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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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09 vote 0 2017.04.30 (23:12:49)

     강신주 시리즈와 관계없는 팟캐스트 녹음때 나온 이야기입니다.


    저번에 언급한 적이 있는 ‘박자세’의 박문호 교수가 재미있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구조론 회원 중에도 박자세 회원이 여럿 있으니 아는 분도 있을 것이다. 모르지만 박문호나 이런 양반들이 대개 안철수 쪽일텐데. 이 양반이 우리의 일상언어를 맹비판하며 과학어의 사용을 주장했다고. '언어가 문제다.' 이런 건데 사실이지 구조론은 원래 언어로 시작했다. 


    예컨대 화강암이라고 하면 안 되고 석영, 장석, 운모라고. 화강암이면 granite인데 어원으로 보면 ‘콩알’이란 뜻이다. 화강암에 점점이 찍혀 있는 흑운모가 콩알처럼 보인다. 하긴 비과학적이긴 하다. 곡식을 뜻하는 grain이 낱알인데 콩알에서 나온 말이다. 박문호의 문제의식이 구조론에서 말하는 존재론과 인식론의 구분과 유사하다. 이 양반 말로 이런게 있다. 


    우리는 산을 무거운 것으로 여긴다. 산을 딱 보면 일단 무겁게 생겼다. 그러나 사실은 가벼워서 위로 떠오른게 산이다. 무거운 것은 지구 중심으로 가라앉았다. 어? 구조론적이잖아. 그렇다. 구조론은 그냥 보이는대로 보는게 아니라 물 자체의 내재적인 질서로 본다. 우리가 관측으로 얻은 팩트는 가짜다. 팩트타령 하는 자 치고 사기꾼 아닌 자가 없더라. 


    요즘 조중동들이 팩트체크 운운하며 문재인에게 불리한 단서를 반복하여 언론지면에 노출시킨다. 팩트검증이 목적이 아니라 반복주입이 목적이다. 팩트는 속이기 쉽다. 눈에 보이는게 팩트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보이는 것은 0.083이다. 빙산의 일각이다. 빙산의 나머지 부분은 0.917이다. 92퍼센트 진실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수면하에 잠복해 있다. 


    우리가 높은 산을 봤다면 역시 위로 떠오른 부분을 본 거다. 예컨대 이런 거다. 문재인과 유승민이 방송에서 토론을 한다고 치자. 유승민이 공격하면 문재인은 이를 되받아친다. 그러나 고수라면 그렇게 되받지 않는다. 유승민은 사실 문재인을 공격하는게 아니라 자기 지지자들에게 아부하고 있다. 이런걸 드러내야 한다. 그렇다. 유승민의 말에 집중하지 말라.


    말은 무시하라. 태도가 중요하다. 유승민과 지지자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걸 걸고 자빠져야 한다. 진짜 파헤쳐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유승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 줄로 연결시켜 보라. 거기에 찾아야 할 방향성이 있다. 그래야 0.917의 진실이 드러난다. 남녀간의 대화라도 그렇다. 우리는 보통 ‘내한테 왜이래?’ 하는 심정이 된다. 나와 상대방을 대칭시킨다.


    상대방이 무슨 말이라도 하면 그걸 자기한테 하는 말로 여긴다. 그러나 그게 안초딩 생각이다. 초딩들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책가방을 던지고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죄다 엄마한테 털어놓는다.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엄마 나는’으로 대화는 시작된다. 나는 갑철수입니까? 나는 MB아바타입니까? 왜 나를 괴롭히는 건가요? 


    계속 나는 나는 나는 한다. 우리가 공유한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이런걸 봐야 한다. 언어는 상대방을 향하는게 아니다. 인간은 말을 뱉어 자기 안에 있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다. 빨리 처리해 버려야 한다고 여긴다. 어느 순간 초딩을 졸업하고 중딩이 되면 침묵모드로 들어간다. 더 이상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털어놓지 않는다. 


    아주 부모와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왜? 자기 언어를 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기 언어를 획득해야 비로소 말문이 트인다. 어떤 사람이 내게 무슨 말을 하면 그 사람이 아기였을 때, 초딩이었을 때, 중딩이었을 때를 연결시켜봐야 한다. 유승민이든 홍준표든 어떤 절차를 거쳐 자기 언어를 득했는지를 봐야 한다. 그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쭉 선을 이어봐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미래가 보인다. 아기는 무조건 형을 따라한다. 초딩은 무조건 엄마한테 털어놓는다. 중딩은 아예 말문을 닫아건다. 그런 연속적인 과정을 봐야 한다. 각자 자기 결따라 가는 거다. 홍준표는 돼지발정으로 시작했다. 집이 농촌이라 그쪽으로 빠싹한지 모르겠다. 아직도 그러고 있다. 홍준표는 농촌에서 시작된 그 결을 아직 따라가고 있는 거다.


    홍준표의 소년기와 청년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 방향성을 노출시키고 보면 그의 포지션이 드러나고 그와 세상의 관계맺기가 드러나고 그의 세상에 대한 태도가 드러나고 그제서야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파악된다. 그는 자기 자신의 화살을 쏘고 있는 것이다. 공연히 문재인을 걸고 자빠지지만 문재인과는 관계없다. 그는 그 자신의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와 대화를 하든 그렇다. 그런게 보여야 한다. 각자 자신의 결이 있다. 누구든 자신의 결을 추구한다. 거기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그 결을 보는 것이 연역으로 보는 것이다. 보이는대로 보면 귀납이다. 연역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깨달음은 그 안에 있다. 누구를 만나든 그렇게 해야 한다. 나와 맞서 내게 말한다고 여기지 말라. 각자 자기 안의 말을 들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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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이 당신한테 말하는게 아닙니다. 누구든 각자 자기 언어를 가진 것이며 그 언어를 들키는 것입니다. 노무현 리트머스 시험지로 테스트해보면 다 들킵니다. 안철수는 자기 안에 잔뜩 쟁여둔 초딩어를 들킨 것입니다. 토론을 표방하지만 각자 자기 지지자에게 말하는 것이며 홍준표는 지지자의 수준을 들킨 것입니다. 어떤 것이 처음 탄생할때부터 지금까지의 경로를 봐야 합니다. 화강암이 처음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봐야 합니다. 산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봐야 합니다. 산은 무거운게 가라앉고 가벼운 것이 떠올라 이루어졌습니다.


    어떤 것이든 그 자체의 논리에 따른 기승전결, 물 자체의 내재한 질서, 그 사람 자체의 과거현재미래로 이어가는 방향성이 있으니 논하려면 그걸로 논해야 합니다. 물 자체의 내재적 질서를 알아채려면 관측으로는 안 되고 반드시 이론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론이 연역입니다. 홍준표든 유승민이든 말은 문재인에게 하지만 그들은 문재인과 상관없이 각자의 기승전결에 기반을 둔 각자의 과녁이 하나씩 있습니다. 토론고수라면 그걸 들추어야 합니다. 


[레벨:20]이산

2017.05.01 (00:33:43)

좋은글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암흑이

2017.05.03 (23:26:48)

화살을 쏘려면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그 이전에 절차가 있나요?

화살을 쏘고 싶어서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혹시 제가 방법을 모르나 해서요.

방향성 자체도 잡히지 않은 상태라서요.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하나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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