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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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068 vote 1 2017.11.24 (23:15:24)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란 무엇인가?


   
 개미가 나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행동은 합리적인가? 그래 봤자 고작 사나흘을 더 살 뿐이다. 별 의미 없다. 결국, 그 개미는 죽는다. 그렇다면 개미가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 행동은 합리적인가? 개미는 수시로 전쟁을 벌여 죽이고 죽는다. 그래서 개미 집단은 발전했는가? 아니다. 


    집단을 위해 희생하면 집단이 살아날 확률이 약간 높아질 뿐이다. 개미집단은 번영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밸런스에 도달하고 거기서 멈춘다. 개미가 나만 살겠다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든 아니면 집단을 위해 몸 바쳐 희생하든 별 차이는 없으며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인간이 나만 살려고 하면 고립되어 죽고 집단을 위해 희생하면 집단적으로 죽는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무엇인가? 그것은 지속적으로 환경을 변화시켜 가는 것이다. 나를 변화시키고 집단을 변화시켜야 한다. 게임을 바꿔야 한다. 나는 달라져야 하고 집단도 변해야 한다.


    이기적인 행동이든 이타적인 행동이든 그것이 의사결정은 아니다. 인간은 열심히 살아도 죽고 게으르게 살아도 죽는다. 일해도 죽고 놀아도 죽는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미리 규칙을 정해놓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앞의 결정에 다음 결정을 연동시킨다. 예컨대 이런 거다.


    도박판에서 1만 원을 잃었다. 2만 원을 베팅한다. 또 잃으면 4만 원을 베팅한다. 또 잃으면 8만 원을 베팅한다. 한 번이라도 이기면 즉시 일어난다. 도박장을 떠난다. 이 방법을 쓰려면 미리 규칙을 정해두어야 한다. 경마장이라 치자. 여러 가지 베팅기술이 있다. 문제는 이런 거다.


    A 방법을 쓰다가 안 되면 B 방법으로 갈아탄다. 안 되면 또 C 방법으로 갈아탄다. 그래도 안 되면 또 D로 바꾼다. 그래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는다. 셋 중의 하나를 고른다 치자. 좌가 아니면 중이고 중이 아니면 우다. 셋 중의 하나는 정답이다. 첫 번째 시도가 꽝이라면?


    나머지 둘의 확률은 올라갔다. 그런데 포기하고 금방 다른 종목으로 갈아탄다. 데이터는 축적되지 않고 첫 번째 게임의 실패가 두 번째 게임의 성공확률을 올리지 못한다. 이런 게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다. 이게 꽝이면 저거라도 걸려야 한다. 죄다 꽝이 될 수는 없는 거다.


    안철수는 지난번에 실패했다. 지난번에 실패한 것이 다음번 성공의 확률을 올려야 한다. 노무현은 부산에서 떨어졌다. 그러므로 다음에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이 올라갔다. 이런 구조를 조직해야 한다. 안철수는 이랬다가 저랬다가 변덕을 부렸지만 확률은 0에 수렴된다.


    사람을 사귀어도 그렇다. 이 사람과 잘 안 되었다면 저 사람과 잘될 확률이 올라가야 한다. 그러려면 미리 규칙을 정해두어야 한다. 주식을 얼마에 사서 얼마에 도달하면 팔고 얼마까지 떨어지면 손절하고 하는 것을 미리 정해놓고 그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 경우 이번에 손해 봤다면 다음에 이득을 볼 확률이 상승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열사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지는가? 그것은 이타주의 때문이 아니고 이기주의 때문인 것도 아니다. 미리 규칙을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소년을 덮치려 할 때는 몸을 던져 구한다.


    모두가 이 규칙을 정해두고 약속을 지키면 집단은 강해진다. 나라를 사랑해서 내 한 몸을 희생한다는 건 개소리고 그저 약속을 지키는 거다. 정해진 규칙대로 가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A에서 손해 보면 반드시 B에서 복구되도록 세팅해놓는 것이다.


    그러려면 첫째, 미리 규칙을 정해두고 약속을 지켜야 하며, 둘째, 판돈을 계속 늘려가야 한다. 판을 더 키워야 한다. 개인대결에서 패배하면 가족대결로, 가족대결에서 패배하면 부족대결로, 부족대결에서 패배하면 국가대결로, 더 나아가 인류대결로 가며 판을 키워야 한다.


    진보가 이기려면 보수를 때릴 것이 아니라 세계를 때려야 한다. 판을 키우지 않으면 A에서 손해 본 것이 절대 B에서 복구되지 않는다. A게임과 B게임은 상관없게 된다. 짜장면 배달로 실패하면 그 경력이 피자배달에 쓰여야 한다. 경력을 인정받는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노무현은 무수히 패배했고 패배할 때마다 더 큰 게임을 벌여왔다. 국회의원에 떨어지는 대신 명성을 얻었다. A에서 잃은 것을 B에서 회수했다. 필자 역시 무수히 실패했다. 잃은 것을 복구하는 방법은 구조론을 연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현명한 사람은 다 이 방법을 쓴다.


    판을 키우려면 무조건 장기전을 하는 수밖에 없다. 큰 전략 안에서 세부전술을 쓰고, 큰 이념 안에서 작은 정책을 찾고, 큰 공자 안에서 작은 노자를 쓰고, 큰 오자 안에서 작은 손자를 쓰고, 큰 세력 안에서 작은 생존을 꾀해야 한다. 그래야 여기서 털린 게 저기서 복구된다.


    빌리빈의 머니볼이 출루율을 중시하고 또 뭔가 결함이 있어서 저평가된 선수에 주목한 것도 같다. 땅볼을 치든 바가지안타를 치든 어떻게든 출루를 계속 더 하면 점수가 난다. 잃은 것이 망실되지 않고 다른 형태로 복구되는 구조를 조직한 것이다. 저평가된 선수도 같다.


    저평가된 이유는 얼굴이 못생겼거나, 성격이 좋지 않거나, 투구폼이 괴상하거나 등등 결함 때문인데 그걸로 잃은 만큼 반드시 반대편에 얻는 것이 있다. 그것을 잘 긁어모으면 대박이 된다. 그것을 수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연결연결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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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Quantum

2017.11.25 (11:07:43)

최근에 이 문제로 고민을 좀 했는데 적절한 방향을 정리해주신것 같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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