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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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012 vote 0 2017.11.22 (20:06:46)

    깨달음은 어색함과 자연스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거기서 숨은 완전성을 포착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하이파이브를 했는데 손이 빗나간다면 어색하다. 손바닥이 마주쳐 두 손이 일치할 때 쾌감을 느낀다. 호응할 때 기쁨을 느낀다. 내가 불렀을 때 대답이 돌아오면 기쁨을 느낀다. 나를 무시하고 외면하면 어색하다.


    서로 대칭되고 호응 될 때 전율을 느낀다. 세상은 대칭과 호응, 곧 짝짓기로 되어 있고 또 부름과 응답으로 되어 있다.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 문제는 어색함을 회피하는 행동이다. 나는 보았다. 그것을. 다들 어색함을 피하여 도망치고 있었다. 내겐 그게 더 어색하게 보였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로 보이지만 사실은 열심히 도망치고 있었다. 기이한 질서 속으로.


    어색할 때는 어색해 버려야 한다. 어차피 어색하다.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으로 지구에 와 있다는 사실이. 피할 수 없으므로 어색함을 즐겨야 한다. 여대생들은 4학년이 되면 갑자기 친한 척한다고.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아줄 들러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연락 없던 친구가 갑자기 친한 척하며 전화를 해온다면 곧 청첩장이 날아올 듯한 예감이 드는 것이다.


    손님 한 명 없는 둘만의 결혼식이면 어때?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세상은 원래 웃긴 건데 안 웃기려고 애써봤자 애절할 뿐이다. 학교에서는 금방 친구를 사귀는 녀석들이 있다. 좋은 현상일까? 나는 안면인식장애라서 몇 번 실수를 저지르고는 말을 걸기가 겁나는데 말이다. 어색함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멀뚱하게 혼자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밤에 화장실도 못 가는 친구가 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라도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그런 식의 회피기동에 익숙해진 사람은 어색하고 불편한 사태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못한다. 생각하면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이 통째로 어색한 것이다. 하루하루가 패배의 연속이다. 일곱 살까지가 좋았다. 그때는 혼자 깨춤을 추어도 어색하지가 않았다.


    열 살이 되면 어색해진다. 아역배우도 중학생이 되면 갑자기 연기가 서툴러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상황에 맞게 행동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왜 종교를 믿을까?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죽음이 두려워서?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 어색해서다. 죽음은 나중이고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이다. 삶의 동기와 목표를 정해놓지 않으면 매 순간순간이 어설퍼진다.


    사람들은 거창한 데서 이유를 찾지만, 사실은 매 순간순간을 깨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덜 어색한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렇게 인간은 길들여진다. 남들의 행동에 내 행동을 맞춘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구조론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다. 어린애라고 무시하는 초등학교 교과서 기술 때문이다. 어느 날 중학생 큰형의 교과서를 읽어보고 충격받았다.


    중학생은 제법 사람으로 대접해주고 있었다. 분위기가 달랐다. 결이 달랐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렇다고 쓰여 있는데 문장이 호응 되고 있었다. 반면 초등학생 내 교과서는 어땠는가? 얼룰루 까꿍 하는 갓난아이 어르기 방식 교과서 기술이다. 초딩이라고 아주 사람을 갖고 놀려고 하는 것이다. 도무지 앞뒤가 호응 되지 않는 일방적인 반복형 문장들 말이다.


    이거 좋아. 저거 좋아. 아이 좋아.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띄워놓고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장난치나? 유행가 가사처럼 밑도 끝도 없는 소리를 써놓았다. 하늘은 푸르다. 나무가 크다. 기차는 길다. 이런 식으로 써놓으면 정말이지 화가 난다. 하늘이 푸른데 그래서 어쨌다고? 나무가 크면 그래서 어쩌라고? 기차가 길면 그래서 나더러 무얼 어쩌라고라?


    전혀 대칭되지 않고 호응 되지도 않는다. 반대로 억지로 호응시키려는 눈물겨운 노력도 있다. 초딩일기장처럼 뭐든 말미에 뭔가 반성하고 무슨 교훈을 받아야 한다고 쓰는 스테레오 타입 말이다. 심지어 페북에도 이런 식의 초딩 글쓰기로 일관하는 사람, 더러 있다. 뭐든 감동하고 교훈 받고 심판하고 그래야만 문장이 종결된다는 식으로 쓰는 머저리들 많다.


    그렇게 쓰면 낯간지럽지 않나? 남들이 나를 초딩으로 알텐데 민망하지 않나? 왜 담담하게 쓰지 못하나? 병아리가 죽었다. 불쌍하다. 이렇게 쓰지 마라. 병아리가 죽었다. 여기서 끝내라. 그게 독자를 대접하는 자세다. 불쌍하다고 구태여 사족을 붙이는 이유는 독자가 너 이 글 왜 썼니? 하고 추궁할까 봐 겁나서다. 병아리의 죽음을 불쌍에 가둔다면 폭력이다. 


  당연히 호응이 있어야 하지만 독자를 강제로 호응시키면 안 되고 사건 안에서 자체적으로 호응 되어야 한다. 환경이 열악하다. 그래서 병아리가 죽었다. 이미 호응 되었는데 불안해서 불쌍하다고 자기감정을 집어넣고 남의 동의를 강요한다면 공갈죄다. 니가 뭔데? 보고만 하고 판단은 열어두는 것이 바른 글쓰기다. 자신 있는 사람은 독자에게 강요하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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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7.11.22 (20:41:48)

어색한데도 맞추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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