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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89 vote 0 2020.11.15 (13:46:53)

      

    아이러니를 타파하라.


    세상은 아이러니다. 불교의 깨달음은 아이러니를 깨닫는 것이다. 지난번 유튜브 방송에서 했던 말에 덧붙이고자 한다. 아이러니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아이러니가 아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은 아이러니가 아니다. 아이러니는 반어를 말한다.


    보통 말하는 상황적 아이러니는 의도 대로 안 되고 반대로 되는 역설적 상황을 의미한다. 반어가 진짜 아이러니다. 그러나 반어는 반어가 아니다. 미인을 보고 밉상이라고 말하는게 아이러니다. 그런데 미인은 밉상이다. 잘 생기면 다들 질투한다. 미워하잖아. 그러니 밉상이지.


    꽃범호를 꽃범호라고 부르는게 아이러니다. 그런데 꽃범호는 꽃범호가 맞다. 그렇게 잘생긴 사람은 드물다. 그의 특별한 미소는 많은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옥동자를 연상시키지만 다르다. 이렇게 말하면 헷갈릴 것이다. 그렇다. 에너지의 세계는 원래가 복잡하다.


    총과 칼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총이 이긴다. 그런데 칼이 이긴다. 총알을 장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총이 이긴다. 총알을 장전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칼이 이긴다. 총알을 장전하는 틈을 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이 이긴다. 연발총이기 때문이다. 자동소총 등판이다.


    처음에는 총이 이긴다. 다음은 칼이 이긴다. 그다음은 총이 이긴다. 다시 칼이 이긴다. 마지막은 총이 이긴다. 총>칼>총>칼>총의 공식이다. 반드시 이렇게 된다. 왼쪽으로 깜빡이 넣고 오른쪽으로 트는게 정치다. 그런데 가다 보면 점차 왼쪽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시 오른쪽으로 강하게 반동이 걸린다. 결국은 왼쪽으로 흘러간다. 어떤 목표를 향해 갈 때에는 두 번 반동이 걸린다. 처음 총이 이긴다. 칼은 총을 모르기 때문이다. 총을 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모른다. 무조건 총이 이긴다. 그러나 칼이 그냥 당하고 있겠는가?


    잘 관찰해서 대책을 세운다. 장전속도의 약점을 이용하여 이번에는 칼이 이긴다. 총도 대책을 세운다. 집중사격술, 3단계 사격술 등의 사격기술이 개발된다. 칼도 대책을 세운다. 폴란드의 윙드 후사르가 활약한 이유다. 소총의 사정거리를 순식간에 돌파하면 기병이 승리한다.


    나폴레옹 시대에 산탄을 장전한 대포가 칼의 반격을 최종적으로 제압했다. 사거리가 긴 라이플이 나오고 자동소총이 나오면서 더 이상 기병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는 사라졌다. 2차대전 때 폴란드군이 창기병을 전차부대에 돌격시켰다는 설이 있지만 기레기의 가짜뉴스였다.


    폴란드가 기병 돌격으로 독일군 보병을 기습하여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이걸 보고 약이 오른 독일 기레기가 폴란드 창기병이 긴 창으로 독일 전차를 마구 찔러댔다고 날조한 것이다. 그때는 폴란드도 다수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카빈 개런드는 말 위에서 쏘는 총이다. 


    이차대전까지 기병이 있었다. 결국 총이 이기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긴다. 근래 20여 년간 한겨레의 기상예측이 빗나가고 필자가 맞춘 예가 그러하다. 내가 날씨를 아는 것은 아니다. 날씨를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지구가 온난화되면 어떻게 될까? 기온 오른다. 


    그런데 기온이 다시 내려간다. 그러다가 다시 올라간다. 그러다가 다시 내려간다. 그러다가 결국은 올라간다. 온난화되면 기온이 오르지만 이중의 역설이 작동해서 중간에 두 번은 반전된다. 메커니즘 때문이다. 기온이 오르면 북극 얼음이 녹고 찬 공기가 저위도로 내려온다. 


    북반구가 추워진다. 북극의 추위가 저위도로 내려온 것이다. 대신 북극의 얼음은 얇아져 있다. 결국 바닷물 온도가 결정한다. 북반구의 바닷물이 팽창하면 북극의 찬 공기를 다시 북극에 가둔다. 북극은 얼어붙고 북반구 고위도는 다시 따뜻해진다. 복잡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에너지가 작용하는 메커니즘은 항상 그러하다. 왼쪽으로 갈 때는 오른쪽을 두들겨 본다. 왜 이게 문제가 되는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은 반복되는 것이다. 구조가 세팅되어 있다. 그러나 처음 겪는 일은 구조가 만들어져 있지 않다. 구조를 만들 때는 반대로 간다. 


    집을 새로 짓는다고 치자. 있는 집을 허물어야 한다. 집을 부수고 있으면 "아! 집을 부수는구나." 하고 단세포적으로 생각한다. 그게 집을 짓는 절차라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그런데 반복되는 일은 그렇지 않다. 한번 구조가 세팅된 다음에는 그런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이 없다.


    일정한 단계를 지나면 그때부터는 항상 총이 칼을 이기고 온난화로 인해 항상 기온이 오른다. 구조가 세팅된 상태에서 에너지가 공급되면 그냥 쭉 간다. 입력하는 만큼 출력이 된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다. 입력했는데 출력이 없다. 투자했는데 이익이 없다. 거꾸로 가는 거다.


    한동안 불량품만 나오고 적자만 쌓인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때부터는 투입한 만큼 나와준다. 수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선두주자는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이라는 역설의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젊은 학생들은 후발주자이므로 선배들의 고생을 모른다.


    먼저 가는 사람은 길을 닦고 가지만 뒤에 오는 사람은 그냥 간다. 선배들은 학교 건물을 지으면서 공부했다. 필자만 해도 초등학교 시절 돌을 주워와서 운동장의 구덩이를 메워야 했다. 지금은 그런 학교가 없다. 처음 가는 길은 역설이다. 한 번 역설도 아니고 이중의 역설이다. 


    두 번 삽질해봐야 진실을 깨닫게 된다. 선문답이라는 것은, 간화선이라는 것은 아이러니를 통해 구조를 깨닫는 것이다. 제대로 깨달은 스님은 당연히 없다. 왜? 예전에는 문제가 쉬웠다. 약간의 지혜만 있어도 족장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석가의 제자 500 비구는 모두 깨달았다. 


    당시 사람들은 일자무식으로 깡무식했고 그들보다 약간만 더 알아도 존경받았다. 마을 하나를 책임질 수 있었다.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스님이 출동하면 시끄럽던 동네가 조용해진다. 지금은 양자역학을 이겨야 인정받는다. 어떤 스님이 양자역학을 이기겠는가?


    숭산도 삽질, 현각도 삽질, 도법도 삽질, 진제도 삽질, 송담도 삽질이다. 중이란 중은 죄다 삽질뿐이다. 성철은 삽질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때는 양자역학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지금은 세계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 죄다 삽질하고 있지만 현각과 도법은 알고 삽질을 한다.


    숭산과 진제와 자승과 송담과 혜민은 모르고 삽질한다. 그 차이뿐이다. 똑똑한 중은 없고 자기가 멍청하다는 사실을 아는 중과 자기가 멍청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중이 있을 뿐이다. 현재 스코어로 조계종에 깨달은 중은 없다. 깨달음이라는 개념이 화두로 살아있을 뿐이다.


    옛날에는 자동차를 멀리서 흘낏 본 사람도 아는 체했다. 지금은 운전면허가 있어야 한다. 석가모니 때는 달구지만 몰아도 운전면허 땄다. 지금은 경운기를 몰아도 안 쳐준다. 세상은 온통 역설이고 아이러니다. 뭐든 반대로 된다. 에너지는 원래 그렇다. 선문답은 문과 답이다.


    문제 속에는 답이 있지만 답 속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크고 답은 작다. 간화선은 문제에서 답을 찾는게 아니고 반대로 답에서 문제를 찾을 수 없음을 찾는 것이다. 진제와 송담이 아는 척하지만 여전히 문제에서 답을 구하니 오백 방 맞아야 한다. 답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찾을 수 없다.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찾으니 그것이 깨달음이다. 문제에는 답이 있고 원인에는 결과가 있다. 그사이에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다. 배가 고픈 것은 문제이고 밥을 먹는 것은 답이다. 그런데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답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나 답을 제출한 것이다. 다만 문제를 잊어버렸다. 여자친구를 사귄다. 답을 찾았다. 돈을 번다. 답을 찾았다. 직장을 잡았다. 답을 찾았다. 그런데 문제는 뭐였지? 문제는 없다. 거기에 없다. 당신에게 없다. 인류에게 있다. 신에게 있다. 문제는 신이었다.


    당신은 잘못이 없다. 문제는 천하에 있고 우주에 있다. 당신이 잘살든 못살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그것은 신이 출제한 질의서에 대한 당신의 답변서다. 당신은 답을 알고 있다. 문제를 잊어먹었을 뿐이다. 당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냥 살면 된다. 그러다 죽으면 된다.


    문제는 무대의 연출자인 신에게 있다. 욕은 신이 먹는다. 지구를 왜 이따위로 만들었느냐 말이다. 문제는 천하에 있다. 문제는 문명에 있다. 문제는 당신을 초대한 사람에게 있다. 당신은 어떤 부름을 받아 그 무대에서 그렇게 연기했는지 알아야 한다.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 


    당신을 어색한 자리에 초대한 사람이 문제다. 아이러니다. 당신이 특별히 초대되어 준비된 무대 위에 올려세워 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얼른 한 곡 뽑고 내려와야 한다. 잘 부르든 못 부르든 상관없다. 앵콜 들어오면 피곤하다. 탈출하라. 그리고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이 되라.


    당신이 어떤 답을 하든 틀렸다. 당신의 진짜 임무는 새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제와 송담과 숭산이 어떤 답을 하든 그 답은 틀린 답이다. 저작권은 문제를 출제한 사람에게 있다. 당신은 권리가 없다. 그 질문은 당신의 질문이 아니다. 당신의 질문은 무엇인가?


프로필 이미지 [레벨:19]의명

2020.11.15 (22:37:15)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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