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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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309 vote 1 2017.11.21 (17:26:35)

    사람들이 쉽게 명상을 말하더라만 대개 거짓이다. 진짜라면 증거를 보여야 한다. 티를 내야 한다. 명상은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깊이 생각하면 곧 깨닫게 된다. 깨닫지 못한다면 깊이 생각할 이유가 없다. 명상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명상하는 사람은 반드시 깨달으며 깨달으면 어떻든 그것을 써먹게 된다.


    그것을 널리 복제하게 된다. 다른 분야에 두루 적용하게 된다. 절대 멈추지 못한다. 그럴 때 당신의 일상은 완전히 파괴된다. 당신은 완전히 끝장나고 마는 것이다. 사로잡히고 만다. 그럴 때 당신은 타격받는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한 번 좋은 것을 본 사람은 다시 일반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높은 경지에 오를 수는 있어도 무기력한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 결이 다른 것이다. 그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활동한다. 안쪽에서 꿈틀거린다. 달아오른다. 그러므로 중독자가 마약을 끊지 못하듯이 또 타짜가 도박을 끊지 못하듯이 한 번 의미를 얻은 사람은 다시는 무의미로 돌아가지 못한다. 


    의미는 사건의 다음 단계로 연결한다. 애초에 그 경지를 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한 번 의미를 봤다면 거기서 멈출 수는 없다. 한 번 호응의 쾌감을 맛본 사람이 다시 불일치의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다. 다음 단계로 사건을 연결시켜 가지 않을 수 없다. 한 번 걸작을 본 사람은 이후 태작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 다른 걸작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다시는 무협지 따위를 읽지 못한다. 돌이키지 못한다. 자유민은 노예가 되지 않는다. 인디언은 끝내 노예가 되지 않았으니 차라리 죽었다. 처음부터 노예로 태어난 사람이 쉽게 노예가 된다. 한번 절정을 느낀 사람은 완전히 감염되고 만다. 다른 결을 만나버린 것이다. 


    서로 호응하여 일치할 때의 전율을 맛본 사람이 무의미한 짝사랑의 되돌이표 속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6개월 만에 첫 휴가 받아 나온 이등병이 휴가를 마치고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쉽게 떨어질 리가 없다. 도박으로 수억 원을 따본 사람에게는 백만 원의 푼돈은 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알바 뛰어 몇 푼 버는 일은 허무하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돈은 의미가 없고 승부만 의미 있다. 마찬가지다. 명상은 깨닫게 한다. 깨달으면 그 깨달음을 다른 곳에 써먹는 일만 의미 있게 느껴진다. 씨앗을 뿌리는 일에만 흥미가 있고 수확에는 관심이 없다. 좋은 요리를 하는 데만 흥미가 있다. 


    그 요리를 먹는 데는 관심이 없다. 설사 손님이 그 요리를 먹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그 요리에서 얻은 성과를 활용하여 더 좋은 요리를 개발하면 그만이다. 그것은 일방적이고 절대적이다. 유아독존의 세계다. 평판도 관심 없고 성공도 관심 없다. 권력서열도 관심이 없다. 타인과의 관계는 관심이 없다. 


    내가 가던 길을 계속 가는 데만 관심이 있다. 그러므로 끝까지 간다. 명상은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완전히 타격받는다. 그런 흔적을 보여야 진짜다. 명상한다며 눈 감고 앉아있지만, 사실은 우기에 비를 피해 숨어 있는 것이다. 40도까지 올라가는 인도의 불볕더위에 그늘로 피신하는 거다. 


    명상하는 척한다. 머리에 힘주고 앉아있다. 생각을 해야 명상이다. 생각하려면 반드시 툴을 써야 한다. 도구를 써야 한다. 패턴을 써야 한다. 연역을 해야 한다. 수학문제 풀듯이 사건에 대입하여 풀어내야 한다. 에너지를 처리해 보여야 한다. 처음 컨셉잡기가 문제일 뿐 풀어내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무려 30분이나 앉아서 명상했는데도 불구하고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면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30분이면 세상이 무너지기에 충분하다. 식음을 전폐하게 된다. 불덩어리가 차올라서 가만있을 수 없다. 세상이 티끌로 보인다. 인간들 행동이 학예회 날의 어색한 연기처럼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그 어색한 대열에 끼어 삐에로 행동을 할 수는 없다. 일상은 너절하다.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하다. 웃고 화내고 대거리하고 권하고 맞장구치는 그 포즈들이 불편하다. 그러고들 싶은가? 안철수짓 홍준표짓 낯간지럽지 않나? 정상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여태까지 그렇게 해왔으니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정상을 본 사람은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좋은 것 두고 나쁜 것을 취할 수는 없다. 양반이 양반인 이유는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고 상놈이 상놈인 이유는 포기하기 때문이다. 양반은 처음부터 양반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고 상놈은 처음부터 양반이 아니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한다.


    명상은 처음부터 먹고 들어가는 거지 자가발전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칼을 얻은 사람은 무엇이든지 잘라본다. 무도 자르고 나무도 자르고 고기도 자른다. 무 잘라 먹지 않고 나무 잘라 팔지 않고 고기 잘라 굽지 않는다. 무언가를 취하지 않는다. 좋은 칼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명상은 이와 같다. 좋은 칼을 가지고 시작한다. 무를 자르고 나무를 자르고 고기를 자르며 점차 솜씨가 느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좋은 칼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애초에 양반이 아니면 안 된다. 단박에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처음 뇌가 역설에 반응했는지가 중요하다. 그 뇌의 폭주를 멈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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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Quantum

2017.11.21 (22:15:29)

본문 글에 공감합니다.


제가 느꼈던 감정들인데 정확하게 표현해 주셨네요.


언젠가 동렬님을 뵙게 되면, 저도 제 명상의 결과(구조론의 적용)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레벨:4]김미욱

2017.11.21 (22:45:47)

' 참선이나 명상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표현하는 도구로 참선이나 명상을 한다.'
라는 동렬님의 글이 떠오르네요.깨달음은 호르몬 !
[레벨:8]벼랑

2017.11.22 (10:17:03)

문장 하나하나 좋습니다. 명상을 이렇게 분석하니, 더 명료해집니다. "한번 정상을 본 사람은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렇습니다. 또 하나, 구조론식 글쓰기의 표본은 보는 듯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수원나그네

2017.11.22 (10:58:59)

"한 번 호응의 쾌감을 맛본 사람이 다시 불일치의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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