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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648 vote 0 2017.09.20 (15:54:48)

     

    B급과 A급 사이


    지난주 팟캐스트에서 나온 이야기다. 인간은 왜 사이비종교에 빠져드는가? 간단하다. 사이비가 주로 바보들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사이비의 전략은 의사결정 스트레스를 겪는 바보들에게 먹히는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고객맞춤 서비스 들어가준다. 바보들은 뭐를 하지마라는둥 하는 터부와 금제를 만들어주면 매우 좋아한다.


    의사결정 장애를 앓기 때문이다. 예컨대 흰 밀가루와 흰 쌀밥과 흰 소금과 흰 설탕과 흰 조미료를 먹지 말라는 식이다. 시중에 흑설탕이라고 나와 있는 것은 대개 백설탕을 태워서 만든 삼온당이다. 대개 흰색이 순수한 것이고 검은 것은 불순물이나 이물질이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짜장면의 검은 색은 캬라멜 색소를 넣은 것이다.


    고기 먹지 말라거나 살생하지 말라는 불교 수법도 먹힌다. 수혈을 못하게 하거나집총거부를 요구하는 집단도 있다. 상징물이나 집단의 표지를 만드는 술책도 먹힌다. 국가, 국기, 국기에 대한 맹세, 국화 따위를 퍼뜨리던 시절도 있었다. 사이비 종교는 이런 얄팍한 수법으로 초반에 급속하게 세력을 늘려가지만 금방 한계가 온다.


    바보들만 가담하므로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층위가 생긴다.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수 없는 견고한 천장이 만들어진다. 끝내 그 천장을 뚫지 못한다. 바보들만 포섭하는게 말하자면 B급 전략이다. 결정적으로 A급으로 옮겨타지 못한다. 우리가 사이비들의 세확장을 겁낼 이유는 없다. 대한민국 바보 총 숫자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봉만대 감독과 B급 영화 찍던 곽현화가 어려움에 빠져도 주변의 시선이 냉정한게 그렇다. 스스로 대접하지 않으면 안 된다. B급이 A급으로 갈아타려는 즉 문선명 꼴 난다. 죄도 없이 감옥에 갇혔다. 알 카포네도 탈세로 잡혔는데 문선명도 탈세로 들어갔다. 괘씸죄다. 라즈니쉬는 특이한 케이스인데 대학교수를 다수 거느렸다고.


    제법 기세를 올렸지만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과학과 철학을 반대하며 궤변을 일삼았는데도 대학교수들이 따랐던 거다. 히피붐에 편승하여 프리섹스를 주장한게 특이한데 에이즈 때문에 망했다. 반대로 문선명은 히피를 반대하는 전략을 취했다. 어느 쪽이든 대중의 의사결정 장애를 이용하는 점은 같다. 바보들이 잘도 꼬여든다.


    B급과 A급 사이에 뚫을 수 없는 천장이 있다. 김구라와 김어준 정도가 간신히 그 천장을 뚫었다고 볼 수 있다. 황봉알, 노숙자는 어전히 노숙하고 있다. 박성진의 창조과학회도 그렇다. 주로 공학계통이 창조과학을 떠든다. 과학계 안에서 변두리다. 주류로 올라서지 못하는 것이다. 왜? 똑똑한 사람들은 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은 권력을 원한다. 이들을 받아들이면 그 권력의 희생자가 될 바보들이 떨어져나가고 바보들을 받아들이면 똑똑한 사람이 나간다. 권력을 만들려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 천장을 뚫어야 한다. 반대로 바보들을 꼬셔서 자기 밑으로 집어넣는 방법도 있다. 약자를 차별하여 줄 세우는 것이 그러하다. B급이 쓰는 방법이다.


    A급은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여 위로 올라간다. B급은 자기보다 멍청한 사람을 발굴하여 밑으로 넣는다. 무협지나 판타지가 그러하다. B급전략이 사회의 양념이 되기는 하나 좋지 않다. 김어준이 재미로 B급타령을 하니까 이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인 바보들이 사고쳤다. 김용민과 탁현민이 희생자다. 구조론은 길이 다섯이다.


    다섯 가지 서로 다른 방법으로 동일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밖으로 개방하고 나아가 에너지를 유도하는 위대한 만남의 확률을 올리는 방법이나 반대로 가둬놓고 압박하여 긴장을 태우는 쥐어짜기 방법이나 결과는 같다. 그러나 후자의 방법은 꼼수다. 단기적으로 먹히나 장기적으로 망한다. 이는 스파르타의 흥망성쇠와 같다.


    하지 말라는 규칙과 반드시 해야하는 규칙이 너무 많아서 그것이 제 발목을 잡았다. 사회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므로 규칙에 얽매이면 망한다. 허생이 말총을 독점해 집금하는 방법도 B급 전략이다. 봉만대의 생존술도 B급 전략이다. 우스개로는 가능하나 진지하게 가면 안 된다. 시청자의 동정심을 구걸하며 언더독 효과를 노린다.


    프로야구라도 넥센 황덕균이나 슈퍼스타 감사용 같은 2류들의 억지감동 인간승리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장기적으로 나라 전체를 멸망시키는 길이다.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지 않고 미국에 맞서는 짓으로 명성을 얻으려는 김정은 행동이 B급전략이다. 한국의 촛불은 세계를 깨웠고 정은이는 어둠의 제왕이 되었다.


    B급으로 오해된 A급도 있다. 아마존이 책장사를 시작할 때 사람들은 제프 베조스가 틈새시장을 개척한 줄 알았다. 그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진짜는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만든다. 똑같은 부동산을 해도 동네 복덕방이 하면 B급이고 삼성이나 롯데가 하면 A급이다. 에버랜드니 롯데월드니 하는 게 복덕방이 규모 키운 거다.


    A급으로 오해된 B급도 많다. 이명박근혜의 전략도 B급 전략이다. 그게 먹힌다. 단지 뒤끝이 안좋을 뿐. 손자병법은 B급이다. 노자는 B급이다. 오자병법은 A급이다. 공자는 A급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B급이 팔린다. 대중은 바보니까. A급은 시스템을 만들어 에너지를 통제하고 B급은 고객에게 아부하여 심리적인 위안을 제공한다.


    A급과 B급을 교묘하게 뒤섞어 명성도 얻고 돈도 버는데 성공한 사람도 있다. 스필버그가 그러하다. 라이온일병구하기를 다시 편집해서 10분 정도 들어내면 완벽한 영화가 된다. 어쨌든 B급이 양념으로 기능할 수 있는데 그게 메인이 되면 안 된다. 사이비는 B급 전략을 쓰기 때문에 먹힌다. 왜냐하면 인간들이 대부분 바보니까.


    그러나 오히려 그러므로 A급이 필요하다. 사이비들이 망쳐놓기 때문이다. B급이 망쳐놓으면 A급이 복구하면서 세상은 굴러간다. B급이 마음을 편하게 하지만 마음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고 와야 한다. 귀신이 무섭고, 뱀이 무섭고, 도깨비가 무섭고, 죽음이 무서운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는다. 차별주의자와는 대화하지 않는다.


    A급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B급은 그것을 소비한다. B급 좋아하는 사람도 결혼 파트너는 A급 찾더라. 자녀는 A급으로 키우려고 하더라. B급 따라다니다가 잘못 엮이면 평생 고생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김어준이 졸라씨바를 구사하여 떴다고 이를 복제하여 졸라씨바로 밀다가 망한 사람 많다. 그렇다. 엮이는 게 문제다.


    엮으면 층위가 생긴다. 견고해진다. 천장이 만들어진다. 결코 그 천장을 뚫지 못한다. 엮을수록 무거워진다. 가볍게 수직으로 올라서지 않으면 안 된다. A급은 고독하게 혼자 가는 길이요 B급은 떼거리로 몰려가는 길이다. 몰려가므로 운명적인 만남의 기회를 날려버린다. 성공확률을 떨어뜨린다. 대한민국에 진짜 A급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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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정뱅이 작가 부코스키나 초졸출신 김기덕 감독이 B급으로 오해된 A급입니다. 가끔 B급 기질을 들켜서 욕을 먹기도 합니다. 곧 죽어도 A급으로 가야 합니다. B급 하다가 슬그머니 A급으로 갈아타지 못합니다. 김어준은 원래 A급인데 재미로 B급인척 하는 거죠. 대중성을 얻으려는 전술이고. A급인데 괜히 B급 세계를 기웃거리다 망한 경우는 마광수, 껍데기는 A급이나 본질이 B급인 자는 김훈. 박성진 부류.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7.09.20 (20:01:43)

"한국의 촛불은 세계를 깨웠고 정은이는 어둠의 제왕이 되었다."

"A급은 시스템을 만들어 에너지를 통제하고 B급은 고객에게 아부하여 심리적인 위안을 제공한다."

***

세상은 구조론 소비량을 점점 더 늘리고있다.

[레벨:9]Quantum

2017.09.21 (08:23:48)

한때 의사결정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 B급에 빠졌던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하는 글입니다.

[레벨:6]부루

2017.09.21 (12:34:36)

의사결정 스트레스로 b급에 심취하여 인생을 허비했었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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