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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빠진 오마이뉴스의 자업자득론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살아있다. 살아있는 역사 무섭다는 사실 알아야 한다. 마땅히 치러야 할 역사의 댓가를 치르지 않고 잔돈푼을 떼먹으려 했다가는 역사의 심판을 당하게 된다. 태국에서 지금 그 꼴이 났다.

역사가 살아있다는 말은.. 역사는 역사 자신의 관점에서 판단한다는 말이다. 역사는 역사 자신에게 유리하게 행동한다. 우리 모두가 역사를 주목하고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를 두려워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역사는 진도를 나가준다.

역사는 결코 중립이 아니다. 역사는 결코 방관자가 아니다. 역사는 언제라도 역사 자신의 편을 든다. 역사는 선(善)의 편이 아니라 역사를 공부하는 자의 편이다. 역사는 정의(正義)의 편이 아니라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자의 편이다.

누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가? 역사를 주목하고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를 보존하고 역사를 되돌아보는 쪽이 역사의 승부에서 승리하게 되어 있다.

 

역사는 살아있다.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에 의해 조선왕조는 망했다. 태국은 식민지를 겪지 않고 독립을 유지했다. 태국이 독립을 유지한 비결은 왕실의 친일행각에 있다.

수구꼴통들은 태국의 친일에서 배운다. 강자에 빌붙어라! 그러면 산다. 미국이 강하면 미국에 붙고 일본이 강하면 일본에 붙어라!

과연 그럴까? 태국인들은 왕실의 노련한 외교솜씨 덕분에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그들은 왕실을 존경한다.

그러나 역사는 결코 그들의 편이 아니다. 역사에는 법칙이 있다. 태국은 그 법칙을 비켜갔다. 예외적인 나라가 된 것이다. 망해야 할 때 망한 나라와 망해야 하는데도 망하지 않은 나라가 있다. 두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

일본과 태국의 공통점은 근대 시민혁명을 겪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해야할 과거청산을 하지 않았다. 봉건에서 근대로 어물쩡 넘어간 것이다.

고이즈미 물러나고 아베가 온다. 강택민 물러나고 후진따오 온다. 탁신 축출되고 군부가 온다. 능구렁이 담넘어오듯이 어물쩡 잘도 넘어온다.

그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다. 과거를 심판하지 않았다. 정리할건 정리하고 진도 나가줘야 한다. 잔재주를 피워서 역사와의 정면승부를 회피한 그들은 새 시대의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없다.

 

오마이뉴스의 얼빠진 자업자득론

국왕발 쿠데타로 볼 수 있다. 태국 왕실이야말로 태국 민주주의 발전의 암적 존재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자업자득론은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몰상식한 망발이다. 선한 독재가 있을 수 없듯이 선한 쿠데타는 없다.  

나쁜 민주주의가 선한 독재보다 낫다는 점을 수긍해야 한다. 나쁜 민주주의는 역사의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과정에서 교훈을 얻어 국민을 각성시키지만 모든 독재는 국민을 바보로 만든다. 그 후유증은 참으로 오래간다.

인도네시아의 와히드, 필리핀의 에스트라다, 페루의 후지모리가 모두 실패하고 있다. 반면 대만의 천수이벤은 버티고 있다.

90년대 후반 아시아에 민주화 도미노가 일어났다. 2006년 현재 아시아는 대략 고전하고 있다. 아로요 간당간당하고 천수이벤 간당간당 한다.

탁신이 자업자득이라면 와히드도 자업자득이고 에스트라다도 자업자득이고 후지모리도 자업자득일 것이다. 지금 간당간당 하는 아로요도 자업자득이고 천수이벤도 자업자득인가?

모두의 잘못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자업자득이라면 허무한 분석이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 탁신의 잘못을 지적하기 이전에 왜 태국의 민주세력은 탁신을 지켜주지 못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아니 그 이전에 왜 그들은 탁신 같은 머저리를 대통령으로 뽑았을까?

왜 그들은 탁신의 비리를 사전에 막지 못했을까? 태국에 한겨레신문이 있었다면 탁신의 비리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왜 그들은 군부가 나서기 전에 제 손으로 탁신을 끌어내리지 못했을까?

태국의 민주주의는 세 번 실패했다. 첫째 멍박 탁신의 집권을 막지 못했고 둘째 멍박 탁신의 비리를 사전에 봉쇄하지 못했고 셋째 멍박 탁신을 제 손으로 끌어내리지 못했다.

결국 국왕과 군대가 개입했다. 태국 민주주의는 죽었다. 그들은 포기한 것이다. 왜? 왜 그들은 포기했는가? 누가 진정한 패배자인가?

와히드, 후지모리, 에스트라다, 탁신의 공통점은 저학력 하층계급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노무현과 천수이벤은 고학력 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한 차이가 있다.

2002년 이회창은 탁신과 마찬가지로 저학력 하층계급의 지지를 받았다. 2002년에 회창이 당선되었다면 2003년에 차떼기가 들통나 탁신처럼 쫓겨갔을 것이다.

2007년 멍박이 당선 된다면 탁신의 복사판이 된다. 탁신 멍박이 시민에 의해 축출되기 전에 우리가 그의 당선을 저지해야 한다. 태국과 우리는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필리핀과 다르고 인도네시아와 다르고 페루와도 다르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박녀 역시 중졸이하 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멍박이든 박녀든 집권해봤자 탁신, 에스트라다, 와히드, 후지모리의 길로 갈 수 밖에 없음은 명백하다.

누가 실패했는가? 태국민주주의가 실패했고 태국 민주세력이 실패했고 태국시민이 실패했다. 이 사실을 바로 알아야 한다.

오마이뉴스의 자업자득론은 민주화 도미노에 이은 정변 도미노의 역사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눈에는 태국시민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를 시스템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바라본다. 이런 시각이야말로 타파되어야 할 봉건적 사고가 아닌가.

정권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탁신의 실패는 태국 민주주의의 실패다. 태국 민주화의 주도세력이 탁신정권에 참여하지 않았다. 실패는 예정된 것이다.

2007년 한국도 마찬가지다. 태국 민주화의 주역들이 정권에 참여하지 않은 결과로 탁신정권이 붕괴되었듯이, 필리핀 민주화의 주역들이 참여하지 않은 결과로 에스트라다정권이 붕괴되었듯이, 한국 역시 80년대 민주화의 주도세력이 참여하지 않는 차떼기 정권은 붕괴할 수 밖에 없다.

주인있는 정권은 붕괴하지 않는다. 태국 민주주의는 주인이 없다. 자업자득이라니? 누구의 자업자득인가? 탁신은 잃은 것 없다. 그는 원래 지갑 줏은 자다. 탁신은 해외에서 빼돌려 놓은 돈으로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실패한 것은 잃은 것 없는 탁신이 아니라 태국 민주주의다. 몽준 탁신은 민주주의 과도기에 끼어들어 희극을 연출한 어릿광대에 불과하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역사의 교훈을 얻지 못한 자들은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가 차기 마닐라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녀는 차기 한국 대통령에 도전한다고 한다. 어쩔 것인가?

 

역사에 공짜는 없다.

국왕은 참았어야 했다. 탁신은 시민에 의해 타도되어야 했다. 태국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쿠데타는 또 일어날 것이다. 악순환은 계속된다. 첫 단추는 태국왕실이 일본제국주의와 야합한 데서 끼워졌다. 망할 정권이 안 망하면 딱 이렇게 된다.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혼란은 우리가 마땅히 지불해야 할 역사의 댓가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땅히 아스팔트에 뿌렸어야 할 우리의 피가 부족했던 것이다.

우리는 68학생혁명을 치르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68년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바뀌지 않았다. 역사는 그 게으름의 댓가를 반드시 받아내고야 만다. 어쩔 것인가?

서구의 68년이 한국에서는 2006년이다. 조중동의 386에 대한 증오는 학생혁명의 조짐을 간파한데 따른 두려움 때문이다. 이문열이 홍위병 운운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에 거대한 의사소통의 벽이 있다. 역사의 필연에 의하여 결국 하나는 깨져야 한다. 어차피 하나가 깨지지 않을 수 없다면 누가 깨져야 하나? 미래가 깨져야 하나 과거가 깨져야 하나? 그들이 두려워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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