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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05 vote 0 2021.02.15 (17:28:12)


    이기는 법


    실력이 있는 자가 이긴다. 거인과 꼬마가 싸우면 거인이 이긴다. 농구와 배구는 키가 큰 사람이 유리하다. 타고난 재능과 체격조건의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동일한 조건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쪽이 이긴다. 문제는 역설이다. 이긴 자가 지고 진 자가 이긴다. 


    이는 에너지의 법칙이다. 에너지는 복원력이 있어서 언제나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므로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고 효과에는 역효과가 있다. 이긴 결과가 지는 원인으로 된다. 이기려면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실력 발휘는 정보를 제공한 결과로 된다.


    이기면 불리해진다. 그렇다면 작은 것을 지고 큰 것을 이겨야 한다. 예선을 져주고 본선을 이겨야 한다. 가벼운 것을 내주고 중요한 게임을 차지해야 한다. 5차전으로 종결된다면 2차전과 4차전을 내주고 1, 3, 5차 전을 이겨야 한다. 그러므로 전략이 있는 것이다.


    사지 않는 로또가 당첨되는 일은 없다. 일단 사건과 연결되어야 한다. 판에 끼어야 한다. 베팅을 하려면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그런데 귀족이나 엘리트는 이미 판에 가담해 있기 때문에 이 절차를 생략한다. 그러므로 크지 못한다. 초반에 쉽게 가지만 한계가 있다.


    큰 인물이 낮은 신분에서 나오고 대통령이 변방에서 나오는 이유다. 대의명분을 통해서 판에 끼는 것이다. 보통은 상대방의 잘못에서 이유를 찾는다. 상대가 쓰레기라서 내가 봉기한다는 거다. 그런데 몇 번 싸우기도 전에 이미 쓰레기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상대가 어떻게 했기 때문에, 귀족이 착취하기 때문에, 부르주아가 부패했기 때문에, 문재인의 내로남불 때문에 내가 어쩐다는건 거짓이다. 진정한 대의명분은 자기 자신에서 조달해야 한다. 내가 특별하기 때문에 나선다고 해야 맞다. 특별함을 제시해야 등판 된다. 


    팽월은 거야택에서 물고기를 잡고 도둑질을 했다. 진시황이 죽고 오광과 진승의 난이 일어나자 무리들이 팽월에게 봉기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팽월은 때가 아니라며 응하지 않았다. 1년 후 백여 명의 무리가 팽월을 찾아와 우두머리가 될 것을 간청하자 팽월은 극구 사양하다가 겨우 허락했다. 팽월은 무리들에게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합류하기로 약속하고 약속 시간에 늦는 자는 참수하기로 했다. 다음 날 해가 뜨자 십여 명이 지각했다. 그러자 팽월이 말하기를 '나는 나이가 많은데도 너희들이 나를 억지로 대장으로 삼았고 약속까지 했는데 늦게 온 사람이 왜 이리 많은가? 약속대로 다 죽일 수는 없고 가장 늦게 온 사람을 죽이겠다'고 했다. 팽월은 지각한 사람을 끌어내어 직접 목을 쳐 제사를 지냈고 이후 팽월이 모인 자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그들은 팽월을 두려워하며 명령을 따랐다. 


    팽월의 무리가 성공한 이유는 그들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제사를 지내기 전에는 그냥 개인이었지만 제사를 지내고 그들은 그룹이 된 것이다. 개인행동은 불가다. 이기는 그룹은 특별함이 있다. 결속력이 있다.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와 같다. 거듭나는 절차다.


    우리는 일반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서 자부심을 줘야 한다. 귀족과 엘리트는 원래부터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 대의명분 필요없다. 그래서 망한다. 그들은 원래 우월한 집단이므로 결속되어 있다. 남보다 우월하다는게 명분이다. 


    문빠들은 젊고 똑똑하고 IT세력이라서 우월하다. 태극기 할배는 늙었고 무식하다. 우월한 집단이 열등한 집단을 이긴다. 귀족과 엘리트는 개인의 자질이 우수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룹에 속해서 집단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맞다. 원자론과 구조론의 차이다.


    내용이 우수한 게 아니고 관계가 우수하다. 민중은 그룹에서 밀려나면 끝이지만 귀족과 엘리트는 자질이 우수하다고 믿기 때문에 쉽게 집단을 배반한다. 그래서 망한다. 진정한 대의명분은 상대방을 탓하지 않고 우수한 그룹을 조직하여 질적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질 다음 입자는 피아구분이다. 진보든 보수든 우리편이든 나쁜편이든 소속을 명확히 해야 가지를 칠 수 있다. 좋은 조직과 나쁜 조직의 차이는 복제되는가에 있다. 조직원이 독립하여 별도의 조직을 꾸릴 수 있는가다. 입자가 없으면 모여 있을 뿐 증식되지 않는다.


    징기스칸 부하들은 모두 징기스칸만큼 한다. 징기스칸이 우수한 인재를 발탁한 것은 아니다. 징기스칸의 사준사구는 옛날부터 데리고 있던 집안의 하인들이다. 그들은 징기스칸을 복제한 것이다. 피아구분이 없고, 이념이 없고, 방향이 없으면 세력이 붙어주지 않는다. 


    평민 출신 자무카는 귀족 출신 징기스칸과의 개인적인 대결에 머물러 있었지만, 징기스칸은 천하를 제시했다. 다양한 세력이 모여들었고 뒤패가 붙었다. 진보든 보수든 이념이 없고 방향이 없으면 먼저 자리 잡은 사람이 독식하고 뒤에 가담한 사람들은 낄 자리가 없다. 


    질은 그룹에 소속되어 질이 달라지는 것이고 입자는 방향이 제시되어 추가로 모여들게 하는 것이다. 질은 신분을 바꾸는 것이고 입자는 권력을 주는 것이다. 힘의 단계부터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질과 입자가 세팅되면 사람이 모여들어 갈수록 숫자가 늘어난다. 


    숫자가 불어나면 룰이 바뀌게 된다. 이때 룰을 정하는 주최측은 새로 가담한 사람에게 유리하게 룰을 만든다. 이때부터는 자체엔진에 의해 굴러간다. 이제부터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다음은 게임의 주최측이 우리편에 유리한 룰을 만들어서 무조건 이긴다. 


    주최측은 국민이기 때문에 반칙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주최측이 우리편에 유리한 룰을 만드는 이유는 우리가 국민과 비비기 때문이다. 붙어주는 것이다. 새것을 빨리 받아들이는게 붙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열린주의다. 닫히면 단절되고 단절되면 비벼댈 수 없다. 


    상호작용이 불가능하다. 변화하는 환경을 우리편으로 만드는 쪽이 이긴다. 선점하면 이긴다. 미리 침 발라 놓으면 이긴다. 새로운 유행과 새로운 흐름과 새로운 물결을 따라잡는 쪽이 이긴다. 상호작용이 활발한 쪽이 선점한다. 방향이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방향이 잘못되면 트로트만 틀고 흘러간 노래만 부른다. 여성도 있고, 지방 사람도 있고, 게이도 있고, 다문화도 있는데 나훈아, 남진, 조용필의 흘러간 노래만 줄창 틀어대면 그 사람들은 떠난다. 신곡을 틀어야 그들이 가담해 온다. 신곡 앞에서는 평등하기 때문이다.


    신곡 앞에서는 평등하다. 새로운 유행 앞에서는 평등하다. 끝없이 새로운 평등을 만들어내는 것이 열린주의다. 이념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데서 한 번 꼬이면 가속적으로 꼬이기 때문이다. 한 번 복고풍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낯가림이 시작되어 결국 쇄국하게 된다. 


    정의당과 국힘당의 닫힌주의는 낯가림 때문에 망한다. 한 번 닫으면 계속 닫고 한 번 끊으면 계속 끊는다. 한 번 명절에 고향을 안 가게 되면 영원히 안 가게 된다. 낯가림 좌파들이 진보를 망치는 공식이다. 정치인은 절대 중간에 서면 안 된다. 중간은 국민의 자리다.


    국민은 진보와 보수의 중간에서 양쪽을 대칭시키고 축을 차지하려고 하는데 안철수가 그 자리를 빼앗으면 국민이 용서하겠는가? 방향제시는 새로 가담해올 사람을 위해 한쪽을 비워놓는 것이다. 양심 있는 진보는 왼쪽을 차지하고 오른쪽을 국민을 위해 비워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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