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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908 vote 0 2009.02.04 (14:40:20)

[답글형식입니다]

좋은 의견이군요.

이런 문제는 많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mp3를 써본 적이 없어서, 다운로드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공개된 인터넷에서 함부로 뿌리거나 다운받는다면 아마 불법이 맞을겁니다. 음원은 돈 주고 사는게 상식 아닌가요.

친구의 mp3에 저장된 것을 복사하는 정도는 괜찮겠지요. 중요한 것은 친구의 것을 옮겨간다 해도, 친구 사귀는데도 돈과 노력이 든다는 사실입니다. 공짜를 표방해도 사실은 공짜가 아니지요.

공짜시사회 보려고 해도 몇 시간 줄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공짜는 우주 안에 없습니다. 단지 공짜를 표방하는 속임수가 있을 뿐. 셈을 치르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이미 에너지는 치르고 있습니다.

단지 가격산정과 집금방법이 합리적이냐, 정당하냐, 왜 하필 지금이냐의 문제가 있을 뿐입니다. 인터넷에 공짜가 널려있지만 반제품이거나 복제품입니다. 이 경우는 집금할 수 없거든요.

소프트웨어는 다운받아놓고 안쓰는게 많은데 그건 반제품입니다. 이용자가 사용법을 공부해야하니까요. 돈받을 자격 없지요. 업무용은 돈받는게 맞습니다. MS가 비싸게 받아먹어서 문제일 뿐.

인터넷 정보가 공짜인 것은 반제품, 복제품이기 때문이지 원래 공짜다 이건 아닙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비싸게 팔지만, 백화점 내부를 돌아다니는건 공짜거든요. 그러나 가격에 반영되어 있어요.

백화점 안을 돌아다니고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유료입니다. 몰아서 나중 한꺼번에 받아갑니다. 물건을 구매하기 전까지는 반제품이니까 공짜구요. 간접세같은 건데 세금 안내도 실제로는 낸 겁니다.

음악을 ‘사람들이 즐기며 부르고 듣는 놀이수단 ’정도로 본다면 슬픈 거지요. 이런 관념은 아마 한국의 대중가요가 외국과 달리 청중이 함께 따라부르는 형태로 발전되어서 생겨난 허무주의겠지요.

음악은 과학이며 오리지날리티가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대중음악은 100프로 가깝게 짝퉁이고 가짜이므로 돈받고 파는 짓이 뻔뻔한 도둑질이긴 하지만, 그건 이 나라에 진짜 음악가가 없어서 그런거구요.

이 나라에서 이름 좀 알렸다는 음악인들은 짜깁기의 달인 아니면 회사에 고용된 로보트들 아닙니까? 서태지류 앵무새들에게 꼴딱 속아서 돈을 가져다 바치다니 미치고 환장할 일 맞습니다.

‘가짜가수가 가짜음악 파는데 왜 돈받냐’ 이렇게 따질 수는 있습니다. 놀이수단에 돈 받는건 이상합니다. 놀이는 쌍방향 참여라야 가능하니까 반제품 맞지요. 그러나 진짜 음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통털어서 나라 안에 진짜는 다섯 이하로 봅니다만 그 진짜에 상당하는 반짜, 혹은 반의반짜 얼떨리우스 아저씨들도 돈 받을 권리는 있을 겁니다. 아마도. 상당히 낯간지럽기는 해도.

모든 창작품에는 권리가 있습니다. 권리의 권(權)이 저울이라는 것은 저번에 이야기했구요. 작가들은 작품을 통하여 관객과 소통하려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관객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집니다.

돈이 가치의 본질은 아니고 고객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가치의 본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통제’라는 표현이 이상하지만 적당한 단어가 없어서 그러니까 선의로 해석해 주어야 하구요.

돈은 고객을 통제하는 방법 중의 하나일 뿐. 셈이 꼭 현찰로 치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료를 돈으로 생각하지 말고 창작가의 통제권으로 보아야 합니다. 작가의 위신, 사회적 지위와 연관시켜 파악해야 합니다.

작가가 높은 액수를 부르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는 목적입니다. 부적절한 비유로 말하면.. 왕조시대에 어떤 기생이 몸값을 거금 1만냥으로 부른 것은 진짜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잡배들을 퇴치하기 위한 목적이지, 자신을 물건 취급한 것이 아닙니다. 전여옥이 나를 만나려면 백억원을 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이명박이 나를 만나겠다고 하면 내가 자살하고 말지요.

최북은 작품의 가치를 모르는 자에게는 천금으로도 족자 하나를 팔지 않았는데 하루는 부자가 팔라고 조르니까 송곳으로 자기 눈알을 파버렸습니다. 애꾸눈이 되었지요. 그게 창작의 본질.

창작의 권리를 부정하면 아무도 창작하지 않습니다. 중요한건 창작이 과학이고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한국가수들은 가짜니까 해당사항 없다지만 그건 한국이라는 나라가 후진국이라서 그렇고.

한국국민이 문화적 노예이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이 나라에 아직 ‘시민‘이라는 관념이 형성되지 않아서 의식이 농노 수준에 머물러 있지요. 공짜 밝히는 한 한국인들은 영원히 서구의 봉 노릇이나 할 겁니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든 무시되고 경멸될 것입니다. 중국은 논외고. 그들은 결코 대접받는 좋은 손님이 되지 못합니다. 왜? 자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부심이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한 자부심 근처도 못가볼 것입니다. 물론 한국인들은 문화라는 것을 아직 접해본 바가 없기 때문에 제 말이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해 못한다고 화낼 일은 아니고요.

문화라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며 그것은 양식화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정체성이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에너지가 투입됩니다. 내가 내가 되는 데도 확실히 돈이 듭니다.

필자도 10년 간 전국을 수십바퀴 돌며 발바닥 땀내서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다만 완제품이냐 반제품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대부분의 공짜는 반제품이거나 복제품이라서 공짜입니다.

반제품은 상대방이 거들어줘야 가치가 성립하므로 상대방의 거들어주는 권리에 의해 자기 권리가 깎여서 공짜가 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거들어줌 그 자체도 노동이므로 공짜라도 역시 지불된 겁니다.

아는 사람이라면 집 현관에 갤러리가 있어야 합니다. 유명 작가의 그림을 전시할 필요는 없구요. 자기 스타일과 취향을 드러내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게 없는 바보들과는 대화 안합니다.

왜 그게 필요하냐. 그게 없으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오리지날리티가 생겨나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은 그딴거 없이도 지금껏 잘 살아왔기 때문에 막 살다가 뒤늦게 중국짝퉁 화내지만 생뚱맞구요.

그리고 음원이 공짜인데 mp3 기계는 공짜가 아니라면 이것도 억울한겁니다. 작가는 인세를 못받고 출판사만 대박나면 이상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가격이란 것은 물건에 대한 가격이 아닙니다.

물건에 가격이 있다는건 착각입니다. 물건은 알고보면 다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건데 누가 하느님한테 이용료 지불했습니까? 가격은 물건에 붙는게 아니고 권리에 붙는겁니다. 권리는 통제권입니다.

내가 창조한 피조물에 대해서 조물주인 내가 절대권을 행사한다 이겁니다. 내가 만든 것을 누구에게 얼마받고 팔지를 내가 정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 논리를 무한확장 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제품이 알고보면 짝퉁이고, 따지고 보면 반제품인데 원조는 돈을 못받고 엉뚱한 넘이 챙기거든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세상 모든 가치가 결국 자연의 모방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삼성 물건 중에 순수하게 삼성이 창조한 것은 아마 한없이 0퍼센트에 가까울 겁니다. 도둑질한 천지인 정도가 쳐줄만 하고. 자기 자궁으로 자기 배아파서 낳은 사람들은 놔두고 엉뚱한 사람이 빼먹으니까 문제지요.

여기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창작품의 권리 자체는 신성한 것입니다. 그리고 한 인간의 존재가치는 그 사람이 낳은 창조가치에 비례합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과는 안보고 사는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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