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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가 새 대표를 선출하고 있다. 축하할 일이다.(묵은 대표가 재신임 되었지만) 여전히 진로를 두고 토론이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소꿉놀이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우리끼리 화합하고 우정을 다져서, 오순도순 사이좋게 본부놀이나 할 양이면 차라리 때려치우는 것이 낫다. 전쟁이다. 전시에는 원수(元帥)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한다. 딴소리 하는 넘은 읍참마속의 교훈을 되살려 목을 치는 수 밖에 없다.
 
비장한 각오로 결전에 임하자는 거다.
 
임무변경에 성공하라!
동학이 왜 실패했는가? 적절한 때 임무변경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싸움의 규모가 커지면 그에 맞추어 적절히 역할을 변경해야 한다.
 
사카모토 료마와 그의 무리들은 대정봉환에 성공하고 있다. 그들도 처음에는 ‘존왕양이’를 외쳤다. 개화에 반대하고 쇄국할 목적으로 봉기했다. 그러나 그들은 세가 불어나자 적절히 임무를 변경하였던 것이다.
 
중요한 건 리더십이다. 임무를 변경함에 있어서는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초심을 버리고 야심을 키워야 한다.(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얼치기 낭만주의자들은 도움이 안되는 것들이니 부지런한 김매기로 솎아주어야 한다.)
 
동학은 1차봉기 후 세가 크게 불어난 2차봉기 사이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필요한 때 전봉준의 남접과 최시형의 북접이 갈등하느라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문제는 지도자의 부재였다.
 
농민전쟁의 성격을 극복하고 양반과 상인집단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던 것이다. 탐관오리를 축출하고 다시 평범한 농민으로 돌아가겠다는 소박한 꿈을 제시했을 뿐, 왕조교체의 거대한 비젼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유방의 성공과 항우의 실패
유비와 그 패거리들도 처음에는 황건적을 소탕하겠다는 소박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천하를 들어먹겠다는 야심 따위는 있지도 않았다.
 
나라를 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일어나 황건적을 소탕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짓는 의병! 좋다. 멋지다. 그러나 이는 소설에서나 가능하다. 우리 유치하지 말자.  
 
흔히들 말한다.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그래! 초심으로 돌아가서 황건적 소탕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돗자리나 짜서 팔아먹고 살자고.. 그 수준이라면.. 걍 때려치우는 것이 낫다.
 
표자두 임충은 왜 백의수사 왕륜을 베었는가? 왕륜은 엘리트였던 조개와 송강, 양지 등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두천, 송만, 주귀들과 어울려 소꿉놀이 형태를 지속하려 한 것이다. 싸움의 규모가 커지면 상대적으로 자기들의 위상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양산박은 호수 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 많은 도적을 먹여 살릴 수 없다. 세를 불리다가 조정과 맞서는 우를 범해서 안된다. 이 정도에서 그치자.’ 이런 썩어빠진 생각을 하고 있다면 리더의 자격이 없다. 제꺽 목을 쳐버려야 한다.
 
개혁진영에도 그런 움직임이 없지 않다. 일부이지만.. 나사빠진 이들이 있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순도순 사이좋게 소꿉놀이를 하려는 풍조가 있다. 좋지않다. 또한 김매기가 필요하다.
 
중심이 든든해야 외연확대가 가능하다
돗자리나 짜던 유비가 오래된 친구인 관우, 장비를 거느리고 식객노릇으로 전전할 때 그들에게는 비전이 없었다. 제갈량을 얻어 천하삼분의 비전을 제시하니 서서, 방통, 조운, 황충, 마초들이 가세하여 세가 크게 불어난 것이다.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마땅히 천하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된다. 떨치고 일어나 야심을 보여야 한다.
 
항우는 왜 졌는가? 그가 믿었던 사람들은 모두 일족이었다. 사돈에 팔촌으로 일가붙이 친척들이었던 것이다. 그는 외연의 확대에 실패했다.
 
고조 유방은 왜 승리했는가? 그는 개장수 번쾌, 장사치 관영, 장례식 나팔수 주발, 마부 하후영, 양아치 노관 등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장량, 한신을 비롯하여 투항해 오는 신하들을 마다하지도 않았다. 그들 사이의 조화가 있었다.
 
항우세력의 구심점이라 할 일가붙이들과 유방세력의 구심점이 되는 번쾌 소하 관영 등 시골아이들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 바로 이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밑줄 쫙이다.
 
노사모는 무엇인가? 관우, 장비처럼 노무현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이다. 노무현이 이들을 버리면? 죽는다. 절대 버려서 안된다. 유방이 소하와 번쾌, 주발들을 버리지 않았듯이 대통령이 노사모를 버리는 즉 끝이다.
 
상도동과 동교동 그리고 노사모
두가지 잘못된 신화가 있다. 하나는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옛 친구들은 그만 그의 곁을 떠나서 그를 자유롭게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그래야만 천하의 인재들이 우르르 몰려오지 않겠느냐는거다.
 
천만의 말씀. 그렇게 해서 모여든 천하의 인재들은 구심점이 없다. 이 경우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항우와 그 일족이 모두 귀족출신으로 지배계급을 대표하는데 반해, 유방과 그 일당들은 하층계급을 대표한다는 그 정체성 말이다.
 
정체성을 잃으면? 죽는다.
 
유비는 관우, 장비를 버리지 않음으로써 성공하고 있다. 대통령이 노사모를 버리면 정체성을 상실하는 즉 끝이다. 초기에는 단단한 정체성의 핵을 형성해야 한다. 이 핵을 기반으로 해서 서서히 외연의 확대가 있어줘야 한다.
 
그러므로 노사모는 끝까지 가줘야한다.
 
사카모토 료마와 그 일당도 따지고 보면,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패하고 신분이 격하된 하층민들을 대표하는 한 무리의 고향친구들에 지나지 않았다. 거기서 성립된 정체성을 살펴야 한다. 그 계급성에 주목해야 한다.
 
정체성은 계급성에서 얻어진다
왜 나는 노무현주의를 말하는가? 노무현은 지갑 줏은 사람이 아니다. 유방이 성공한 이유는 계급적 정체성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료마의 일당들이 성공한 이유도 그 계급적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계급적 정체성을 잃으면? 노사모를 해체하고 외연의 확대를 위해 천하의 인재를 두루 끌어들이면? 후단협도, 민주당도, 한나라당 출신도 다 받아들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그렇게 하여 모여든 이질적인 세력들이 주도권을 잡기위해 분탕질을 쳐서 결국 핵이 분열하고 만다. 끝장나는 것이다.
 
왜 김영삼은 맛이 갔는가? 그의 민주계가 민정계에 밀려서 맛이 간 것이다. 좌동영 우형우가 쓰러진 후 민주계의 구심점이 소멸해버렸다. 동교동도 마찬가지. 그들이 DJ에 부담을 주지 않기위해 한발 뒤로 물러섰다. 서서히 쇠퇴하였다.  
 
얼치기들 있다. 동교동이 DJ를 위해 뒤로 빠져주었듯이 노사모도 해체해 주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있다. 그렇게 뒤로 빠져주었다가 적에게 몸통을 내주고 죽는다. 상도동처럼 죽고 동교동처럼 죽는다.
 
실패한 항우와 성공한 유방은 무엇이 달랐는가? 항우의 측근들은 친인척 일가붙이였다. 계급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상도동과 동교동도 마찬가지다. 계급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노사모는 다르다. 노사모는 가신이 아니고 식객도 아니다. 계급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 본질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상도동, 동교동과는 본질이 다르다.
 
과연 그러한가? 노사모는 명백한 계급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노사모가 대통령의 친인척이 중심이라면? 노사모가 대통령의 비서나 고향친구들이나 경호원들 중심이라면?
 
그 경우 차라리 노사모 해체하고 집에 가서 아기나 보는 것이 낫다.
 
노무현이 좋아서 왔다면 가짜다
두번째 잘못된 신화는.. 앞에서 말했듯이 얼치기 아마추어, 낭만주의, 감상주의 소꿉놀이로 친목을 다지면서.. 순수성을 지켜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순수 좋아하네. 그게 순진한 거다.
 
그런 유치발랄.. 결국 아직도 노사모의 계급적 정체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말 노사모가 계급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저 노무현이 좋아서 모인 뜨내기 식객 세력이라면.. 해체해야 한다.
 
마땅히 깨우침이 있어야 한다. 목마른 자가 물을 찾는 법. 노무현이 좋아서 왔다면 거짓말이다. 그대는 목이 말라서 왔고, 배가 고파서 여기에 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게 진짜다.
 
그대 깊숙한 내부에서 추동하고 있는 에네르기원의 존재를 인식해야 한다. 그 어떤 간절함이 있었던 것이다. 거기서 열정이 나오는 법이다.
 
단지 꽃이 이뻐서.. 그 향기에 홀려서 왔다는 사람은 그 꽃이 시들었을 때 떠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참을 수 없는 목마름 때문에.. 그 어떤 간절함을 가지고 온 사람이라면..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다.
 
왜인가? 히딩크가 말했듯이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우리의 허기는 임무를 완수하는 그 날까지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덧붙여서.. 짧은 글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니 산만해졌군요.
 
● 리더십을 발휘하여 천하를 도모하는 임무변경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 먼저 야심을 보이므로써 천하의 야심가들을 영입하여 외연의 확대를 꾀해야 한다.
● 분명한 계급적 정체성과 이념적 동질성을 가지고 내부에 구심점을 형성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체험의 공유를 통한 코드의 일치다. 우리는 선민이다. 저쪽 동네 꼴통들과는 종자가 다르다. 거기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천하를 들어먹겠다는 야심을 우리가 먼저 보여야 한다.
 
우리의 선민의식이 소중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하늘을 본 사람들이다. 우물 바깥의 세계를 안다. 이제는 천하를 상대할 뿐이다. 제발 부탁이니 얼라들은 가라! 찌질이들은 가라! 꼴통들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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