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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946 vote 0 2009.01.27 (13:48:28)

 


스펙 좋은 여자의 농담


요 밑에 남자분들 스펙 들먹이며

저울질 하는 여자분들이 미치도록 부러운 밤입니다...


전 어릴적부터 남들에게 부럽단 소리 무지 많이 듣고 자랐죠...

지금도 제 직업 말하면 남들이 입 떡 벌리며 부럽다 소리 합니다..


직업 자체가 개인적인 재능을 필요로 하는 일이거든요

언뜻 보니 전문직인가봐요..전 몰랐거든요. 카드 받고 한도가 왜이리 많나
하고보니 전문직이더라구요..


전 너무 무지해요..

악바리인듯 영악한듯 하지만 속은 물러터졌어요..

귀도 얇고..


말 그대로 FM이죠...교과서대로 배운대로 살고있는듯해요.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전 의지할곳이 없네요..


친정부모님들께 먼저 의지할 수가 없어요

제가 알고있는 FM적 지식에 따르면 부모는 자식에게 헌신하고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고 알고있는데

가만보면 어떻게하면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얻어낼까..
투자한만큼 뽑아낼수 있는걸 계산하고 있으세요..


그런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나 하나만 바라봐 주는 남자를 만났죠

모든걸 다 잊고 새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내가 알고있는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자신이 있었거든요

대학졸업하자마자 결혼했어요

그리고 아이낳고...8년째네요


전 너무 무지하고 무식했어요

제가 23세였을때 그사람은 27살이었죠

27살과 결혼할때 당신 결혼한적 있냐고 묻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였고

그런게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임신하고나서 보니 이미 한번 결혼했던 남자였더군요

FM이었던 저는 뱃속의 아이를 어찌할 생각을 절대로 못하고..

모든걸 숙명이라 여기고 아이낳고 살았어요


부모님 반대가 극심했죠

제 스펙..솔직히 어디 내놔도 안빠져요

남편...전 몰랐네요 결혼할때 상대방 출신학교정도 묻는다는건 상상도 못했어요

나중에..나중에 알고보니 중학교 중퇴더군요


선입견을 갖고 사람을 대한다는것 안좋은거라고 알고있어요

그래서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했구요

그런데...알게모르게 튀어나오는 무식함..

뭘 모르고 그런 무식은 이해할수 있어요..그런데 욱하면 주먹부터 올라가는
무식함은 참을수 없어요


이젠 어떡하면 될지 모르겠어요..

어디에도 제편은 없는거 같아요


친정부모님은 저에게 뭐라도 하나라도 뽑아먹을거 없나 혈안되어있으시고

시댁은 시댁가족들끼리 똘똘뭉쳐서 제가 한마디라도 하면 단체로 절 억누르죠..


내 아이만 보고살아요

다행인지 아이가 무척 똑똑해요..남들이 우리아이 뭐 배우는지 수시로 물어볼정도로..

제가 생각하는 FM적 방식으로 아이를 교육하고

아이도 너무 잘 따라와줘요..

밖에 나가면 다들 우리애 언행을 보고 입 떡 벌어지죠..

정말 이 아이땜에 살아요..


남편과 이혼 하고싶은데

남편이 잔머리가 뛰어나서...내가 이 아이없으면 못산다는걸 간파하고 있어요

오히려 그걸 이용하고 악용하죠


정말 벗어나고싶어요

소시적에 제가 제일 잘난줄 알았는데

지금은 평범한 가정 이룬 여자들이 미치도록 부러워요...


저는 이때껏 살면서 남편이 십원한장 못번다는건 상상도 못했는데

그걸 몸으로 느끼니...저도 제 나름대로 직장을 다니지만

아이를 오롯이 건사하다보니 제약이 많아요..

아이 어린이집에 간 시간동안 알바라도 할까싶어 동네 빵집에 이력서를 갖다줬더니

제 스펙이 부담스럽다고 거절당했어요


처녀적에 왜 좀더 남자의 스펙을 여우처럼 알아채지 못했는지 한스럽습니다

요즘 이남자가 좋을까요 저남자가 좋을까요 묻는 미혼처자분들 보면 참 부럽습니다

영리한거같아요

전 말그대로 헛똑똑이에요..


오늘 오정해씨가 나와서 부끄럽게 말하더군요

자기가 아들에게 해준건 모유준거밖에없다고..

남편이 밥 다 해준다고... 부럽더군요


제 인생은 이걸로 끝나는 걸까요?

남편은 절 이용해 좌지우지 합니다

전 의지할곳이 없구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싶지만...한없이 얘기하고싶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는거 싫어하고 남에게 피해주는거 싫어하는 이 성격이..

제 인생 아직 서른도 안되었는데

이렇게 시들어가나봐요


정말 인생이 공평하긴 한가봐요

우리애...너무 이쁘고 영리하거든요..남자애인데 얼굴도 기막히게 잘생겼죠

어떻게 내 유전자에서 저런애가 나왔나 싶을정도로

그런데 너무 가혹해요..


꽃보다 남자 보면서 여주인공이 힘들때 달려와주는 왕자님..

눈물나게 부럽더군요..

제 주제에 왕자님따윈 없을테고

도대체 이 상황이 언제끝날지..


알수도 없고 갈길도 멀고..

우리애랑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모든게 제 탓이라고...그때 내 책임이라고 전가하고싶어도..

우리애 보면 그래..과거에 안그랬으면 이 애를 못만났을거라는 생각에

모든게 용서가 되는..

그럼에도 그저 평범함만을 원하는데

그 평범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뭔놈에 팔자가 이런지...

무난하게 평범하게 오늘을 사는 당신들이 미치도록 부럽습니다


==============================================


이상 원문은 인터넷 게시판에서의 공개상담 사례로 생각되는데

위 질문자에게는 어떤 답변이 필요할까?


1. 업이라고 생각하고 살던 대로 산다.

2. 아이를 자신이 키우기로 하고 이혼한다. 대신 전남편에게 휘둘릴 수도.

3. 아이를 남편에게 주고 깔끔하게 이혼한다.


==============================================


위 소설같은 상담사례에 대해서

저라면 어떤 답을 줄것이냐는 질문이 있어서 생각해 본 바.


###


가끔 다음 대문에

어느 스님이 신도들과 상담하는 이야기가 오르곤 한다.

거기엔 엄청난 조회수와 찬성수

그리고 감동받았다는 리플이 달려 있지만 사실은 맹탕이다.

그런 이야기는 초등학교 1학년도 할 수 있다.

단지 그것을 스님의 권위로

그리고 뛰어난 화술과, 많은 상담의 경험으로

그 신도가 원하는 답변을 꼭 찍어서 해주는 것 뿐.

중요한 것은 신도가 원하는 말을 해주어야 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거짓말을 해야하는 거다.

왜? 진실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니까.

당신이라면 ‘편한 거짓’과 ‘불편한 진실’ 사이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대부분은 편한 거짓을 원한다.

불편한 진실은 단지 사람을 불편하게 할 뿐 남는게 없다.

편한 거짓은 적어도 사람을 편하게 한다.

그러므로 모두들 편한 거짓을 향하여 달려간다.

그래서 세상이 이모양 이꼴이 되었던 거다.

만족하는가?

만족한다면 그냥 편한 거짓에 묻혀 사시라.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혼자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잘난 당신이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무엇인가?

나는 성격이 더러워서 거짓된 삶은 참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적당히 포지션을 차지하고

남편이나 아내의 배역을 연기하는 그 통속적인

그 거짓된 삶이 내 목을 졸라와서 질식할 것만 같기 때문에

거짓된 삶이 나를 죽이려들기 때문에

살려고 발버둥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많은 댓가를 치렀다.

당신은 나만큼이나 많은 댓가를 치르고도

작은 진실을 향하여 나아갈 자신이 있는가?

만약 용기있는 결정을 내려서

작은 진실을 향하여 나아가기로 했다면

그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해결책 따위는 없다.

해결책이 있다고 말한다면 구라꾼이다.

중요한 것은 이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이다.

혼자서 잘난척 한다고 잘 될 턱이 있나.

만인이 함께 가야 세상이 바로 된다.

만인이 함께 가도 처음에는 누군가가 고독하게 혼자 가야 한다.

그 사람이 혼자가기로 결정을 내렸다면 무엇 때문이겠는가?

나의 경우라면 신에 대한 믿음이다.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어떠한 해결책도 해결책이 아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경우라도 해결이 된다.

위 원문의 질문자는 보나마나

지적인 능력이, 식견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학식은 있는지 모르겠으나 지성이 결여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불행해진다.

너무 욕심이 많다.

주변에 충고해줄 사람도 없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아이고 내팔자야’ 하고 다 포기하고 사는 것이고

두 번째 현명한 방법은 자살하는 거다.

천국에서는 행복할 수 있을테니까.
(이건 원문을 허구로 보는 냉소적 표현..23살에 결혼해서 8년째인데 여전히 20대? 빵집에 이력서?)

행복을 원하는 한 인간은 행복을 찾을 수 없다.

타인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 한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자기 안에 설치된 행복의 자궁에서 낳아져 나오는 법이니까.

자기 안에 행복의 자궁이 없는데 행복해질 리가 없다.
(나라면 신과의 대화가 행복의 자궁이다. 그것은 예견하고 신의 응답을 찾는 게임이다.) 

물론 방법은 많다.

종교에 귀의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자기최면을 거는 거다.

‘그래도 내겐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어. 이게 바로 행복이야.’

‘범사에 감사해야지. 고마와. 고마와. 고마와.’

‘나보다 불행한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스펙이 좋다니까 돈을 더벌면 행복해질 수 있다.

일단 사람을 쓰는게 방법이 된다.

변호사와 상담하고 심리치료사도 찾아보고

이혼한 후 개입하는 남편은 사람을 잘 써서 제어하고


1)항은 질문의 의미가 없고

2)항은 합리적인 방법이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고

3)항이 의미있는 답변인데


남편을 아이에게 주고 이혼할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나라면 그런 속물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

아이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 수준이라면

그 아이마저 불행하게 만들 확률이 높다.

왜 신을 믿지 못하는가?

아이는 신이 키우지 사람이 키우지 않는다.

그 욕망을 버려야 할 것이다.

용기있게 불행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지 않는다면 신의 부름에 응답할 수 없다.

신의 친구가 되지 못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의미가 없다.

나는 어렸을 때 불행하게 자랐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신이 내게 준 선물이라고 믿는다.

남이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경험을 했으니까.

혼자 이상하고 신비한 세계를 여행하고 온 셈이다.

클린턴은 아버지가 다섯이나 되고

오바마 아버지는 세 번 결혼했지만

가장 힘센 나라의 대통령이 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었다.

클린턴과 오바마는 누구보다도 사려깊은 사람이 되었다.

많은 아버지들 앞에서 신중해야 했으니까.

행복이나 불행이라는 단어에 치여 사는 사람들과는

대화를 안하는게 맞다.

그렇게 살고 싶다면 계속 그렇게 살게 두도록 두고

생각이 있는 사람들만 모아서

정예를 편성하여 새 길을 개척하는 거다.

질문자에게는 

당신은 바보가 맞으니까

바보처럼 남편에게 매맞고 사는게 맞다고 말해주고 싶다.

질문자의 글에서 심한 어리광을 느낀다.

그것은 당신이 그 답변에 책임질 것이냐?

당신이 하라는대로 실천하면 행복해진다는 보장이 있느냐?

행복보장보험은 들어놓고 하는 소리냐?

이런 거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 사람은

걍 그렇게 살다 죽으라고 두는게 맞다.

본인 책임이다.

인생은 코스요리라서 메뉴를 선별해서 먹을 수 없다.

불행이지만 정면돌파코스와

행복이지만 로또 복불복코스 중에서 선택하고 책임지기다.

질문자의 원문이 거짓처럼 느껴지는데

그런 화려한 스펙을 가진 분이

어떻게 그런 멍청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원문에서 자신이 무척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인것처럼 주장했으므로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에게 해주는 답변을 주어야겠다.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이라면

신에게 그만큼의 혜택을 받았으므로

신이 그 분에게 많이 배우고 똑똑하고 스펙좋은 코스로 대접했으므로

신의 베풀음에 보답이라도 할 겸

사회를 위해서 대신 십자가를 지는

가장 어려운 코스를 선택해야 맞다.

만약 그런 염치도 없이

신이 그분에게 똑똑하고 스펙좋은 코스로 대접했는데도

그 행복에 더하여 더욱 행복만 얻게 되는

그런 뻔뻔하고 염치없는 욕심을 낸다면

그런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는게 맞다.

나의 답은 당연히 3번이며

3번이 그분에게 좋은 답은 아니지만

사회를 위하여 십자가를 지기를 거부하는 사람의 질문은 안받기 때문에

원래 내게는 3번 외에는 답이 없다.

답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답을 주지 않는다.

사회를 위하여 도전하며

함께 문제를 풀어가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만 답을 준다.

모든 사람이 3번을 선택하면

세상에는 불행이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불성립이다.



[레벨:6]폴라리스

2009.01.27 (22:19:07)

이거 참.......... 이 질문과 답변이 묘하게 타이밍이 맞아서요. 물론 스펙좋은 그여자의 인생상담 얘기가 아닌것은 압니다만....  오늘 가족회의에서 딱 그런 상황에 놓인 우리집안 처자에 대해서 어떻게 할것인가 두어시간 토론을 했습니다........ 갈팡질팡.... 아무생각없는 그처자를 보고서  애고 뭐고 다버려두고 이혼할 용기가 없으면 그냥 저대로 살다 죽는수밖에 없겠다 싶었지요.  정말 실제상황이더군요. 지성의 결여라..... 마음에 와닿는 얘기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09.01.28 (01:07:58)

스팩이란 단어를 최근에야 들었는데, 
너무 신기하오.
이미 이 단어를 다들 사용하고 있는게요?
다들 알고 있는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2009.02.03 (18:50:01)

들은지 한 3-4년은 된 듯 하오. 인터넷 게임에서 유래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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