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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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140 vote 0 2018.03.07 (19:57:37)

    스님들의 방법

  

    ‘인생이 뭐냐?’ 하고 시비를 건다. '글쎄요. 인생이 뭘까요?' 하고 대답하면 ‘인생은 고야! 생로병사가 다 고롭지. 괴로워. 일체개고라고. 인생에 고 아닌게 없어. 고의 원인은 뭐지? 집이야. 집착 때문이지. 집착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멸해야 해. 도로 가능하지. 팔정도를 실천해 보라고. 12연기를 깨달으면 이와 같은 이치를 알 수 있지. 자네 한 번 도전해보지 않겠나?’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도 나가준다. 스님이 사람 꼬시는 절차가 이러하다. 그러나 노방전도 하는 예수쟁이들은 그런거 없다. 갑자기 ‘표를 받지 마시오!’ 하고 소리지른다. 악마와 계약하는 666 표가 있다나. 신도림역 근처에 자주 출몰한다. 도쟁이들도 ‘도를 아십니까?’하고 조심스레 질문을 하는데 이건 숫제 명령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갑을관계가 있는 거다. 묻는 자가 을이다. 


    불교나 도쟁이들은 그래도 상대방을 갑으로 대접해준다. 예수쟁이는 갑질한다. 막 명령한다. 백인 선교사들이 보기에 조선인들은 미개한 부족민으로 보였나보다.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라도 먼저 인사를 차리고 절차를 닦고 하는게 있는데 말이다. 사실이지 나는 인사 차리기 이런거 안 좋아한다. 형식이고 격식이고 싫어한다. 그러나 그런게 왜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당해보니까 알겠다. 갑자기 이메일을 보내서 막 쳐들어온다. 무턱대고 무얼 달라고 요구한다. 뻔뻔하게도 말이다. 여럿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내가 한 사람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런 식으로 대책없이 엉기는 자가 그동안 수십 명이었다. ‘어이구 또냐?’ 이렇게 된다. 예의와 염치가 있어야 한다.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나 원래 예의, 염치와 담 쌓은 사람인데.


    내가 졌다. 인정한다. 필요하다. 예절이 있어야 산다. 고리타분하지만 최소한의 격식은 있어야 한다. 이메일 보낼 때는 서두에 서로간의 공통분모를 먼저 찾고 그게 힘들면 날씨라도 이야기하고 그다음 상대의 문안을 묻고 그다음 자기 안부를 말하는게 예절이다. 그런 초딩수준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의 메일은 백 통을 보내오더라도 바로 쓰레기통으로 간다. 챙길거 챙기자.


    문장이 가지런하지 않고 심지어 술어를 생략하고 초딩체로 '뭐뭐 아님?' <- 이런 식으로 메일 쓰는 사람 진짜 있다. 환장한다. 더 심한 경우는 아예 띄어쓰기를 전혀 안 하는 사람도 봤다. 심지어 ‘나를 밀어줄 수 있다’거나 ‘우리가 힘을 합치면 뭐가 된다’는 식으로 건방지게 내게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 도대체 주제파악을 못해도 유분수지 인간이 어찌 이리 싸가지가 없을까? 어휴~!


    그런 말은 유비 삼형제가 도원결의를 하고 난 다음에 조심스럽게 하는 거다. 언제 당신과 내가 도원결의라도 했나? 스승과 제자가 되든, 서로 친구가 되든, 좋은동료가 되든 그냥 막 되는게 아니고 절차를 닦아서 되는 것이다. 삼고초려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상대가 먼저 찾아와도 세 번은 빼야 한다. 근데 제갈량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유비 막사에 막 쳐들어온다. 기절할 일이다.


    내 입장에서는 메일을 보내는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고 직업이 뭔지도 모르는데 대뜸 그런 건방진 소리를 한다. 초딩인지 참! 이런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일단 언어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말할 줄 모르는 사람과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걸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니 기본 한국어가 안 되는 사람이 턱도 없이 덤빈다. 아주 기어오른다. 


    사람 만만하게 보고 말이다. 스님이 ‘인생이 뭐냐?’ 하고 말을 붙이는 것도 고심 끝에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게 있어야 한다. 노방전도사처럼 갑자기 명령조로 말하면 안 좋다. 당신의 언어를 가졌는가? 나는 이것을 먼저 본다. 오마이뉴스에 흔한 유창선류 무뇌좌파를 싫어하는 이유는 일단 자기 언어가 없이 판에 박힌 공식을 쓰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체라고 있다.


    일단 신문기사를 따옴표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되나? 오마이뉴스도 나름 신문사인데 걸핏하면 다른 신문기사를 오려와서 써먹어도 되나? 가끔 상대진영의 결정적인 건수가 걸렸을 때 한두 번 써먹을 수는 있겠지만 늘 그런 식이라면 함량미달에 자격미달이다. 신문기자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남의 신문 기사를 막 오려놓고 밑줄 그어가며 반론하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요즘은 오마이뉴스를 안 보니까 달라졌는지 모르겠으나 과거에 그랬다. 한심했다. 상투적이고 타성에 젖어 있었다. 글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문체를 보고 스타일을 보지 내용 안 본다. 자궁을 보지 새끼를 보지 않는다. 자기 언어가 있어야 한다. 석가도 인생은 생로병사, 생로병사는 일체개고, 일체개고는 고집멸도, 고집멸도는 팔정도에 12연기로 처방하세 하고 말을 만들어냈다.

  

    그런거 하나 그럴 듯한 거 만들어오기 전에는 내한테 말 붙이지 말라. 자기 언어가 없는 사람과 내가 말할 이유가 없다. 어떤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면 안 된다. 스타일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 무례하게 굴면 안 되고 성의없이 칸도 안 맞추고 막 쓰면 안 되고, 아주 맞먹으려 하면 안 되고, 함부로 요구하면 안 되고, 요구 들어주면 나도 뭐 해줄게 하고 기어오르면 이건 쳐죽일 일이다.  


    무려 흥정을 하려들다니 미친거다. 그런 황당한 자가 있겠나 싶겠지만 있다. 수십 년간 수십 명을 봤다. 필자도 구조론을 이루기 전에는 남에게 말 걸지 않았다. 자기 언어가 없으면 일단 발언권이 없다. 늘 말하지만 컵에 물이 반 컵밖에 없는데요? 반 컵이나 있잖아요? 이런 식의 비교되는 상대어는 언어가 아니다. 그걸로 말걸지 말라. 문정인이 좋냐 나쁘냐는 논의대상 아니다.  


    절대어를 얻기 전에는 말하지 마라. 문정인이 좋든 나쁘든 그건 지 사정이고 남북대화를 넘어 핵폐기를 넘어 통일까지 바라보고 들어가는 게임이다. 문정인은 관심사가 아니다. 사실 핵도 본질은 아니다. 한국이 4만 불 되고 북한이 2만 불 될 때 통일이 되는 거다. 북한사람들은 남한 정도는 15년 정도면 충분히 따라잡지 않겠는가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원래 인간이 방자하다.  


    그러한 오만한 북한사람의 심리에 고인 밑바닥 에너지를 포착해야 한다. 남한경제가 성장하면 북한은 오만해진다. 그럴 때는 무조건 판돈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이건 절대적이다. 상대어는 언어가 아니다. 쪽팔리는 줄을 알아야 한다. 절대어를 획득했다면 발언권이 있다. 자기 언어를 가져야 한다. 석가형님도 그 사성제 팔정도 12연기 만드느라고 머리에 쥐나게 고생한 것이다.  


    하여간 막무가내로 무례하고 성의없는 글을 써서 보내오는 사람에게는 애인한테 편지질 할 때도 그딴 식으로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회사에 입사하려고 자기소개서를 써도 그딴 식으로 두서없이 쓰는지 궁금하다. 그런 식이면 안 된다. 자기 스타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또 자기 언어를 얻기 전에는 말붙일 자격이 없는 것이다. 상대방 말에 토달아서 말붙이는 오마이뉴스식 곤란하다.  


    그건 언어가 아니다. 먼저 언어를 얻기 바란다. 언어 안에 다 있다. 깨달음이 언어 안에 있고 구조론이 언어 안에 있다. 상대어는 곤란하고 절대어라야 한다. 남의 글을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 붙이려고 하는 사람은 아직 입이 없는 거다. 먼저 입을 이루기 바란다. 입도 없고 귀도 없는데 대화가 가당키나 하다는 말인가? 서민이 덤벼라 문빠들아 하는게 입이 없다.  


    자기 언어가 없으니 저런 식으로 남의 언어를 검열한다. 무슨 평론가나 되는 듯이 지가 무슨 심판이라도 되는 듯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견해를 평론하려는 자는 아직 입이 없다. 말문이 터지지 않은 거다. 입을 이루고 말문이 터지고 언어를 얻고 스타일 꾸리기까지 갈 길이 멀다. 말이 말 같으면 그제서야 도원결의를 하고 의를 이루고 난 다음에 뜻을 세우고 계획을 펼치는 것이다.


    ###


    몇 마디 추가해 보자. 김정은이 왜 갑자기 문재인에게 엉기겠는가? 6자회담은 개평꾼 때문에 실패였다. 북미담판이 정답이다. 근데 왜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중매쟁이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추천서 써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거 없으면 북한 주민들이 불안해 한다. 다 절차가 있는 것이며 김정은이 절차를 알고 있다. 김정은도 아는 것은 당연히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애인을 사귀든, 스승을 모시든, 도원결의를 하든 내가 물어보지 않은 자기 계획을 막 투척하면 곤란하고 먼저 갖출 것을 갖추어야 한다. 토대의 공유를 드러내야 한다. 자기 언어를 가지기 전에는 질문이라면 몰라도 수평적으로 말붙일 자격이 없다. 김정은도 이 정도는 알고 있다. 문재인을 보증인으로 앉히지 않으면 북한 주민이 불안하고 미국내 공화당과 언론과 야당이 끼어든다.


    육자회담은 일본과 중국의 비협조 때문에 망했는데 김정은이 열심히 대화를 간청해봤자 미국 공화당이 틀고 미국 민주당이 틀고 미국 언론이 틀고 북한 내 군부가 틀고 북한내 여론이 안좋아지고 쿠데타 시도 일어나고 결국 망하는 거다. 남녀가 사귀려고 할 때는 한 사람이 훼방을 놓아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판을 깨기는 너무나 쉽고 판을 꾸리기는 어렵다. 생각함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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