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2341 vote 0 2006.01.04 (23:25:45)

유시민 입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당에서 유시민을 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유시민이 있어서 시끄러운 당에서 유시민이 없어서 조용한 당으로 바뀌는 거다. 그래서? 그 방법으로 4월에 있을 지자체를 준비한다는 거다.

딴나라는 벌써 예비 선거운동 들어갔다. 이 바람 찬 겨울에 박근혜가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이유가 어디 사학법 하나 때문이겠는가? 물밑에서는 지금 치열하다. 이런 판국에 대통령이라 해서 손 놓고 있겠는가?

당에서 유시민을 빼지 않았다면? 정동영, 김근태, 유시민 3두마차의 각개약진? 그 경우 선거의 승패는 차치하고라도, 선거결과에 따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 아리송해진다.

선거 후 책임소재를 두고 싸워서 당이 깨지는 수가 있다.

선거 앞두고 정동영, 김근태 넣고 유시민 뺐다. 정동영과 김근태 중 누구를 당의 얼굴로 해서 선거를 치르게 될지 모르지만 책임과 권한은 주장(主將)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이 용병술이다.

 


 

강준만들은 왜 맛이 갔을까?

지난해에는 낙오병 강준만의 근무지 무단이탈 사건이 큰 충격을 주었다. 김동길, 강준만 뿐이 아니다. 민주화 이래 많은 개혁인사들이 대오를 이탈하여 수구진영에 투항하였다.   

왜 그들은 대오를 이탈하는가? 발가벗고 알몸으로 개쪽 다 까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오이탈의 법칙’ 때문이다.

개혁이란 무엇인가?

여야 4당이 모두 개혁을 말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각기 다르다. 어떤 개혁을 해도 나머지 3당에는 개악(改惡)이 된다. 무엇이 진정한 개혁인가?

경제적 효율성에 치중하는 우파개혁도 있고 계급모순에 치중하는 좌파개혁도 있다. 막연히 원칙과 상식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원칙과 상식도 좋지만.. 그것은 분명한 비원칙과 몰상식이 드러났을 때 한하여 유의미할 뿐이다. 예컨대 보안법, 과거사법, 사학법, 언론관계법 등 4대 개혁입법은 명백히 원칙과 상식에 관한 거다.

그러나 이들 개혁법안은 공통적으로 과거지향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개혁법안을 모두 통과시키고 난 다음에는 뭘 해야하지?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보안법까지 해결하고 난 다음에는?

그 때는 ‘개혁 끝났다. 만세 만만세!’로 만세삼창을 하고, ‘개혁도 끝났고 이제 좋은 세상이 왔도다’ 하고 노래를 부르며 모인 군대를 해산하고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서 생업에 종사하며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것일까?

천만에!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진정한 개혁일까? 나는 역사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역사와 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드러난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원칙과 상식은 당연한 거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여론에 등 떠밀려 하는 개혁 아니라 미래에 관한 비전을 가지고 다부지게 달려드는.. 적극적인 의미의 개혁이 필요하다.  

어떤 개혁이든 그것은 시스템을 건드리고 패러다임을 뜯어고치는 것이다. 그것은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표준을 세우는 것이다. 진정한 개혁은 우리시대의, 그리고 우리세대의, 그리고 우리민족의, 그리고 우리나라의 성공모델을 만들고 표준을 세우는 것이다.

한국의 성공모델을 세계가 따라배우게 하기 위하여, 그리고 한국의 표준이 세계의 표준이 되게 하기 위하여.. 이것이 진정한 개혁의 성공이다.

그렇다면? 수구들은 왜 개혁을 반대하는가? 그들은 박정희 모델을 세계가 따라배울만한 가치있는 성공모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저것 봐! 중국이 한국의 개발독재 모델을 모방하고 있어.”

<- 이것이 조중동과 딴나라의 기쁨인 것이다. 문제는 그들에게 있어서 세계는 중국이나 베트남 따위 후진국들이라는 점이다. 한심하게도 그들의 눈높이로는 그 정도로 눈에 차고 넘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진정한 개혁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지 못하는 박정희 모델을 폐기하고 대안의 모델로.. 백범모델 혹은 노무현 패러다임, 혹은 미지의 그 무언가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일추종의 수구모델을 버리고 서구추종의 좌파모델을 버리고.. 우리 안에서 가치를 재발견하여 민족노선을 세우는 것이다. 그것은 엘리트 노선을 버리고 대중노선을 따르는 것이다.

그것은 일본주식회사의 경제동물 모델을 버리고 삶의 질을 앞세우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것은 백범의 가르침을 쫓아 패권국가를 지양하고 문화국가로 나아가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는가? 지금 역사가 우리에게 그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역사는 일본이나 중국에 요구하지 않고 하필이면 한국에 요구하는가?

일본이나 중국은 지금 역사가 인류에게 요구하는 모델을 세우기에는 인구규모와 지정학적 여건이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 국가에게는 다른 시대에 다른 역할모델이 주문된다.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은 국가적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 유럽 또한 마찬가지다. EU 전체가 하나의 국가나 마찬가지여서 모델의 성공이 의미없다.

어느 나라이든 한 번은 인류사에 크게 기여한다. 공이 돌고 돌아 이제는 한국에 기회가 왔다. 세계사가 지금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오직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생명의 눈으로 바라보기

세계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세계관이 필요하다. 지구촌이라는 커다란 나무가 곳곳에 씨앗을 뿌린다. 건강한 씨앗은 살아남고 병든 씨앗은 죽는다. 살아남은 것이 모델을 만든다.

지구에는 수백개의 국가와 수십억의 인구가 있지만 세계사는 그 중에서 몇 안 되는 성공모델만을 기록한다. 우리가 세계사를 배우되 서양사 위주로 배우는 것은 그것이 살아남은 씨앗으로서의 성공모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프리카사나 아랍사를 모르고 인디언사에 관심없는 이유는 그 안에 배울만한 성공모델이 적기 때문이다. 세계사는 항상 특정시대 특정국가에 그 시대의 역사 흐름에 맞는 성공모델을 구해오곤 했다.

지난 수천년간 세계는 변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수천 년간 요구하지 않는 것을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무려 5천년 만에 출동명령이 내려온 것이다.  

과연 우리가 세계사에 빛 나는 한 페이지를 채울만한 가치있는 성공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이다.

초심 잃지 않고 끝 까지 가기

김동길, 이문열처럼 노골적으로 수구진영에 합류하지는 않았다 해도 김지하, 고은을 비롯하여 살짝 맛이 갔다. 황석영도 많이 싱거워졌다. 김수환은 뭐 언급할 가치도 없는 양반이고.

조선일보에 글을 쓰고 안쓰고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약해진 거다. 그 옛날의 패기를 잃어버렸다.

왜 강준만들은 변절하는가?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내부에 동력원이 없기 때문이다. 자체 엔진을 장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남의 툴을 빌려 쓰기 때문이다.

그들이 작은 인간일 때는 역사의 흐름에 편승하여 개혁을 외치곤 했다. 그러나 제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니라 단지 흐름에 편승했을 뿐이다. 그 때는 앞에서 이끌어 주는 선배가 있었고 함께 보조를 맞춰주는 동료가 있었다.

위상이 높아져서 대인(大人)이 되면? 스스로 리더가 되어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덧 선배도 가고 동료도 없다. 이때 커다란 두려움을 느낀다. 말할 수 없는 공포에 빠져든다.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가이다. 그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가이다. 자기 내부에 아직도 마저 타지 않은 초심지가 남아 있는가이다. 스스로 비전을 생산하지 못하면, 스스로 빛 나는 촛불이 되지 못하면, 자체 엔진에 점화하지 못하면, 내부에 동력원이 없으면 백프로 이탈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 유시민 그리고 강준만 김동렬 2006-01-04 12341
1513 황박-미즈메디사건의 중간평가 김동렬 2006-01-04 16642
1512 수렁에 빠진 MBC 김동렬 2006-01-02 13134
1511 허준영은 버텨라 김동렬 2005-12-28 15871
1510 학문의 역사 김동렬 2005-12-27 9917
1509 음모론 유감에 유감 김동렬 2005-12-27 14409
1508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김동렬 2005-12-27 12713
1507 왜 한국인은 강한가? 김동렬 2005-12-25 13586
1506 토종 학문의 죽음 김동렬 2005-12-24 16694
1505 오마이뉴스와 데일리 서프라이즈의 변질 김동렬 2005-12-23 13666
1504 어느 우상 파괴자의 죽음 김동렬 2005-12-23 13482
1503 얻을 것과 잃을 것에 대한 검토 김동렬 2005-12-22 13627
1502 "인간이 대세다" 김동렬 2005-12-21 11889
1501 박근혜 사학에 뼈를 묻나? 김동렬 2005-12-20 14080
1500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만 김동렬 2005-12-19 17597
1499 단상 - 황우석은 벤처를 했어야 김동렬 2005-12-18 15645
1498 노짱방 다른생각님의 글에 대해 김동렬 2005-12-18 11970
1497 서프가 대통령을 구했는가? 김동렬 2005-12-17 10482
1496 할 말이 없네요. 김동렬 2005-12-15 12208
1495 왜 인간은 질투하는가? 김동렬 2005-12-14 1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