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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663 vote 0 2004.02.20 (13:22:52)

『 따라쟁이의 코미디는 끝이 없다.. 요것도 따라해보지 그러셔~. 』

최근 서프에서 중론으로 떠오르고 있는 ‘최병렬일병 구하기’는 문제있다. 최병렬이 축출되고 혹시 한나라당이 환골탈태하지나 않을까 두려워 하는 분들도 있다.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추미애가 ‘수렁에 빠진 내 딸’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며 ‘내 딸이 수렁에 빠졌소’ 하고 동네방네 나발불고 있다. 또한 잘못이다. 냉정하게 보면 최병렬이 옳고 조순형이 옳다. 참된 부모는 결코 자기 딸의 비리를 동네방네 광고하지 않는다.

앞으로 할 일이 있고 뒤로 할 일이 있다. 뒤로 할 일을 앞으로 하는 추미애의 행각은 민주당에 애정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나 혼자 살겠다는 ‘발빼기 수순’이다.

늪에 빠진 사람은, 그 늪에서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이 빠져들기 마련이다. 정치는 원래 자살골넣기 시합이다. 가만히 앉아서 노무현의 자충수를 기다림만 못하다. 아니면.. 아예 그 늪에 들어가질 말든가.. 이미 늪에 빠졌다.

한나라당이 최병렬을 제거하고 전당대회를 치르면 혹시?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하면 혹시? 천만에..! 이 경우 ‘조직의 생리’가 작동하여 100프로 2라운드가 벌어진다. 이를 막는 것은 딱 두가지다. 하나는 돈이고 둘은 이회창급의 대선후보다.

돈 없고 창 없이는 불능이다.

최병렬이 개망신을 당하고 한나라당이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수도권과 영남권으로 쪼개져서 확실히 망한다. 조직의 생리 상 이 경우 영남이 잡고 영남만 사는 방향으로 간다. 수도권은 소멸하고 영남자민련 되는 거다.

진짜 고수는 적을 추격하면서도 적이 살아날 수 있는 한가당 희망은 남겨두는 법이다. 영남이라도 사는 한가닥 희망 때문에 적절한 변신의 기회를 놓치고 확실히 죽는 법이다. 한나라당이여 희망의 전당대회를 향하여 달려가라!  


인간은 바보가 아니다. 문제는 조직의 생리다.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 했지만.. ‘갓댐양키님’이 발굴한 2년전 한겨레21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최병렬은 놀랍게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한나라당의 침몰을 정확하게 예견하고 있었다. 즉 최병렬은 바보가 아닌 것이다. 그는 멀쩡한 사람이다.

그런데 왜 바보짓을 하고 있을까?

이유가 있다. 조직의 생리다. 조직이란 참으로 두려운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조직이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 조직의 분위기에 말려들어서 안된다. 서프도 일종의 조직이라면 조직이다. 언제나 한 발을 뒤로 뺀다는 기분으로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

이승연씨의 경우를 보자. 이건 누가 봐도 잘못한 것이다. 그의 주변 친구들도 다들 한마디씩 해줬을 것이다. 즉 이승연에게는 사태를 수습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뻔뻔스럽게 대응해서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바보짓이다. 왜 그랬을까?

박지우이사도 마찬가지다. 필름을 불태우고 삭발까지 한 것을 보면 제 정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바보짓을 저질렀을까? 이유가 있다.

이승연이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 것은 그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박지우도 마찬가지다. 물주는 따로 있다. 최종적인 권리는 전주가 쥐고 있는 것이다. 이승연도 박지우도 돈에 코가 꿰어 하수인 노릇을 했을 뿐이다.

이승연의 뻔뻔스런 대응은 그걸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고집을 피운 것이 아니라.. 실은 시간벌기다. 박지우의 궤변도 마찬가지다. 일단 시간을 벌어서 전주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전주가 고개를 끄떡그려주면 그제서야 수습에 들어간다.

그 이전에 나섰다간 자신이 몽땅 책임지고 돈 물어내야 하는 사태가 있는 것이다.

조직의 생리가 문제다. 그 생리를 작동하는 것은 보통은 금전이다. 금전이 개입되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문제가 되고, 그 경우 멀쩡한 인간도 바보가 된다. 이 원리를 알면 역으로 애초에 그들이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도 알 수 있다.

바보였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자기 책임만 면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직이 망가지는 공식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최악의 코스로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책임질 사람이 없다. 이회창이 없다. 돈도 없다. 내가 안해도 누군가가 하겠지.. 하며 서로 눈치를 보다가 최악의 코스로 접어들고 만다. 그들의 모든 결정은 ‘일단 시간을 벌면서 기회를 살피자’는 거다.

사고를 쳐도 그렇다. 혼자가 아니므로 두렵지 않다. 위안부 누드..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겠지.. 걱정없어.. 난 혼자가 아니니까.. 두렵지 않아..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어떻게 되겠지.. 설마 아무 대책없이 그들이 내게 이런 터무니 없는 일을 맡겼을라구..

보통은 이런 식으로 망가진다. 조직의 붕괴다.

위기에 빠진 조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둘 뿐이다. 돈과 권위다. 권위는 대선후보다. 돈 없고 대선후보 없으면 끝난 게임이다. 그들이 발버둥을 칠수록 몰락을 앞당길 뿐이다.

우리당은 다이어트를 해서 몸집을 줄인 결과 조직의 생리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었다. 추미애의 구당노력(?)이 오히려 민주당을 두 번 죽이는 결과로 나타나는, 또 최병렬의 구당노력이 오히려 한나라당을 두 번 죽이는 결과로 나타나는.. 조직의 생리에 우리당은 말려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덧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과정에서의 일부 역설적인 표현은 양해를 주문함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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