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599 vote 0 2005.08.16 (11:15:21)

이회창이 대통령이라면? 노조의 파업은 두 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파병반대 데모는 더 극심해졌을 것이다. 어쩌면 최루탄과 지랄탄이 난무했던 그때 그시절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역설이지만.. 중도성향의 유권자가 왼편으로 인식되어온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것은, 노무현의 실용주의가 극좌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일정부분 있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왼쪽에 선 지도자는 극좌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어깨에 힘을 주는 것이며, 상대적으로 오른편에 선 지도자는 극우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서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이회창이 야당 대표라면? 조갑제, 지만원들이 저리 날뛰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야당은 리더십의 공백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는 극우를 통제할 수 없다. 지만원, 조갑제, 신혜식이 날뛸수록 박근혜의 체면은 깎일 것이다.

문제는 왼쪽의 노무현 대통령이 좌파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닌데 비해, 오른쪽의 박근혜가 극우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된다는 사실이다.

왜인가? 권위주의 때문이다. 권위주의에 기댄 정치를 할수록 한 번 체면이 깎이고 우세를 당하면 그걸로 정치수명이 끝나는 것이다. 권위주의가 없는 노무현은 체면이 깎여도 문제로 되지 않는다. 권위는 본래 우파의 관심사인 까닭이다.

무엇인가? 진보 성향의 지도자는 공론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리더십을 생산하는데 비해, 보수성향의 지도자는 권위를 세우는 방법으로 리더십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론을 일으킬줄 모르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 줄 모르는 박근혜에게는 권위가 유일한 밑천인 것이며, 권위를 잃는즉 팽 되는 운명인 것이며, 조갑제, 지만원, 신혜식들의 난동에 의하여 박근혜는 이미 권위를 잃고 있는 것이다.

결론인즉 조갑제가 뜬금없이 이명박을 찬양하는 것은 죽음의 키스에 다름 아니다. 조갑제가 이명박을 찬양한다면? 이명박은 조갑제와 한통속으로 오인될 뿐이다. 이명박이 살려면 조갑제를 크게 꾸짖어서 자신이 극우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해야 한다.

● 왼쪽 지도자는 공론을 이끌어서 리더십을 생산한다.
● 오른쪽 지도자는 권위를 세워서 리더십을 생산한다.
● 왼쪽 지도자는 극좌를, 오른쪽 지도자는 극우를 각각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 박근혜는 조갑제, 지만원, 신혜식을 통제할 수 없음이 드러났으므로 그들과 확실히 결별해야 산다.
● 이명박은 죽음의 키스를 보내온 조갑제들을 크게 혼내서 자신이 극우를 통제할 수 있음을 과시해야 산다.

이미 권위를 잃어버린 박근혜의 한 가닥 살길은? 박근혜가 조갑제, 지만원, 신혜식들과 거리를 분명히 한다면, 극우와 결별하고 중도개혁노선으로 간다면 극우가 광분하는 책임이 박근혜에게 가지 않는다.

그러나 박근혜가 그들을 아우르려 한다면? 박근혜가 그들의 지지를 받고자 한다면? 박근혜는 망신을 당하고 리더십을 잃게 된다. 조폭의 정치를 하는 그들에게는 조폭의 가오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405 얼굴보고 반한다는건 허튼소리(마광수의 경우) 2005-08-16 16803
» 조갑제, 죽음의 키스 2005-08-16 16599
1403 탕자처럼 돌아온 조성민 2005-08-15 14448
1402 DJ가 옳았다 2005-08-11 13415
1401 돌부처가 된 노무현 2005-08-07 13124
1400 매국세력 대 민족세력의 대결 2005-08-06 15574
1399 저항을 넘어서 자유를 바라보기 2005-08-05 18613
1398 탄핵 5적을 부활시킬 것인가? 2005-08-05 16769
1397 18 금 유감 2005-08-04 18276
1396 럭스와 카우치 2005-08-03 18451
1395 신기남의원을 지지함 2005-08-03 13556
1394 정치는 뜻으로 하는 거지 논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2005-08-01 15791
1393 MBC 사고는 무더위 탓이다 김동렬 2005-08-01 17031
1392 법원의 알몸을 보니 김동렬 2005-07-30 14418
1391 슬픔 2005-07-30 14218
1390 한나라당과 연정을 한다는데 김동렬 2005-07-28 13932
1389 국정조사권 발동 및 특별검사 임명해야 김동렬 2005-07-26 14823
1388 조폭들의 광란을 지켜보면서 김동렬 2005-07-26 15293
1387 한국의 비전은 무엇인가? 김동렬 2005-07-18 16166
1386 김동길병 조심합시다 김동렬 2005-07-18 14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