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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107 vote 1 2017.10.27 (10:09:43)

    http://v.media.daum.net/v/20171013104018638


    원래 우주는 당연히 팽창과 수축이 없는 정적 우주로 생각되었다. 우주의 탄생과 종말은 기독교의 아이디어가 아닌가? 종교적 편향을 경계하는 계몽주의 지식인이라면 우주의 탄생과 같은 되도 않은 소리는 삼가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이게 필자가 노상 지적하는 계몽주의 지식인의 폐해다. 구조론은 항상 대칭을 찾는다. 


    항상 반대편을 살핀다. 정적우주론이 있으면 당연히 동적우주론도 있다. 과학자의 점잖은 태도를 견지하며 상궤에서 벗어나는 기특한 관점을 배척하는 고루한 한국 지식인의 태도야말로 비과학적 태도라 할 것이다. 진짜라면 무조건 들쑤셔봐야 한다. 일단 투척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모두 투척해보고 판단하는 게 맞다.

 

    김어준도 음모론 열 개쯤 투척해서 서너 개 맞췄다. 지나친 음모론 집착은 코미디지만 어쨌든 김어준의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 그는 과감하게 질러본 것이다. 그에게는 패기가 있고 에너지가 있다. 왜? 촌놈이니까. 밑져봐야 본전이니까.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예견한 미네르바도 그냥 감이 와서 질러본 것이 맞은 거다.


    보통은 나이들면 비겁해진다. 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인슈타인도 피해가지 못했다. 다만 노무현이 촌놈정신을 마지막까지 지켰다. 그는 특별하다. 그는 세계를 상대했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국내를 상대할 때 노무현은 천하를 상대했던 것이다. 국내는 지식으로 요리할 수 있지만 천하는 지식만으로 부족하다.


    특별한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온 자만이 가지는 관성의 법칙에서 비롯한 특별한 에너지 말이다. 대표성이다. 지식 기술자 유시민에게 없는 것이 노무현의 대표성이다. 노무현은 대표성을 얻어 주체성으로 도약했고 유시민은 여전히 타자성에 붙잡혀 도깨비씨름하고 있다. 사실이지 어려운 주문이다.


    천하의 아인슈타인도 해내지 못했다. 그러므로 유시민을 욕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게 바로 처절한 인간의 한계이고, 겉멋든 지식인의 한계이고, 편벽한 과학자의 한계이고, 고립된 무뇌좌파의 한계라는 사실을 우리가 똑똑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인슈타인도 해결못한 인간의 한계를 한경오가 극복하겠나 말이다.


    빅뱅으로 우주가 한 점에서 폭발한다니 혹은 팽창한다니 더욱 가속팽창한다니 하는 건 젊은 아인슈타인 시절에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허블의 법칙이 보고된 이후 아인슈타인은 여러 가지로 곤란해졌다. 암흑물질이니 암흑에너지니 하는 건 근래의 성과다. 아인슈타인은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폄하할 이유는 없다.


    권위있는 학자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설명해야지만 직성이 풀린다. 이미 꼰대정신이 발동되어 있다. 천하의 아인슈타인도 의사결정 스트레스에 발목을 잡혀 더는 과감하게 치고나가지 못했다. 젊었을 때는 과감하게 질렀는데 나이들어서는 지르지 못했다. 새로운 물결 앞에서 좌고우면하다가 쪽팔림을 당하고 말았다. 


    젊은 아인슈타인은 그야말로 잃을 것 없는 촌놈이었다. 과감하게 자신의 직관을 투척했다. 운좋게 맞았다. 직관은 원래 잘 들어맞는다. 그러므로 감이 왔을 때 막 질러야 한다. 아니면 말고다. 그런데 한 번 맞으면 그때부터 직관을 따르지 않고 패턴을 분석하여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엇나가기 시작한다.


    보통 자신이 자신을 공격하는 결과로 된다. 과거가 현재를 공격한다. 자신이 이룬 성과의 패턴을 한 번 더 써먹다가 망하는 공식이다. 윤여준이나 김성근과 같이 이바닥에서 닳고 닳은 꾀돌이에게 자문을 구하면 그럴듯한 논변을 구사하지만 잘 들어보면 보나마나 과거에 했던거 재탕이다. 하나 가지고 평생 울궈먹는다. 


    아인슈타인도 명성을 얻고 권력을 얻어 꼰대가 되면서 소심해졌다. 패기를 잃고 기운을 잃고 생명력을 잃었다. 의사결정에너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에너지가 빠져나간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띄운 양자역학의 거대한 항해에 동승하지 못했다. 노무현처럼 촌놈정신을 지켜가야 한다. 감이 왔을 때 대담하게 질러버려야 한다. 


    거대한 반역을 베풀어야 한다. 나만 옳고 70억 인류가 다 틀렸으며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가지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대담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쉽지 않다. 나이들어 지위와 평판과 신분을 얻으면 이곳저곳에 발목을 잡혀 소심해진다. 밤에 잠이 잘 안 온다. 인간은 결국 밤에 잠이 잘 오는 결정을 한다.


    그 결정은 망하는 결정이다. 오래 살려면 조심해야 하고 과감하게 지르다 보면 스티브 잡스처럼 암 걸려 죽는다. 에너지로 돌파해야 한다. 수시로 신을 호출하여 일대일로 돌파해야 한다. 나이들어 꼰대되면 이곳저곳에 발목잡혀 괴롭지만 신과는 언제라도 일대일이라 돌파가 쉽다. 70억은 모두 틀렸고 구조론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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