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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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841 vote 0 2017.11.23 (15:06:14)

    모든 이념의 이념


   
좋은 세상을 꿈꾸는가? 막연히 한 번 잘해보자고 하는 건 허황된 관념일 뿐 이념이 될 수 없다. 좋은 세상 한 번 만들어 보세. 이런 말 누가 못하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좋은 세상 어쩌고 하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듣겠다는 속셈인 바 숨긴 권력의지를 들키는 거다.


    그냥 '나 칭찬받고 싶어' 이렇게 말해라. 왕따라서 간만에 칭찬 한 번 받아보고 싶은 건 니 사정이지 그게 어찌 이념이냐고? 자기소개다. 개인적인 푸념이나 넋두리를 이념으로 포장하면 곤란하다. 이념은 과학에 근거해야 한다. 구체적인 에너지 효율성 증대방안을 제안해야 한다.


   왕조시대에 여진족 백정 임꺽정이 세상에 불만을 품고 뭔가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손 치더라도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게 없다. 왕을 끌어내리고 자기가 왕이 된다면 이씨왕조가 임씨왕조로 바뀔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허황된 관념론을 극복한 진짜 이념은 무엇인가?


   이념이란 이런 것이다. 어떤 사람이 혼자 들판을 떠돌고 있는데 친구가 부르러 온다. '야 가자!' 이 말에 친구를 따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이념이다. 구체적으로는 동원력이다. 동원력은 물적 토대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에너지 효율성을 증명해야 한다. 은행털이라 치자.


   따라갈지 말지는 은행털이를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결정한다. 수호지의 호걸들이 양산박으로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는 성공가능성이 결정한다. 흑손강이 꼬시면 따라가지만 백의수사 왕륜이 부르면 따라가지 않는다. 흑손강과 왕륜의 이념이 다르다. 누가 동원력이 높나? 


    이념은 동원력이다. 인간은 가족이나 회사나 패거리나 국가라는 형태로 동원되어 있다. 그러나 말이 그러할 뿐 실제로는 동원되어 있지 않다. 가족이라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콩가루다. 회사라고 하지만 언제든 사표 낼 준비가 되어 있다. 국가라 하지만 이민 가면 그만이다.


    압도적인 생산력 증대가 있어야 한다. 효율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제시해야 한다. 어떻게? 이게 다 자본가의 착취 때문이다. 착취하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물정을 모르는 청소년들이나 사회생활 경험없는 책상물림들에게나 조금 먹힐 뿐 대개 먹히지 않는다.


    내가 자본가라 치고 생각해보자. 될 거 같지 않다. 내가 사장을 맡으면 뭔가 신통한 방법을 써서 노동자들 임금 팍팍 올려주고 그럴 수 있을까? 그거 성공한 사람은 포드자동차의 헨리 포드밖에 없다. 그렇다. 진짜 이념은 컨베이어 벨트다. 마르크스는 컨베이어 벨트를 만들었다.


    과학혁명이다. 뭐가 안 되는 것은 선량한 과학자가 탐욕적인 정치가와 자본가 밑에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을 다 끌어모아 잠실체육관에 가둬놓고 10년 안에 상온핵융합을 성공시키지 않으면 한 명도 풀어주지 않는다고 압박하면 어떨까? 뭔가 분명히 나온다. 성과 있다.


    그러려면 방해자는 무엇인가? 국경이다. 국경을 허물고 전 세계의 자원을 인류가 고루 쓰면 뭐가 되지 않을까? 이거 된다. 포드는 각자의 작업장에 분산되어 있던 노동자를 하나의 라인으로 통합시켰다. 혁명으로 세계를 몽땅 갈아엎어 인류를 하나의 라인으로 통합하면 어떨까?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현실은 냉정한 법이다. 쉽지 않다. 인류에게 대단한 이념의 실험이 한 차례 있었다. 2차대전의 독소전이다. 독소전은 서로 다른 동원의 형태로 각자 자기네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인류사의 실험이었다. 동원의 형태가 다르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독일은 소수 정예 엘리트주의다. 소련은 최대다수 물량공세다. 독일은 현장의 지형지물과 환경조건을 고려하여 엘리트 장교의 창의성과 임기응변능력을 강조하는 특수성을 앞세우고 소련은 주코프의 종심전투 이론에 따른 교범위주에 매뉴얼 위주의 전투다. 시키는 대로 하기다.


    AK와 M16의 차이는 그러한 이념의 차이에 기반을 둔다. 잘 훈련된 소수 엘리트가 최고의 무기로 적의 수뇌부를 타격해 단번에 대세를 결판짓는 게 독일식 전투라면 평범한 민중을 무장시켜 넉넉한 물량으로 거대한 그물을 만들어 말단부부터 완전히 에워싸는 게 소련식 전투다.


    처음에는 독일이 이겼고 막판에는 소련이 이겼다. 둘 다 근거가 있다. 단기전은 허를 찌르는 독일식 소수정예가 맞고 장기전은 소련식 보편주의가 맞다. 어느 쪽이든 동원이라는 본질은 같다. 우리나라는 NL과 PD가 알려져 있다. NL은 인종주의다. 히틀러의 수법과 정확히 같다.


    품성론은 그냥 인종차별이다. 극우노선이라 하겠다. NL은 왜 극우로 틀었을까? 왼쪽으로 간다며 오른쪽으로 간 이유는? 최대다수의 자원을 동원하려면 민족주의로 가야 한다는 거다. 사회주의를 떠들어봤자 소수 엘리트만 호응하고 다수 기층민중은 호응하지 않으니까 별수 없다.


    사회주의가 쓰는 과학은 엘리트의 것이지 민중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목적은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는 데 있다. 어쨌든 히틀러는 독일국민의 역량을 있는 대로 긁어냈다. 유태인과 외국인만 빼고. 특히 히틀러는 귀족들에게 반감을 가진 기층민중의 역량을 끌어냈다.


    엘리트는 매뉴얼을 좋아한다. 현장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매뉴얼대로 하려면 합의해야 하는데 의사결정과정이 어렵다. 창의적인 전쟁을 하려면 임기응변에 능해야 한다. 매뉴얼 버려야 한다. 하사출신인 히틀러가 현장을 아는 농부 출신 롬멜과 죽이 맞은 것은 그 때문이다.


    러시아도 막판에는 어머니 조국 러시아를 주장하며 인종주의로 돌아섰다. 소련에는 핀란드부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국가에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까지 민족구성이 복잡해서 러시아를 주장할 형편이 아니었다. 독일군에 밀려 제국에서 러시아 민족국가로 후퇴해 버렸다.


    PD는 엘리트주의다. 소수정예를 앞세우는 독일군의 관점과 가깝다. 배우지 못한 하층민이 무식해서 말을 안듣고 있는데 내가 아는 지식을 전수해주면 곧 깨닫고 말을 잘 듣게 될 것이라는 허황된 희망을 품고 있다. 그것이 엘리트의 비뚤어진 권력행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정리하자. 이념은 딱 두 가지가 있을 뿐이다.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다. 세력전략과 생존전략이다. 오자병법과 손자병법이다. 장기전과 단기전이다. 소련군 방식과 독일군의 방식이다. 물량작전과 소수정예다. 둘 다 일정한 가능성을 보였다. 둘 다 이길 때는 이겼고 질 때는 졌다.


    뒤섞여 있지만 NL이 더 동원에 역점을 두는 소련군의 보편주의 방법이고 PD는 선택과 집중에 중점을 두는 독일군의 방식이다. 밑바닥부터 긁어부리는 방법과 급소만 찌르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소련군이 더 대륙적이고 독일군은 섬나라 방식과 가깝다. 큰 틀에서 그러할 뿐이다.


    세부적으로는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이념이고 뭐고 편한 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분명 일정한 방향이 있다. 결이 다르다. 끝까지 개기면 우리가 이긴다는 소련군의 믿는 구석과 급소 한 방만 오지게 들어가면 숨통을 끊을 수 있다는 독일군의 믿는 구석이 있는 거다.


    노빠는 상대적으로 동원력에 중점을 두고 정의당은 소수 정예 치고빠지기에 중점을 둔다. 어느 쪽이 옳은가? 모든 수단을 다 쏟아붓는 전쟁이야말로 진실하다. 허구적인 관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총으로 하다 안 되면 칼을 쓴다. 칼이 먹히지 않으면 마구잡이 주먹질을 한다. 


    결국 알몸을 드러내게 된다. 밑천이 다 털리고 만다. 선거는 전쟁이다. 선거에서 이겼다면 옳은 것이다. 검증된 거다. 노빠가 선거에 이겼으므로 노빠가 옳은 것이다. 정의당도 언젠가는 이간다면 정의당이 옳다? 아니다. 그 사람들은 명성을 탐하는 자들이라 이기는데 관심이 없다. 


    단기전으로는 노빠가 패배할 수도 당연히 있지만 길게 보면 동원에 중점을 두는 방식이 역사적으로 늘 이겨왔음을 알 수 있다. 명치시대 일본의 세이난 전쟁만 해도 그렇다. 사기가 높고 잘 훈련된 정예 사무라이와 마구잡이로 징집된 다수 농민군이 닥돌했는데 농민군이 이겼다. 


    남북전쟁도 같다. 당시 미국은 사관학교가 웨스트포인트 하나 뿐이었는데 장교들은 모두 교장이었던 리장군을 따라갔다. 남군이 고향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소수정예였다면 북군은 감자흉년에 먹을게 없어 대서양을 건넜다가 얼떨결에 총을 쥐게 된 오합지졸이었다. 


    고향을 지키려고 자원한 남부신사와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말에 멋모르고 따라온 북양키의 대결이라면 보나마나 승부는 뻔한 거다. 그러나 역사는 냉정한 법이니 남부신사라고 봐주고 그런거 없다. 역시 처음에는 독일식이 이겼고 나중에는 소련식이 이겼다. 공화주의가 승리했다.


    소련이 공화주의라면 독일은 자유주의다. 소련이 보편주의라면 독일은 엘리트주의다. 소련이 기층민중의 동원에 주력한다면 독일은 현장전문가의 창의력에 주력한다. 소련이 로마교범이라면 독일은 손자병법이다. 소련은 따발총 같이 누구나 다루는 보편적인 무기를 선호한다.


    독일은 명중률이 좋은 신무기를 좋아한다. 장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는다. 오늘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여 교착된 것도 실제 양쪽 다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매뉴얼 만들기 싫어한다. 수시로 법이 바뀌므로 매뉴얼 만들어봤자 고치기 바쁘다.


    현대는 노동자들의 잦은 파업에 대비해서 기술이 없는 사람이라도 당장 현장에 투입되어 일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잘 만들어놨다. 이건 보편주의 방법이다. 보편주의는 의사결정이 늦어지지만 한 번 완벽한 것을 만들어놓으면 대단한 파괴력이 있다. 주코프의 종심전술과 같다.


    독일은 현장에 밝은 엘리트의 창의력에 맡기므로 의사결정이 빠르다. 미국이 핵폭탄을 던진 것은 독일식이다. 핵무기 개발은 소수 정예 엘리트의 몫이다.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소련이 이겼다. 오자가 손자보다 늦게 나온 전략이다. 백년의 세월이 흘러 전쟁의 규모가 더 커졌다.


    전쟁의 규모가 커지자 치고 빠지는 도교식 손자병법으로는 안 되고 약속을 지키고 의리를 지키는 유교식 오자병법이 먹힌 것이다. 벤처붐도 비슷하다. 초기에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했는데 이제는 기술이 받쳐줘야 해서 벤처도 대규모 자본이 없으면 네이버에 다 잡아먹힌다.


    지금은 벤처도 해먹기 어려운 세상이다. 낭만주의 벤처시대는 끝나고 사실주의 벤처시대가 열렸다. 70년대 산업화 초기가 가부장적인 고전주의, 권위주의, 엄숙주의 벤처시대라면 2천년대는 유쾌상쾌, 졸라씨바, 낭만주의 벤처시대였고 지금은 실력위주 사실주의 벤처시대다.  


    왜 유교가 이념인가? 유교주의는 애초에 동원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인지의신예를 투입하여 죄다 동원한다. 유비가 조조와 달리 광범위한 민중의 지지를 끌어낸 것과 같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동원력에 있다. 한국의 동원력은 2천만 찍은 월드컵 길거리 응원 때 보여줬다.


    일본은 소수 오타쿠를 동원할 뿐이다. 일본은 에스컬레이트를 타도 관동과 관서가 서는 위치가 다르다. 에스컬레이트 한쪽은 비워놓기 마련인데 관서에 살다가 관동으로 이사 온 사람은 당황하게 된다. 그들은 동원되지 않는 쪽으로만 머리를 쓰므로 갈라파고스 경제로 망했다.


    한국은 소련빠 박정희가 소련의 압도적인 동원력에 자극받아 스탈린식 성장모델을 만들었으므로 공화주의에 합리주의다. 그러나 반도국가 특유의 자유주의와 실용주의가 있다. 한국은 소련식과 독일식이 반반이지만, 유교가치가 근본적으로 공화주의라서 일본보다 진보적이다.


    장단점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공화주의가 옳고 자유주의가 틀렸다. 이건 입증된 거다. 그런데 왜 소련은 망했는가? 전쟁 때는 급하니까 이론 대로 했고 전쟁이 끝난 다음은 이론 대로 안했다. 그들은 국민 역량을 최대한 동원하지 않았다. 공산주의는 철저한 엘리트 지배체제다.


    민주주의라야 국민의 역량을 백 퍼센트 동원할 수 있다. 전시상황이라야 국민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할 수 있듯이 민주주의는 언제나 전쟁상태이므로 동원력의 극한을 찍어준다. 물론 공화주의만 옳은 것은 아니다. 소수정예가 먹히는 시점도 분명히 있다. 조선은 왜 전쟁에 졌는가?


    소수정예를 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시대는 소수정예가 있었다. 이성계가 거느린 2천 명의 사병은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소수정예로 가려면 기득권 호족들에게 재량권을 줘야 한다. 삼성과 현대가 한국의 소수정예다. 그렇다면 삼성과 현대를 더 밀어줘야 하는가?


    절충해야 한다. 큰 틀에서는 공화주의, 물량동원, 보편주의로 가고 세부적으로는 자유주의, 소수정예, 다원주의를 쓴다. 전략은 큰 틀로 잡고 전술은 세부적으로 잡는다. 전략은 소련식에 전술은 독일식이 좋다. 큰 전략은 유교 오자병법이 옳고 세부전술은 도교 손자병법이 먹힌다.


    소련이 망한 이유는 소련의 공화주의 이념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을 틀어쥔 엘리트가 이념대로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 입에 들어온 떡을 뱉어낼 리가 없다. 전쟁 때는 워낙 급해서 몇 차례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이다. 스탈린의 몇 가지 성공은 보편주의 이념의 성과다.


    올바른 이념은 무엇인가? NL과 PD는 왜 맨날 다툴까? NL은 왜 머리가 나쁘고 PD는 왜 성질이 더러울까? NL은 최대동원을 위해 눈높이를 낮추므로 머리가 나쁘고 PD는 엘리트라 잘난 척 하는데 민중이 따르지 않으므로 성질이 더러워졌다. 이념의 본질은 단 하나 동원력이다.


    단지 숫자만 많다고 동원이 되는 게 아니다. 중간허리 역할이 있어야 한다. 수뇌부와 말단부 사이에 중산층이 받쳐주고 장교단이 받쳐줘야 한다. 소수정예도 있어야 하고 배후를 돌아줄 특공대도 필요하다. 노상 이념타령 하지만 쓸데없는 관념에 불과하다. 이념은 도덕이 아니다.


    개념 없는 도덕타령은 다른 사람에게 칭찬 듣겠다는 소아병에 불과하다. 최종단계는 반드시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최대다수를 동원하기 위해 도덕을 쓴다. 평화와 평등도 동원이라는 본질에 따라오는 것이다. 자유, 평등, 평화가 아니면 인원이 잘 동원되지 않는다. 불러도 안 온다.


    왜 아프리카는 가난한가? '야 가자!' 하고 불렀는데도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원래 말 안 듣는다. 말 듣는 인간도 있다고? 그 사람은 가족이나 부족 혹은 국가와 같은 동원구조 안에서 호흡하기 때문에 말을 듣는 것이다. 그게 특수한 경우이고 원래는 절대로 말 안 듣는다.


    한국인은 왜 말을 잘 들을까? 한국뿐 아니라 한중일에 베트남까지 유교권이 말 잘 듣는다. 동원구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일차적이다. 개인주의도 중요하다. 가족주의를 주장하면 가장만 오고 식구들은 오지 않는다. 모두 끌어내려면 가족주의보다 개인주의가 답이다.


    인류문명을 하나의 동원단위로 보고 개인주의+가족주의+부족주의+국가주의+인류주의로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 종교집단은 부족주의 형태 중 하나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동호회도 부족집단이다. 이 중에 개인주의 하나만 좋고 다른 것은 필요없다는 식으로 되면 곤란하다.


    사실은 다 필요하다. 그물은 굵고 성긴 기둥줄과 촘촘한 말단부까지 두루 갖춰져야 한다. S급 인재는 인류주의로 동원하고 중간 엘리트는 국가주의로 동원하고 보통사람은 부족주의로 동원하고 장애인과 환자는 가족주의로 동원하고 도둑과 양아치는 개인주의를 써서 동원한다.


    국민의 잠재된 역량을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구조로 사회의 의사결정구조를 조직하는 것이 이념이다. 간단하다. 부르면 와야 한다. 응답이 있어야 한다. 응답하지 않으면 야만인이다. 개고기 먹지마라고 하면 말을 들어먹어야 한다. '내 자식을 내가 패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야?'


    이런 식이면 동원실패다. 무작정 동원하려고 하면 안 된다. 합리적이어야 한다. 도덕이나 정의나 평화나 평등과 같은 관념적 언어를 들이대면 안 된다. 그것은 최대한의 동원에 의해 결과적으로 달성되어지는 성과이지 그것을 목적으로 앞세우면 안 된다. 싸울 때는 싸워줘야 한다.


    인류가 죄다 동원되면 적이 없다. 적이 없으면 전쟁은 없다. 그러므로 평화가 온다. 결과적으로 평화가 오는 거지 평화를 외치며 그걸로 권력을 잡겠다고 나대면 그 권력에 대한 대항권력이 만들어져서 결국 전쟁이 터진다. 평화를 외쳤는데 도리어 전쟁이 발발하는 게 역설이다.


    윤리를 외치므로 윤리가 깨지고, 도덕을 외치므로 도덕이 깨지고, 자유를 외치며 자유를 억압하고, 평화를 외치며 평화를 깨뜨리는 모습을 그동안 익숙히 보아왔지 않은가? 조중동이 입만 열면 자유를 주장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억압을 선물하지 않았던가? 말로 하는 건 가짜다.


    진짜는 에너지의 결이다. 에너지는 두 개의 결을 가진다. 세력전략과 생존전략이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다. 작용측과 반작용측이다. 주는 쪽과 받는 쪽이다. 주는 방법으로 이기는 자와 받는 방법으로 이기는 자 있다. 투자자는 주는 방법으로 이기니 많이 투자할수록 많이 이긴다.


    아기는 받는 방법으로 이긴다. 어미 제비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더 많이 받아먹은 새끼 제비가 더 건강하게 자란다. 그러나 아기의 전술은 일회용이다. 덩치가 커지면 엄마는 훌쩍 떠난다. 둥지를 떠나 독립해야 한다. 언제까지고 받아먹고만 살 수 없다는 것이 금수저의 한계다.


    주는 방법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자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노자 방법은 일회용이다. 독일 방법은 일회용이다. 전쟁은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 초반에는 기습과 창의가 먹히지만 막판에는 무식하게 물량으로 깔아뭉개야 한다. 손자병법은 망하고 오자병법이 먹힌다.


    다시 이념으로 돌아가자. 왜 아랍은 말을 안 들을까? 명예살인 하지 말라고 진작부터 말했건만 왜 아직도 그러고 있나? 영화 대부 도입부 에피소드다. 장의사 딸이 성폭행 당할 뻔 했는데 다행히 저항하여 명예를 지켰지만, 가해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니 복수해달라고 한다.


    당시의 이탈리아도 또 그 이탈리아 이민자가 참여하여 건설한 미국도 아랍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성폭행을 당했으면 명예를 잃은 거다. 명예를 잃었으면 죽어야만 하는가? 탈근대 또라이들이 주장하는 문화상대주의는 '내버려 둬!' 이런 거다.


    내버려 둔 결과가 이렇다. 개판이다. 서구 구조주의 철학자들이 현대사를 통째로말아먹었다. 마르크스는 동원력을 강조했다. 동원은 성공했는데 엉뚱하게 전쟁에 동원되었다. 지식인들은 크게 성찰했다. 공자가 동원하래서 동원했더니 나쁜 쪽에 쓰이네. 이제 절대 동원하지 말자.


    이게 진중권 부류의 결론이다. 동원반대는 반 이념에 반 진보다. 정의당 김종대의 엘리트주의는 보수주의다. 큰 틀에서의 방향은 진보이나 구체적인 전술은 보수의 것이다. 진보는 진보라야 한다. 스탈린도 급하니까 인종주의 썼고 김일성도 주체사상이라는 인종주의 써먹었다.


    진보가 급하다고 보수의 방법을 쓰면 타락이다. 정의당은 타락했다. 노빠의 압도적인 동원력이야말로 진보의 가능성이다. 김종대의 아집은 잘난 나를 따르라 하는 특권의식의 발로다. 그 비열함을 들켰다. 인권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인권이라는 지식으로 무식을 패려고 한 거다.


    패는 게 목적이고 인권은 도구일 뿐이다. 사람 패는 게 진보인가? 진보는 최대다수 최대역량의 최대동원이라는 한 방향을 보고 가야 한다. 승부처에서는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노무현은 그렇게 했다. 부자도 가난뱅이도 엘리트도 노동자도 농민도 모두 동원하려 했다. 


    좌파 방법으로 판을 설계하고 우파 방법으로 성과를 수확했다. 그러자 바보들이 뿔났다. 좌파의 방법만 써야 좌파인 자기네들이 권력을 잡지 않느냐 하는 식이다. 그들은 권력을 원했고 권력을 줄 생각이 없는 노무현을 찔렀다. 국민들은 방향을 잃었다. 좌파는 제풀에 죽어버리네.


    좌파는 제 풀에 죽어버리니 팽할 수밖에. 우파 이명박이 그동안 지켜보고 좌파 노무현에게 배운게 있을 텐데 좌파의 설계능력에 우파의 시공기술을 더하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이런 멍청한 생각을 한 것이다. 이명박이 노무현을 승계하면 최고! 이런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는 게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전략에 전술을 태울 수 있을 뿐 전술에 전략을 태울 수 없다. 노무현의 설계능력에 이명박의 시공기술을 더하면 청계천이 살지만 이명박이 설계를 맡으면 사대강 된다. 이명박은 노무현 밑에서만 실력발휘를 한다.


    원래 그게 세상의 법칙인거다. 그러나 국민은 깨닫지 못하고 또 박근혜 실험 들어간다. 박근혜가 고집 하나는 노무현인데 혹시 노무현의 기질이 있지 않을까? 이런 초딩생각으로 박근혜 찍었다. 현실은 예상대로다. 다들 예견했듯이 이명박 5년 삽질을 박근혜는 일 년만에 해치웠다. 


    방향만 보고 가야 한다. 북극성만 잃지 않으면 끝까지 간다. 이념은 방향이지 시시콜콜한 것이아니다. 설계가 먼저고 시공은 다음이라는 수순만 알면 길을 잃어먹지는 않는다. 김종대의 느닷없는 딴지는 작은 것이고 소인배의 것이다. 진보는 큰 방향만 보지 작은 거 트집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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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블루

2017.11.23 (21:24:09)

훌륭하신 글입니다.

깊은 감명 받네요.

[레벨:4]김미욱

2017.11.24 (00:52:34)

일년 만에 삽질한 박그네, 장하다~! 뭐, 꼭, 걍, 뱁새라고는... 뱁새 맞네 ㅋ.
[레벨:7]Quantum

2017.11.25 (23:07:29)

우선 훌륭한 글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 가지만 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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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정예를 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시대는 소수정예가 있었다. 이성계가 거느린 2천 명의 사병은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소수정예로 가려면 기득권 호족들에게 재량권을 줘야 한다. 삼성과 현대가 한국의 소수정예다. 그렇다면 삼성과 현대를 더 밀어줘야 하는가?


    절충해야 한다. 큰 틀에서는 공화주의, 물량동원, 보편주의로 가고 세부적으로는 자유주의, 소수정예, 다원주의를 쓴다. 전략은 큰 틀로 잡고 전술은 세부적으로 잡는다. 전략은 소련식에 전술은 독일식이 좋다. 큰 전략은 유교 오자병법이 옳고 세부전술은 도교 손자병법이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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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말씀드리고 싶은게, 능력있거나 특출난 사람을 공화주의로 갈아넣으려고 하는 게, 그 특출나거나 에너지 넘치는 사람입장에서는 상당히 스트레스 받고, 스스로를 죽이는 일이 됩니다. 결국 못 참고 그 획일적인 군대문화, 컨베이어 벨트식 조직을 뛰쳐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절충해야하고, 이것 저것 다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서울대 나온 사람들은 대개 회사생활 못하고, 고시합격하거나 사시합격하거나, 전문직하거나, 사업하거나 이런다고 하더라구요. 능력있는 사람을 컨베이어 벨트에 갈아넣는 것도 엄청 스트레스받고 사람 우울하게 만든답니다.


그리고 조직 전체가 그런 컨베이어벨트, 집단 생활방식 문화에 젖어있다가, 판도가 바뀌거나 외부 지형이 바뀌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조직 전체가 공멸의 길로 가기도 합니다. 상부구조에 머리좋은 사람들 모아다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끌어오게 해야 하는데, 다 같이 컨베이어벨트 강조하다가 그렇게 조직 전체가 도태되기도 합니다...


물론 동렬님의 전체 요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획일적인 공화주의, 소련식 물량공세만을 강조하는 것은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글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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