하게 치고나가고 있다. 이회창이 당선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당선자가 노무현이므로 이 첫 번째 구멍은 쉽게 보수될 것으로 생각한다.

두 번째 구멍은 김정일 정권 자체의 약화이다. 김정일은 순진하게 일본인납치를 시인하여 위기를 자초했다. 북한 내부에서 비둘기파가 실권을 잃고 매파가 실권을 잡은 것이다. 매파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김정일의 지도력에 흠집이 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성과를 내지 못한 매파가 순순히 물러나주느냐이다.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왔다갔다 했다는 그 자체로 김정일의 지도력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김정일의 이러한 헛점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노무현은 경우에 따라 김정일의 지도력을 흔들어버릴 수 있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

노무현이 소극적인 북한 달래기에 주력한다면 북한의 매파는 커다란 성과를 얻은 셈이 된다. 이 경우 비둘기파는 큰 곤란에 빠진다. 그러므로 노무현은 절대로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해서 안된다. 당근과 채찍은 항상 동시에 사용할 때만 효과가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햇볕정책의 전면재검토 수준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도 고려되어야 한다.(물론 햇볕정책의 골간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세 번째 구멍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구멍이다. 이 구멍을 보수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후진타오와 장쩌민 사이의 구멍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 위협을 중재하므로서 미국과의 어색한 관계를 복원하고 푸틴과 부시 사이를 떼어놓으려 시도할 것이다. 노무현의 선택은 후진타오를 밀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최종결론 - 정답은 러시아와 중국의 바톤터치다]
북한의 핵 위협은 동서냉전과 러-미의 핵 우산이라는 시스템의 붕괴로부터 촉발되었다. 미국이 여전히 한국을 보호하는데 비해 민주화과정에서 혼란에 빠진 러시아가 북한을 보호해줄 능력을 잃으므로서 북한이 자구책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당면한 요구는 과거 러시아가 맡았던 북한체제의 수호자 역할을 중국이 대신해 달라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은 911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러-미의 밀월관계를 방해하고 중국의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북한의 핵 위협을 통하여 노출되었으므로 노무현은 이러한 구멍들을 활용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일단 압박을 통하여 매파의 전략을 실패하게 하므로서 김정일의 지도력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중국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외교로 후진타오의 국제무대 데뷔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러-미의 밀월관계로 입장이 난처해진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어, 중-러-미의 대등한 3각관계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결론날 수 밖에 없다. 노무현 당선자가 이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노무현은 후진타오를 만나야 한다]
정리하자. 과거 북한은 중-러 사이에서 등거리외교로 재미보았다. 중국이 먼저 배신하여 미국 쪽에 붙었다. 러시아는 몰락했다. 911사태이후 이번에는 러시아가 미국 쪽에 붙었다. 중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러한 사태진전의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다. 등거리외교의 약발이 떨어진 북한이 자구책을 모색한 것이 핵 위협이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사회주의형제국 북한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중-러가 미국에 구애경쟁을 벌였다는 사실에 있다. 러시아는 사회주의를 포기했으므로 북한을 보호할 이유가 없어졌다. 남은 것은 여전히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 뿐이다. 어떻게든 중국이 북한을 책임지는 형태로 결론이 날 수 밖에 없다. 후진타오의 최종적인 승리로 결론이 나게 되어 있는 정치게임이다. 물론 이번에도 패배자는 부시다. 노무현은 후진타오를 만나야 한다. 이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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