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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달마실에서 회원의 질문에 답하는 성격의 글로 서프라이즈에 기고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기로 했기 때문에 이건 그냥 내 속에 있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대표필진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 그 점에 대해서는 진작에 서영석님께 말해뒀고.. 이제부터는 그냥 솔직한 내 이야기라오.

 

황우석을 옹호할 여지가 있었던 것은 그곳에 정의(正義)가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정의가 존재한다. 불의에 대항하여 정의의 싸움을 한다.


그러나 정의가 황우석 개인의 것은 아니다. 정의는 황우석과 무관하게 원래부터 있어왔다. 특정 시기에 황우석이 그 정의의 지점을 지나가고 있었을 뿐이다.


인터넷이 대중들의 발언권을 높였듯이 새로운 과학적 성과가 대중의 발언권을 높이고 기득권의 아성을 깬다. 그것이 정의다.


줄기세포가 만들어진다면 대중들은 한층 더 강화된 위상을 가지게 된다. 중세 암흑기에 노예였던 민중이 지금 이 만큼의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은 역사과정에서 부단히 그러한 물적 토대를 획득해왔기 때문이다.


지식인은 지식으로 무장해서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지만, 대중은 물적 토대를 기반으로 해서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FTA를 하는 것이 대중의 발언권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하는 것이 대중의 발언권을 높이고, 과학적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이 대중의 발언권을 높이고, 전화와 휴대폰의 보급이 전두환의 독재를 막는 것이다.


과학과 산업의 토대에서 진보가 일어나지 않으면, 윤리와 그 윤리에 대한 해석권을 가진 지식인 집단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고, 그 사회는 일종의 종교국가처럼 된다.


중세의 암흑시대로 되돌아가고 새로운 형태의 계급사회가 만들어진다. 도덕과 지식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수록 흑인이 손해다. 지식과 윤리와 규범에 의해 인간을 더 손쉽게 차별할 수 있게 된다.


윤리는 해석되는 것이며 그 해석은 의사소통에 의해 가능하고, 소수의 코드가 맞는 의사소통 그룹이 사회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중세에 라틴어 성경에 대한 해석권을 가졌던 카톨릭이 면죄부를 팔아도 성경을 해석하지 못하는 민중들이 항의할 수 없었던 예와 같다.


유태인이 그러한 내부적 의사소통에 가장 능하고, 백인이 그 다음이며 흑인은 완전히 하층계급으로 고정된다. 왜냐하면 윤리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그 수준의 의사소통 그룹 전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윤리=규범=의사소통 체계.. 이렇게 된다. 이때 같은 의사소통 체계에 속하는 집단 전부가 하층계급으로 낙인을 찍히게 된다. 여기서 예속이 일어나는 것이며 이 구조를 깨는 것은 물적 토대의 변화다.


● 윤리=규범=지식=종교=의사소통소통 체계.. 지식인 위주의 종교국가

● 산업=기술=과학=진보=물적 토대.. 근대적인 대중 민주주의


이 둘은 서로 대립하면서 공존한다. 이 둘의 대립이 변증법적인 상호작용을 거쳐서 역사를 진보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새로운 물적 토대가 대두되면.. 지식인이 그 수준에 맞는 새로운 규범을 창출하고.. 이것이 기득권으로 굳어지면 또 새로운 물적토대의 변화가 일어나서 그러한 구조를 깨고 이것이 반복되는 것이다.


간단히 비유하면 동독이 붕괴한 이유는 동독사람들이 트라비를 버리고 BMW를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적 토대의 변화가 사회를 변화시킨다. 그러므로 줄기세포든 뭐든 과학과 진보, 개방과 성장의 입장에 서는 것이 정의다. 우리는 그 정의를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정의가 반드시 이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윤리와 규범, 지식의 측면에도 역시 제 몫의 정의가 있다.


지식인이 물적 토대의 진보를 싫어하고, 개방을 싫어하고, 산업을 혐오하고, 경제성장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 레벨에서 사회의 의사소통 체계를 완성하고자 하는데 산업이 그것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은 목사와 승려의 권위에 의해서 사회의 규범이 정착되길 원하고, 교수들은 강단과 학벌에 의해서 규범이 정착되길 원하는데 인터넷이 등장해서 네티즌들이 승려와 교수의 권위를 조롱하고 있으니.. 허폐가 히뜩 디집어지고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그들은 뭐든 새로운 것은 무조건 다 반대하고 본다. 왜냐하면 새로운 것은 항상 .. 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기존의 의사소통 체계를 깨뜨리기 때문이다.


황박현상을 보고 느낀 것은 자기통제가 안되는 대중이 순식간에 군중으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이다. 황빠들의 문제는 자기네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정의를 주장해야 한다.


정의와 불의의 싸움은 근본이다. 황우석 개인의 문제는 작다. 우리가 황우석 선수를 링에 올려보냈는데 싸움에 이기면 응원해 주지만.. 조낸 줘터지고 코피 흘리고 빌빌거리면 폐기처분이 맞다.


황우석 선수가 이기지는 못했지만 서울대와 언론의 수준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적에게 한 방을 용하게 먹인 것은 맞다. 거기까지다. 그것으로 우리는 얻을 것을 얻은 것이며 그 시점에서 황을 팽하는 것이 맞다.


싸움은 계속된다. 이기는 선수에게는 찬사를 보내고 지는 선수에게는 징벌을 가하는 것이 맞다. 황박은 한번 이기고 두 번 져서 선수수명이 끝났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황의 개인비리가 아니라 김선종과 노성일과 서울대의 총체적 합작품이라는 점이다. 황우석의 비리는 정확히 서울대의 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황우석만 팽하면 서울대는 깨끗해지나?


황우석의 죄는 그대로 서울대의 죄다. 황우석이 욕먹고 황라열이 욕먹은 이상으로 정운찬도 욕먹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요즘 정운찬이 웃고 다닌다는데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문제는 황빠집단이 자기 내부에서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점이다. 그들은 군중으로 변해버렸다. 개인이 아니라 군중으로 변한 시점에서 역할 끝이다. 그들은 개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 있다. 이 싸움은 몇 천년간 계속되어 왔다. 황우석이 깨졌지만 황우석 개인이 깨진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승리했다. 우리는 적의 종심-서울대-을 타격하는데 성공했다.


김병준이 검증에서 탈락한 것도 역시 ‘우리나라 교수의 모든 논문은 가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나라의 모든 교수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볼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그게 성과다.


우리가 무엇을 얻을 것이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역사는 길고 싸움은 계속된다.


동학은 일본을 쫓아내려다가 거꾸로 조선왕조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동학 때문에 일본의 침략이 더 앞당겨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의 긴 호흡으로 보면 동학운동이 민중의 위상을 강화하였다는 점에서 그 이후 역사의 전개에 의미있는 포인트를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열린 시선으로 그러한 역사의 지평을 보지 않고 아직도 동학교주 최제우를 섬기고 있다면 한심한 일이다. 


노무현, 김기덕, 서태지, 황우석들의 공통점은 주류 엘리트집단의 서자(庶子)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건 비유다. 서얼(庶孼)은 양반집안에서 났는데 양반대접을 못받고 있는 사람이다.


민중들은 서자나 얼자의 편을 들어서 기득권의 단단한 고리를 깬다. 서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기득권 집단의 취약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취약점을 찌른다.


황우석의 존재는 서울대의 약점이다. 거기가 급소다. 적의 급소를 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일단 북치고 장구쳐서 일을 크게 벌리고 본다.


싸움이 붙으면 일단 서자편에 서는 것이 계급의 신성한 의무다. 이때 그 역시 기득권층의 일부인.. 서자를 돕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깨는데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삼성가에 식사초대를 받아서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다른 사람들은 다 자리에 앉아 만찬을 즐기는데 고현정만 혼자서 쟁반 들고 서서 두시간 동안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이 이야기는 두 다리 건너서 들었기 때문에 대략 신빙성이 있다. 세다리 건너서 들은 소문은 못믿지만 ㅎㅎ)


내막을 알 수가 없지만.. 삼성가 며느리들이 고현정을 따돌렸다고 볼 수 있다. 뭐 그쪽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그 집안의 전통이라고 우겨댈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민중들이 날마다 입방아를 찧어서.. 고현정과 삼성가의 사이를 벌려놓으려 하는 것은.. 이간질을 시키는 것은 그 방법으로 기득권을 공격하는 것이다. 고현정이 이뻐서가 아니라.


벌써 일부 네티즌들은 정대선과 노현정 사이를 이간질 시키기 작업 들어갔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계급의 이익에 맞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노무현, 김기덕, 황우석들의 존재.. 한국의 기득권 집단이 여러 면에서 취약하다는 증거다. 우리는 그 서자(庶子)들을 고리로 해서 기득권을 칠 수 있다. 이것이 지난 수 천년간 계속되어온 역사의 법칙이다.


변증법적으로 말하면 정(正)이 있고 반(反)이 있고 합(合)이 있다. 지식 위주의 질서가 있고 토대의 변화에 따른 신질서가 있다. 지식인은 질서를 만들어 지배하려고 하고.. 민중은 토대를 변화시켜 신질서를 창출하려 한다. 그것이 자기네 위상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각자 자기 계급의 이익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는 결국 민중이 승리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민중이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중의 전술은 언제나 인해전술이다. 황우석이 폐기되더라도 그 이후에 제 2, 제 3의 쓸만한 무언가가 계속 나와준다.


새로운 인물, 새로운 영웅, 새로운 스타는 계속 등장할 것인데.. 왜 한 번 써먹은 사람에 집착하는가? 노무현 써먹고 유시민 써먹고 강금실 써먹고.. 거기가 끝이 아니고 또 나온다.


나폴레옹이 숭고한 프랑스 혁명의 이상을 깨뜨렸지만, 혁명의 이상주의를 세계로 수출한 점에 있어서는 프랑스의 위신을 크게 세운 것이다. 즉 나폴레옹은 프랑스 입장에서 선(善)과 악(惡)이 반반이다. 

 

프랑스인들은 나폴레옹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폴레옹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독일사람이다. 프랑스인이 나폴레옹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황제가 되는 바람에 프랑스 혁명의 높은 이상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독일인이 나폴레옹을 숭배하는 이유는 40여개의 자치국가로 분열되어 있었던 독일을 통일하기 위해서는 나폴레옹 같은 독재자가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이미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통일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프랑스에는 나폴레옹이 필요없다. 독일은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 고로 독일에서는 나폴레옹이 필요하다.


그래서 독일인들이 나폴레옹 좋아하다가 히틀러 만났다. 비스마르크가 독일을 통일한 시점에서 멈춰야 했다. 거기서 더 나가면 오바다. 기어이 나폴레옹 흉내를 내서 유럽을 다 먹으려고 한 것은 독일인의 열등감 때문이다.


독일인들은 기어코 사고를 친 것이다. 일본과 달리 열심히 사과하고 있지만 그래도 신사대접 받으려면 앞으로 백년간 더 사과해야 한다. 히틀러는 독일인들에게 빚만 남겨놓았다. 열등감 보상 받으려고 오바질 하다가 큰 코 다쳤다.


역사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영웅을 만들줄도 알아야 하지만 영웅을 폐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영웅이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큰 승부에 임하여 영웅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나는 황란을 유쾌한 한 판의 푸닥거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나는 민중의 편이고, 서자의 편이다. 물적 토대의 편이고, 과학적 진보의 편이고, 시장개방의 편이고, 신기술의 편이고, 신문명의 편이다.


뭔가 새로운 것이 계속 나와줘서 기득권의 아성을 흔들어 댈 때.. 나는 희열을 느낀다. 그 카오스의 무질서와 혼란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이 나라 민중의 수준을 믿기 때문이다. 2006년의 한국인들은 1936년의 독일인 보다 수준이 높다.


민중들 중 일부가 거기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새로운 인물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영웅이 새로운 무대를 펼쳐낼 것이다. 그렇게 시끌벅적 하면서 역사는 또 진도 나가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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