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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62 vote 0 2021.03.18 (10:59:59)

    윤석열 딜레마


    출마하면 범인 인증이고 불출마 하면 팔불출 인증이고. 출마하면 대통령 해먹으려는 욕심에 상관을 저격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불출마 하면 문재인 정부와 조중동의 협공을 받게 된다. 별수 없다. 조연은 조연답게 찌그러질밖에. 본질은 자체 엔진의 부재다.


    윤석열의 인기는 문재인에 대항하는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자체 동력이 없이 문재인을 때려서 얻은 반발력의 관성력만으로 얼마나 굴러가겠는가? 일을 저지르는 것은 각계의 전문가도 할 수 있으나 최종적으로 일을 수습하는 것은 오로지 정치가 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남의 당선을 도울 수는 있으나 스스로 자기 머리에 왕관을 올리지는 못한다. 그것이 조연과 주연의 차이다. 엘리트는 잘해봤자 조연이고 역사의 주연은 민중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똑똑하게 만들면 이기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엘리트는 불쏘시개다. 


    엘리트가 상호작용을 증대시켜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는 있으나 엘리트의 활약 덕에 똑똑해진 국민은 언제라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고 한다. 엘리트 정치의 본질은 대중의 정치혐오에 편승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거리에서 민중과 뒹굴어야 한다.


     민중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간다. 엘리트는 고고하게 콧대를 세운다. 학계에서 관계에서 자기만의 성을 쌓고 뽐낸다. 근사해 보인다. 민중은 고상한 엘리트를 이용하여 타락한 정치인을 타격한다. 문제는 그런 공방 과정에 정치를 알아버린 국민의 자신감이다. 


    남의 정치를 팔짱 끼고 구경할 때는 엘리트의 혐오가 먹힌다. 역시 깨끗하고 애국심 있는 군바리가 좋지. 국회의원놈들 다 썩었지. 전두환 때는 그게 먹혔다. 그런데 말이다. 김대중과 김영삼이 전면에 나서자 대중이 욕망을 가져버린 것이다. 그들은 흥분했다. 


    그걸로 게임 끝이다. 남의 떡인가, 나의 떡인가에 따라 대중은 180도로 행동을 바꾼다. 엘리트는 조연이고 민중이 주연이다. 조연이 주연 흉내를 내면 꼴이 우습게 된다. 윤석열을 이용하여 문재인을 때려주려는 사람은 많으나 윤석열 정치를 따르는 사람은 없다. 


    왜? 뒹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뒹굴어야 한다. 아스팔트 위에서 민중과 함께 눈물과 땀을 섞어야 한다. 그래야 주체가 된다. 지금은 도구일 뿐이다. 윤석열은 낚시꾼이 아니라 낚시대다. 문재인을 때려주려는 것은 여전히 문재인에 낚여 있는 것이다. 


    문재인이 퇴장하면 문재인 때려주기 게임도 퇴장한다. 그다음에 대한 계획을 가진 자만이 민중 앞에서 발언권이 있다. 인간이 발언하지 않아도 역사가 스스로 발언하는 법이다. 우리가 초대된 게임은 인류사의 무대에 한국형 모델을 어떻게 데뷔시키느냐다. 


    나머지는 그 하나의 비전을 다듬어가는 절차일 뿐이다. 윤석열 간판으로 한국이 인류의 무대에 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새로운 것도 없고, 신명나는 것도 없고, 결정적으로 기세가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전두환의 여진에 불과하다. 그때는 관료공화국이었다. 


    민주화가 되면서 관료의 기세가 꺾였는데 마지막으로 버티는 집단이 검사와 판사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기세가 약하거나 혹은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지만 자기 작품이 있다. 그것은 한국형 의사결정구조다. 출품하는 것이 있다. 윤석열과 국힘당은 애초에 없다. 


    출품작이 없다. 작품을 내지도 않았으면서 남의 작품을 비난한다. 문재인 작품 저거 당선권은 어림없지 하고 웃는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덜 준비된 상태에서 인류사의 무대에 올랐는데 바짓가랑이 잡는 기득권 때문에 실패했다면 적들은 애초에 생각이 없었다.


    남을 끌어내릴 수는 있어도 제 발로 오르지는 못한다. 꿈이 있는 자만이 끝까지 간다. 부러져도 가고 쓰러져도 간다. 길이 있으므로 간다. 한국의 민중이 도도한 역사의 에너지 흐름을 봤기 때문이다. 흥분했기 때문이다. 설레이기 때문이다. 가슴에 불이 붙었다.


    물이 들어오면 노를 젓고 물이 빠지면 잠시 대기한다. 한국은 세계 6강이다. 인구 감안하면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한국 순이다. 기세로는 1위다. 외국이 괄목상대하여 비결이 뭐냐고 물을 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가? 이게 본질이다.


    검찰이 수사를 잘해서? 쪽팔리게 이런 대답을 할 수는 없다. 국민 개개인이 똑똑해서! 이런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 이재용 재벌 덕에 뜬게 아니요, 전두환 군바리 덕에 흥한게 아니요, 윤석열 엘리트 덕에 뜬게 아니요, BTS 아이돌 덕에 묻어가는게 아니요. 


    오로지 국민 개개인이 모두 똑똑해서라고 대답하려면 맨 앞에는 누가 간판으로 서 있어야 하는가?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민중의 대표자가 거기에 서 있어야 한다. 흙투성이, 피투성이, 눈물 자국 투성이로 서 있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본능적으로 이것을 알고 있다. 


    언론이 결사적으로 막고 있지만 진심은 터지고 만다. 전염병처럼 퍼지다가 때가 되면 폭발한다. 정치란 똑똑해진 국민이 스스로 자기 머리에 왕관을 쓰는 것이다. 남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지 않는다. 눈먼 왕관 하나 주워보려고 껄떡대지 말라. 그러다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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