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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1134 vote 0 2007.06.29 (14:35:21)


“김두관과 이해찬”

지금은 장수를 길러야 한다’

김두관 발언은 일회성 해프닝으로 보지만.. 논점을 흐리는 분이 있어서 부연하면.. 아이큐미달, 수준미달, 함량미달 이건 원초적으로 다른 문제다. 의도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다면 적(敵)이고 실수로 그랬다면 수준미달에 초딩정치다.

2002년에 이인제는 노무현을 빨갱이라고 공격했다. 노무현을 키운 DJ를 빨갱이라고 공격한 셈이다. 그 순간 끝났다. 정동영도 그때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검증이고 자시고 간에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이건.

김두관은 이해찬을 친다면서 노무현까지 찌르는 실수를 저질렀다. 김근태는 그의 ‘잃어버린 10년’ 발언이 결과적으로 DJ를 모욕한 셈이 되자 자기 발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고건이 대통령 씹다가 중도하차 된 것도 같은 원리다.

손학규가 여권후보가 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 정치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하는 것이다. 범민주화세력의 시스템의 근간을 건드리는 짓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이 안 된다. 이건 미래의 자생력을 꺾어버리는 짓이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가장이 돈 벌어오랬더니 자기 자식을 인신매매로 팔아 돈으로 바꿔오는 짓을 저지른 것과 같다. 아무리 유능한 가장이라 해도 이건 용서가 안 된다. 이미 가정이 파괴되었는데 돈 벌어와봤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여권후보는 DJ와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전제 하에 그 존립의 근거가 있는 것이며.. 국민의 정부든 참여정부든 부정하는 자는 여권 후보일 수 없다. 조순형, 추미애, 이인제도 마찬가지다.

민주화 이후 축적된 범개혁세력의 정치적 계속성-연속성-동일성을 파괴하는 자는 절대로 여권후보가 될 수 없다. 이인제, 정동영, 고건, 김근태가 그런 망나니짓을 저지른 것이며 김두관의 발언도 넓게는 그 범주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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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하는 말이지만.. 모험을 두려워 하는 자는 나설 자격이 없다. 아슬아슬한 승리보다는 장렬한 전사를 원하는 자는 자격이 없다. 단 1퍼센트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가능성을 보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승산이 없는 쪽으로 가면서 요행수를 바래서는 안 된다.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해서 안 된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무조건 승산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가야 한다. 하루에 1프로씩 승리의 확률을 높여가야 한다.

김두관과 이해찬의 단순비교는 의미없다. 개인적으로 김두관, 유시민을 당장의 대선후보감으로는 안 보지만.. 그래도 일단 경선단계는 나와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금은 장수를 길러야 전쟁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두관, 강금실, 유시민, 신기남, 김혁규 다 나와야 한다. 지금은 장수를 길러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필자도 김두관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김두관 이해찬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김두관, 유시민은 축적된 내부의 자산-막판에 딱 한번 배팅할 수 있는 종잣돈-을 빼먹겠다는 내부인물이고.. 이해찬, 강금실은 이쪽저쪽에 한다리씩 걸치고 있는 즉 보다 중립지대에 가까운 인물이다.

고정표 결속해봤자 그걸로 전쟁이 되지 않는다. 외부의 자원을 끌어와야 이긴다. 외부에서 표를 가져올 인물은 일단 환영한다. 지금 우리는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게 어린애 소꿉장난이 아니란 말이다.

전쟁에 임하여서는 적을 회유하여 중립으로 만들고, 중립은 꼬셔서 우리편으로 만들고, 우리편 중 내부인물은 적을 유인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쓴다. 이게 냉정한 전쟁이다. 김두관, 유시민, 김혁규는 희생타나 쳐주면 된다.

이해찬, 강금실은 보다 중립지대에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폭넓은 재량권을 줄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승리는 적의 표를 뺏어와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이기고 있다면 그렇게 배려해줄 필요가 없겠지만.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의 일화를 생각할 일이다. 외연을 확대하여 숨통을 터줄 외부의 제휴세력과 내부의 자산을 소비할뿐인 내부인물을 같은 수준에서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외부의 제휴세력은 겉으로 의심하면서도 오히려 전적으로 재량권을 넘겨주고 비위에 맞지 않아도 간섭하지 않는다. 내부세력은 100퍼센트 믿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통제한다. 봐주는거 없다. 이것이 병법이다.

내부인물은 통제가 맞고, 외부인물은 제휴가 맞고 중립인물은 연대가 맞다. 우리가 친노와 비노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이해찬, 강금실을 전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슨 권리로?

전쟁에 나가는 장수에게는 일단 전권을 주는 것이며 장수가 적을 속이기 위해 적과 내통해도 모른척해야 한다. 그래서 장수가 적에게 항복해 버리면? 지는 거다. 이해찬이 적군에 투항해 버리면 우리가 지고 적을 속이면 우리가 이긴다.

이해찬은 투항할 것인가 아니면 적을 기만할 것인가? 이해찬을 믿고 운용하든지 못 믿고 팽하든지는 우리의 총체적 역량에 달려있다. 분명한건 선조임금이 이순신을 못믿어서 뻘짓다가 결국 망가졌다는 거다. 설사 못 믿는다 해도 일단은 믿는 척 하는 것이 ‘적을 속이기 위해 아군부터 속이는’ 병법이다.

김영삼은 호랑이 잡는다며 호랑이굴에 들어가 호랑이가 되었다. 노무현은 몽을 잡는다며 몽굴로 들어가더니 확실히 몽을 잡아왔다. 이해찬이 김영삼이라면 통합파에 투항할 것이고 노무현이라면 몽을 잡을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면.. 나는 누구를 믿고 안 믿고 그런거 없다. 나는 모든 것을 의심한다. 의심을 겉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일단 믿음을 보이는 것이 의심을 드러내는 것 보다 주도권잡기에 유리하다.

한 고조 유방은 끝내 한신을 믿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 대군을 한신에게 맡겼다. 승산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고금의 승리자들은 그렇게 했다. 믿든 못믿든 일단 믿는 척 하고 전권을 주어야 한다

고수는 어떤 경우에도 둘 이상의 카드를 가지고 상황이 나빠질 경우에 대비한다. 지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절대로 외통수에 몰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 몰려도 마지막 반전카드 하나는 숨기고 있어야 한다.

외통수로 가면 죽는다. 이해찬은 친노와 비노 사이에 양다리를 걸쳤으니 외통수로 가지 않았다. 일단은 잘한거다. DJ도 김종필과 제휴했으니 외통수로 가지 않았고 노무현도 몽과 손잡았으니 외통수로 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반전카드를 최대한 숨겨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몽과 통합하는 최후의 카드가 있었지만 그 카드를 섣불리 빼들지 않았다. 지금 이해찬이 너무 일찍 통합카드를 빼들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더 아슬아슬하게 가야한다.

설사 이해찬이 통합파에 가세한다 해도 상관없다. 우리에게는 또다른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참을 버티다가 이해찬이 나서자 결국 한발 물러서서 대통합에 합의해준 것은 마지막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통합이 무조건 옳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외통수에 걸려 반드시 죽는 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외통수에 몰려 다죽는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다.

통합해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했는데 지지율 반등이 없으면 어쩔래? 대책이 없다. 이게 외통수로 가는 것이다. 통합은 7 대 3으로 기울어진 절대열세의 승부를 6 대 4 정도로 약간 회복할 뿐이지 이걸 뒤집는 카드는 되지 못한다.

작금의 통합론은 이명박근혜의 자중지란을 지켜보며 시간을 끄는 수단에 불과하다. 통합이 대세를 반전시킬 카드는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단계에서의 통합은 세력의 통합이 아니고 정치꾼 몇몇의 통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세력의 통합이 되고 유권자의 통합이 되고 국민의 통합이 되려면 10월까지 최대한 씨루어야 한다. 완전히 진을 빼서 기진맥진하게 만들어야 한다. 후단협이 또 출몰해주어야 하고 김민새 2도 나와주어야 한다.

카드는 아직도 많다. 이해찬이 통합파에 가세한 채로 통합파 내부에서 강경한 태도를 고집하여 통합을 무산시키는 방안, 통합하되 이해찬이 논개가 되어 손학규 끌어안고 남강물에 빠져죽으면 강금실을 대타로 내는 방안, 이해찬이 손학규를 꺾고 승리해서 통합후보가 되면 유시민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해서 3자대결로 가다가 막판 단일화 하는 방안 등 다양한 카드가 있을 수 있다.

왜 노무현은 대통합에 합의해 주었을까? 일단은 대통합 분위기로 가도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말고도 꿍쳐둔 카드가 더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우리가 외통수로만 몰리지 않으면 절대로 승산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승산을 남겨두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유연성을 얻고 보폭을 넓히고 대범해져서 전략적 제휴의 여지를 남겨두고 장수에게 전적으로 재량권을 주는 것이다.

친노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외통수에 몰리는 거다. 대책없이 통합만 주장하는 것도 외통수에 몰리기 딱 좋은 거다.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놓고 한 발만 살짝 통합에 걸쳐놓고 기회를 노리는 것이 맞다.

2002년 유시민은 민노당 지지자들을 향해 전략적 선택을 해서 민주당에 투표하라고 말했다. 그 말이 옳았나? 옳았다. 그때 민노당 지지자들이 전략적 선택을 안했으면 지금 지갑 주운 민노당의 원내 9석은 없을 것이다.

민노당은 전략적 선택을 한 결과로 9석을 얻었다. 그때 유시민이 옳았다면 이번에도 역시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해야한다. 그것은 우리의 자원을 풀가동하는 것이다. 김두관도 나서고 유시민도 나서고 김혁규도 나서고 총동원해야 한다.

지금은 장수를 키워야 한다. 적들은 장수가 없다. 대장만 둘인데 둘이 서로 싸워서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렸다. 이쪽은 아직 대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장수가 많아서 경선후보만 해도 20명을 넘는다. 그러므로 승산이 있다.

우리편 장수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장수들에게 전적으로 재량권을 줘야한다. 김두관이 실언한다면 실언할 권리가 있고 이해찬이 오판한다면 오판할 권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김두관, 이해찬을 지지하거나 비판할 권리도 있다. 우리 내부에서 조금 더 시끄러워도 괜찮다.

서프라이즈는 언제나 승산을 보고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2002년 유시민이 틀렸고 전략적 투표는 필요없으며 민노당 지지자는 이번에도 그냥 민노당 찍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서프라이즈는 존립의 근거가 없다.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치고빠지기로 고도의 정밀항해를 할 수 있는 특별한 세력이라는 사실을. 지금 이해찬의 행보가 치고빠지기가 될지 주다먹히기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노무현은 몇개의 카드를 더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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