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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797 vote 0 2017.12.30 (17:58:36)

     

    엔트로피를 이해하라


    엔트로피가 어렵다지만 구조론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해했는가? 이해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약간 반응이 온 정도를 가지고 이해했다고 말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엔트로피야말로 대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거 이해하면 다 이해하는 거다. 대부분 이거 하나를 몰라서 헤매고 있는 거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 타자로 보면 안 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관측자 입장에서 관측대상을 보는 것이며 이때 관측자와 관측대상은 분리된다. 마주보고 대칭된다. 거기서 이미 틀어져 있다. 아는데 써먹지 못한다.


    말을 멀리서 바라보는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그 말을 타야 한다. 그래야 써먹을 수 있다. 말을 다룰 수 있다. 말과 사슴을 구분하는 정도로는 아는 것이 아니다. 엔트로피 원리를 세상 모든 분야에 두루 써먹으려면 말이다. 엔트로피의 이해의 핵심은 얼핏 질량보존의 법칙과 모순되어 보이는 점을 파훼했느냐에 있다.


    질량보존은 더하고 빼면 얄짤없이 0이라는 거다. 원인에서 결과로 갔다가 다시 원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런데 엔트로피 증가는 현실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거다. 뭔 소리여? 이랬다 저랬다냐? 다시 돌아올 수 있는데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라고라? 무엇보다 여기서 사물과 사건의 차이를 접수해야 한다.


    질량보존은 사물을 보고 엔트로피는 사건을 본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사물은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어도 원위치 된다. 그런데 사건은 반드시 주체가 있다. 왜인가? 사건은 저절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여기에 밑줄 쫙 그어야 한다. 사물을 더하고 빼는 노동은 외부에서 개입한 누군가가 한다.


    장난감 레고를 가지고 논다. 더하고 빼는건 레고블럭이 아니라 꼬마다. 여기서 장난감 레고블럭은 사물이다. 그런데 사건이라면? 사람이 밥을 먹는다면? 제 손으로 밥을 먹는다. 돌이 비탈을 굴러간다면? 제 힘으로 굴러간다. 바람이 분다면? 제 힘으로 분다. 사물은 에너지가 외부에 있고 사건은 에너지가 내부에 있다.


    열역학 일법칙은 사물이고 그 사물은 대상화된 것이며 곧 사물은 관측자에 대해 타자이며 외부에 있다. 사물을 조작하는 에너지는 외부에서 들어온다. 열역학 이법칙은 사건이고 사건은 주체가 있으며 관측자는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고 있고 사건을 진행하는 에너지는 사건 내부에 있다.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저절로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뭐든 저절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 저절로 안될까? 그런데 말이다. 저절로 안 되는건 당연하고 저절로 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엔트로피 증가는 당연하고 엔트로피 감소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주변에서 굉장히 많은 저절로를 목격하고 있다는 말이다.


    바람은 저절로 분다. 태양은 저절로 빛난다. 물은 저절로 흐른다. 그런데 돈은 왜 저절로 안 벌어지나? 아니 이재용은 감옥에 가만이 들어앉아있는데 왜 저절로 돈이 벌어지고 있지? 사람은 저절로 돈을 못 버는데 돈은 왜 저절로 돈을 벌지? 이상한건 엔트로피 증가가 아니라 반대로 엔트로피 감소 곧 저절로 현상이다.


    이건 뭐 기적이다. 가만이 있었는데도 나는 저절로 태어난다. 가만이 놔두었는데도 지구는 태양을 돈다. 자전을 겸한다. 만약 지구가 자전하지 않으면 한곳만 뜨거워져서 지구는 망했을 것이다. 자전에 의해 골고루 데워지니 이 얼마나 복받은 일인가? 말하자면 우리는 도처에서 로또당첨의 기적을 목격하고 있다.


    근데 왜 내 로또만 당첨이 안 되지? 이상하다. 그렇다. 사건은 에너지 잉여에서 발생하며, 잉여는 효율에서 발생하며, 효율은 대칭에서 성립하며, 대칭은 1로 2를 상대하는 것이며, 1로 2를 상대하려면 자연의 확산방향을 수렴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를 →←로 바꾸어야 한다. 바꾸는 데는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 에너지는 보존된다. 보존된 에너지를 사용하여 한 번 더 바꿀 수 있다. 5회에 걸쳐 방향을 바꾸면 점차 사건 깊숙히 파고들어 외부와 연결되는 라인이 완전히 끊어진다. 점은 외부와 연결되는 접점이 있다. 링크를 걸 수 있다. 선, 각, 입체로 갈수록 링크를 걸 수 없게 되며 밀도까지 가면 외부는 완전히 차단된다.


    기차는 궤도가 선으로 되어 있으므로 곳곳에 정거장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인체의 장기는 입체로 되어 있어 정거장을 둘 수 없다. 입체로 된 것은 심장처럼 입구와 출구만 있다. 두뇌는 밀도 형태이므로 정거장이 없다. 눈으로 보는 시각은 뇌로 바로 간다. 중간에 빼돌릴 수 없다. 여기서 사건은 완전히 끝이 난다. 


    열역학은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무질서도의 증가 곧 통제불가능성의 증가로 알지만 사실은 통제가능성의 존재, 기적의 존재, 저절로 되는게 열역학 2법칙의 진짜 의미다. 어떤 조건에서 추가비용이 없이 저절로 안된다는 설명을 들어왔지만 반대로 어떤 조건에서 저절로 되는지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거다.


    대칭과 호응이면 저절로 된다. 정리하자. 질량보존은 관측자 인간 맞은 편에 타자로 있는 외부 관측대상에 에너지를 투입해 조작할 때 그 대상이 더하고 빼면 제로가 된다는 통제원리다. 엔트로피는 내가 주체로서 사건에 뛰어들어 조작할 때 일정한 조건에서 저절로 되다가 조건이 깨지면 저절로 안 되는 원리다.


    내가 사건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은 내가 돌린게 아니다. 그래서 잘 돈다. 내가 뛰어들어 지구를 돌리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팽이를 돌려도 처음에 조금 되는듯 하다가 잘 안 된다. 저절로는 안 돌아간다. 반면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우주 무중력 공간에서 팽이는 영원히 돌아간다.


    답은 내가 개입한 사실 그 자체에 있다. 내가 개입했다는 것은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외부의 링크 하나를 내가 끊었다는 말이다. 어떤 여자 혹은 남자가 있다. 그 남자나 여자를 가만이 내버려두면 누구와 결혼한다. 저절로 결혼하는 거다. 내가 개입하지 않았는데 나는 청첩장을 받는다. 내가 개입하면 어떻게 될까?


    내가 그 사람과 결혼했다면 이제부터 그 사람이 결혼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왜? 내가 그 사람을 유부남 혹은 유부녀로 만들었으니까. 내가 개입했기 때문에 그만큼 빠진다. 당연하다. 무한동력 착오는 대개 자신의 개입사실을 깨닫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당신이 사건에 개입하여 약간 손상시켰으므로 저절로 안 된다.


    사건은 에너지가 들어가서 격발되는 것이며 계를 설정하고 계 내부로 에너지를 진입시켰다는 것은 사건에 개입했다는 말이다. 어떻게든 에너지원과 링크가 걸려야 개입이 가능한 것이며 링크를 걸었다면 링크를 걸 수 있는 기회 하나를 손실하게 된다. 즉 이미 대상에 손상이 일어났으므로 그만큼 장애가 발생한다.


     엔트로피를 이해하지 못하는건 자신이 어떤 사람과 결혼해 놓고 왜 이 사람은 내게 청첩장을 보내지 않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거다. 멍청한 거다. 등불을 손에 들고 등불을 찾아다니는 사람과 같다. 질량보존은 더하고 빼면 0이 된다는 말이다. 엔트로피는 사건을 일으키면 이미 손상되어 0이 안 된다는 말이다. 


    밖에서 보면 0이 되는데 안에 들어가서 보면 0이 안 된다. 자신이 사건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돼지셈과 같다. 자신을 포함시켜서 숫자를 세어야 한다. 이건 간단한 트릭이다. 내가 개입한 사정을 어떻게 포착할까? 닫힌계 개념이 요구된다. 구조론이 노상 계를 말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계는 이을계다.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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